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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식펀드의 인기가 그칠 줄 모른다. 직장인 2명 가운데 1명이 가입할 정도로 이젠 '국민 펀드'가 됐다. 언론에서도 꾸준히 기사화하며 펀드가입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펀드는 넘쳐나는데 언제, 어디에, 어떻게 가입해야 하는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오마이뉴스>는 처음 적립식펀드 투자에 나서는 직장인 오수연씨와 함께 초보 적립식펀드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상식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 26일 오전 국민은행 방배역지점 이동균 대리가 초보 적립식펀드 투자자 오수연씨와 상담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직장인 오수연씨(31)는 최근 친구의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했다 자기만 외톨이가 된 느낌을 받았다. 직장생활 5~6년차인 동갑내기 친구들이 대부분 적립식펀드에 가입했으나 자신은 전혀 생각도 못했던 것. 더욱이 오씨는 부모님이 과거 주식 투자로 큰 돈을 잃은 경험이 있는 터, 자연스럽게 주식을 멀리했다.

그러던 오씨도 친구들을 만나고 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큰맘 먹고 월 30만원씩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심한 것. 그러나 막상 펀드에 가입하려 해도 막막했다. 인터넷을 통해 관련 기사도 검색해 보고 증권사나 은행 홈페이지에 소개된 상품을 둘러봐도 복잡하기만 했다. 펀드는 넘쳐나는데 언제, 어디에, 어떻게 가입해야 하는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오마이뉴스>와 국민은행이 오씨를 도와주기로 했다. 오씨가 적립식펀드 투자에 성공할 수 있도록 상품 선택에서부터 바람직한 투자기간, 투자시 유의사항 까지 적립식 펀드 투자요령을 가르쳐줬다.

#1. 월소득 200만원 출판사 편집자 오수연

한 대형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는 오수연씨(기혼, 여)는 세금을 제외하고 한 달에 200만원 가량의 소득을 올린다.

"이 가운데 절반인 100만원을 적금 2개(50만원짜리와 30만원)와 보험(20만원)에 붓고 있습니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2001년부터 5년 만기로 붓기 시작한 한 적금은 다음달 말로 끝나죠. 당시로선 꽤 높은 6% 대 금리를 준 우체국 적금으로 만기시 환급금은 5000만원 정도입니다."

오씨는 적금 만기가 끝나는 올 연말부터 다른 적금에 가입하려했지만 금리 수준이 영 맘에 들지 않았다. "기껏해야 3%대 후반이 최고였습니다. 2001년 6% 금리를 줬던 적금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어요."

결국 큰맘 먹고 펀드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오씨는 덜컥 겁부터 냤다. "과거 부모님이 주식투자로 큰 손실을 경험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자라오면서 주식을 멀리했죠. 부모님은 직접투자로 손실을 입었지만 적립식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역시 부담입니다."

그렇다고 오씨는 3% 쥐꼬리 같은 금리로 또 다시 은행 적금에 가입하고 싶지 않았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많아요. 더욱이 앞으로 만기가 3년 정도 남은 적금도 있습니다.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올해 초 적립식펀드에 가입해 몇십%의 수익률을 올렸단 말을 들을 때마다 귀가 쏠깃하죠."

내년이면 아기도 가질 생각인 오씨.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는 터라 아기를 갖게 되면 직장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이번에 만기가 도래하는 적금을 종잣돈 삼아 돈을 불려야 해요."

#2. 적립식펀드 판매왕 국민은행 방배역지점 이동균 대리

올해로 국민은행 입사 6년차인 이동균 방배역지점 대리(35). 이 대리는 국민은행에서 적립식펀드 판매왕으로 불린다. 1000명에 달하는 서울 남부지역본부 52개 점포 직원 가운데 적립식펀드 판매액이 3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늘 자신감을 갖고 꼼꼼하게 고객을 대하다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요즘 은행의 적립식펀드 판매직원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더 이를 악물고 공부하면서 고객들을 대하죠. 정말 고객들의 소중한 돈을 다루는 건데 어떻게 전문성도 없이 이것저것 추천해 줄 수 있겠나요?"

이 대리를 찾는 고객들은 '단골'이 많다. 이들이 또 다른 고객을 소개시켜준다.

"보통 오전 9시30부터 시작해서 영업이 끝나는 4시30분까지 10명 정도의 고객 상담을 합니다. 이미 적립식펀드에 가입을 하신 고객의 경우 수익률 체크나 새 상품 소개 등으로 10~20분 정도 상담하면 되지만 오씨처럼 적립식펀드를 처음 가입하는 고객의 경우 30분이상 상담이 이어집니다."

이 대리의 하루 일과는 마치 증권사 직원과 닮았다. 오전에 출근하자 마자 전날의 해외 증시 동향부터 챙긴다.

"요즘 고객들은 전문가 뺨칠 정도로 주식에 해박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어설프게 대했다가는 금방 티가 나죠. 특히 적립식펀드는 주가 수준에 따라 환매시기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날그날의 증시동향을 꼼꼼하게 챙겨야 합니다. 고객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더 노력해야 돼요."

그래서 이 대리는 많이 팔기보다는 잘 관리해주려고 노력한다.

"처음 은행이 적립식펀드를 판매했을 당시에는 원금손실 여부나 수수료 체계 등에 대해서 적극적인 고지가 소홀했습니다. 그저 하나라도 더 파는 데만 급급했죠.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고객에게 어떤 상품을 추천하기에 앞서 적립식펀드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하는 게 먼저죠. 그리고나서 고객이 '아, 이정도면 나도 투자해볼만하겠구나'라는 반응을 보일 때 상품을 소개합니다."

▲ 이동균 대리는 오씨처럼 적립식펀드를 처음 시작하는 고객은 30만원을 한 곳에 투자하지 말고 10만원씩 3군데로 나눠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적립식펀드 왕초보 펀드 판매왕 만나다

26일 오전 국민은행 방배역지점에 이 두 사람 마주 앉았다. 이 대리가 적립식펀드의 장단점을 소개하면서 상담이 시작됐다.

"요즘 적립식펀드의 수익률이 좋다고 하지만 주식에 투자하는 만큼 늘 위험부담이 존재합니다. 때론 원금손실도 날 수 있죠. 고객의 경우 우선 적립식펀드 투자가 처음인데다 주식에 대한 두려움이 많으니 여러 펀드에 소액으로 나눠 투자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씨가 본인의 월소득과 예적금 등 자산분포 현황을 이 대리에게 알려줬다. 이 대리는 상품을 소개받기에 앞서 가장 먼저 어떤 목적으로 적립식펀드에 가입을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먼저 가입 목적부터 분명히 해야 합니다. 여기에 따라 가입기간이나 금액, 상품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죠. 예컨대 5년내 주택마련이 목적이라면 위험부담이 다소 따르더라도 주식편입 비중이 높은 성장형이 좋습니다. 10년에서 20년 노후대비용으로 투자할 경우에도 성장형이 좋아요. 투자 기간이 길어질 수록 그 만큼 위험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반면 3년 이내의 자녀학자금 마련 등의 투자라면 주식편입비중이 낮은 안정형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오씨가 여전히 위험부담을 걱정했다. 오씨는 월 30만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다. 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아도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는 펀드를 오씨는 요구했다. 이 대리가 먼저 추천한 상품은 신영투신이 운용하는 '프라임배당적립식펀드'였다.

"프라임배당적립식펀드는 고배당 우량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로 주가가 많이 빠질 때 상대적으로 손실이 작습니다. 반면 주가가 크게 오르더라도 수익률은 높지가 않죠. 이 펀드는 운용수익률 외에 배당수익이 추가로 더해진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연말 연초 배당시즌을 감안하면 지금이 가입 적기라고 할 수 있죠."

상품안내서를 받은 오씨가 운용사인 신영투신이 다소 낯설다는 반응을 보였다.

"배당주펀드 만큼은 업계에서 신영투신이 가장 앞섭니다. '신영비과세고배당주식형펀드'와 '세이고배당주식형펀드'는 지난 1년간 53.59%, 53.13%의 수익을 올려 전체 주식형펀드 중 최상위권이죠.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설어도 업계에서는 수익률과 안정성이 이미 검증된 곳입니다." 이 대리는 오씨에게 이 상품에 매월 10만원씩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오씨같은 초보투자자들은 여러군데 분산투자 바람직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오씨에게 이번에는 국내펀드이지만 해외투자상품도 같이 구성된 PCA투신의 '업종일등적립식펀드'를 소개했다. 이 대리는 오씨처럼 적립식펀드를 처음 시작하는 고객은 30만원을 한 곳에 투자하지 말고 10만원씩 3군데로 나눠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강조했다.

내년이면 아기도 가질 생각인 오씨. 당연히 아기를 위한 적립식펀드에 관심이 쏠렸다. 이 대리는 출시된 여러 펀드 가운데 미래에셋의 '우리아이적립식펀드'를 추천했다.

"최소 5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어 고객처럼 주식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분들은 소액으로 시작하면서 부담감을 줄여나가는 것도 좋습니다. 이 펀드는 출시 이후 최근 3개월 수익률이 22.01%이며 1개월 수익률은 11.4%입니다. 만기가 5년으로 내년에 출산할 경우 아기가 유치원에 진학할 때 쯤 환매하시면 되겠네요."

오씨가 가입초기 수익률이 안좋아 환매를 할 경우 부담하게 될 환매수수료에 대해 물었다. 이 대리는 90일 이내에 환매를 해도 합법적으로 환매수수료를 안 내는 방법을 소개해줬다.

"급한 돈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 가입한 상품의 수익률이 나빠 90일 이내 환매를 할 경우 환매수수료를 내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단 환매하려는 상품의 자동이체를 정지시켜놓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합니다. 그리고 가입한지 90일이 지나 돈을 찾으면 환매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환매할 때 주가수준을 반드시 봐야합니다."

상담이 끝날 무렵, 이 대리가 오씨에게 당부했다.

"저희는 고객이 상품 가입에 앞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만 제시해줄 뿐입니다. 여기에 처음 오신 거라면 두세군데 더 들러 창구 직원들과 상의를 하신 후 상품을 골라도 늦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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