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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반 경, 오색에 도착하여 간단히 사우나를 마치고 같이 동행한 분과 함께 도토리묵에 막걸리를 걸치며 산채비빔밥을 배불리 먹은 뒤 2시경에는 귀성하는 차에 올랐다. 이때부터 강원도를 빠져 나오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막걸리 한 잔 걸치고 피곤하여 잠을 자고 일어나니, 버스는 막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옆 동료 왈,
“벌써 광주에 다 왔나요?”
장성터널로 착각한 모양이다. 사실 이곳은 영동고속도로였다. 창 밖을 바라보았더니 웬 차들이 그리 많은지 모두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저녁 7시가 넘자, 차 안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노래 좀 틀어 주세요.”
“불 끄지 말고 켜줘요.”
“아침에 주먹밥 하나 줘놓고 지금까지 탈탈 굶기고 다른 산악회에서는 먹을 것도 많이 주더만. 술 같은 거 없소?”
차 안이 웅성거렸다. 급기야는 산악회를 이끌고 있는 분이 마이크를 잡고 해명에 나섰다.
“여러분 진정하시고요. 옛말에 똥개를 따라 갔더니 똥간으로 갔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오늘 똥개를 따라왔다 생각하고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녁을 횡성 휴게소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해서 그냥 왔는데 이렇게 늦을 줄은 몰랐네요. 다시 한 번 죄송하고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해를 구하는 사이, 저녁 9시경 경부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첫 휴게소에서 내렸다. 어느새 큰 솥에는 물이 끓고 있고 옆에는 떡국이 대기하고 있었다. 떡국이 끓고 있는 동안 준비한 소주에 홍어회와 돼지 머릿고기를 먹고 있는데, 앞에 있던 한 여성이 아직까지 분이 풀리지 않는지 불만을 터뜨렸다.
“이럴 수는 없어요 다른 산악회는 이렇게 굶기지 않아요. 준비하는 사람들이 고생을 한 건 알지만, 이렇게 하면 안되죠!”
내가 한마디 했다.
“저는 버스 타고 설악산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이렇게 편히 갔다 올 수 있도록 해 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자 더 이상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불만인 모양이었다. 그날, 함께 차를 탔던 분들의 목적은 각기 다 달랐을 것이다. 그냥 단풍 구경 간 사람, 오랜만에 제대로 된 등산을 해보고 싶은 사람, 그냥 오가며 노래 부르며 스트레스 풀려고 간 사람, 나처럼 사진을 촬영하고 싶어 간 사람 등, 각자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체 생활을 하게 되면, 내가 하고 싶은 행동보다 팀을 생각하고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을 좀 더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집에 오는 길에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