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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일 청계천에 새 물길이 열린 첫날 모인 서울 시민은 수십 만 명이 넘었다. 지금도 여전히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청계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이런 청계천을 하루에 240명으로 인원을 제한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많은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분노할 것이다. 지금 그러한 일이 난지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난지도 골프장은 청계천의 약 10배가 되는 10만평의 공간이다.

서울은 절대적으로 녹지가 부족한 회색도시이다. 먼지오염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서울에서 산다는 것만으로도 동경이나 제주에 비해 평균 3.3년 일찍 죽는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의 녹지는 보잘 것 없다.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1인당 3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뉴욕의 1/9, 스톡홀름의 1/24이다.

서울은 더 푸르게 변해야 한다. 청계천을 찾는 하루 수십만명의 시민들을 보면 그 간절함을 헤아리고도 남는다. 청계천을 보듯 편히 산책하고 쉬고, 아이들과 맘 편히 뛰놀 수 있는 공간은 더욱 늘려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내 한복판에 버젓이 골프장을 지어 하루 이용객을 24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청계광장에서 서명을 받던 중 어떤 나이 지긋하신 분이 말했다. '나도 골프를 즐기지만, 서울 안에서는 아니야!' 그러면서 가족공원으로 전환하자는 서명에 동참하셨다.

골퍼들의 마음을 이해 못할 것도 없다. 도시에서 지친 육신의 피로도 풀고, 운동하며 넓은 그린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상쾌함. 골프공이 홀에 들어갈 때의 짜릿함. 하지만 서울 도심에 10만평의 골프장은 사치이다. 골프를 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기왕에 만들어진 골프장이 수백여 개 있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도 않다.

난지 골프장을 건설하는 데 146억이 들었다. 난지도 녹색 공간은 충분히 공원의 가치가 있다. 그곳에 단지 벤치 몇 개만 더 놓고 개방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드는 멋진 10만평의 공원이 되는데 왜 하필이면 골프장인가. 그린은 아이들이 뛰어놀다가 넘어져도 괜찮은 푸른 잔디로, 헤져드는 좋은 생태연못으로 활용하면 된다. 내려다보이는 한강과 노을은 주말이면 쉴 곳이 없어 차를 끌고 교외를 찾아야 하는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146억원을 무효화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민단체는 그곳에 있는 골프장을 갈아엎고 공원을 건설하자는 것이 아니다. 146억은 10만평의 공원을 건설하는 데 드는 기초비용일 뿐이다. 아주 저렴한 예산만을 투자하면 우리는 10만평의 공원을 가질 수 있다. 10만평을 240명만 이용하게 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환경적·사회적·경제적 가치가 높은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다 해서 이름 지어진 해발 93m의 노을공원의 그 환상적인 노을을 왜 240명만 누려야 한단 말인가.

난지도는 원래 난초(蘭草)와 지초(芝草)가 아름답게 피던 공간이었다. 70~80년대 서울의 고도성장과 거대한 빌딩의 그림자처럼 그곳에는 해발 100m에 가까운 거대한 쓰레기산이 두 개가 생겨버렸다. 우리가 깨끗하고 멋진 도시를 만드는 대신 난지도는 쓰레기로 썩어들어 갔다.

그런 난지도가 위대한 생명의 힘을 통해 푸른 공간으로 변모했다. 풍력발전기가 돌고 억새가 피는 우리 모두의 공간이 되었다. 이제는 그 모두를 시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시민 모두의 세금으로 복원된 난지도를 소수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서울시민의 87%가. 그리고 서울시 의회가 가족공원화(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하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청계천 복원비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돈을 들여 만든 골프장은 240명이 아닌 서울 시민 모두를 위해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강은주 기자는 서울환경연합 환경정책국 간사입니다. 

11월 13일과 26일에 골프장이 있는 노을공원에서 난지도 시민연대가 주최하는 2005 난지도 노을 축제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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