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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서울역 앞은 인천 사람들에게 아주 편리한 곳이다. 구 서울역 오른쪽 앞(서울역을 바라본 방향)에 인천행 광역버스가 여러 노선으로 나뉘어 다니기 때문이다. 오전 한 시까지 출발하니까 전철을 놓친 사람들에겐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그런데 한 시간쯤 버스를 타자면 용변을 미리 보아두지 않은 것을 후회할 때가 있다. 참아낼 수가 없어 도중에 내리기라도 하면 이번엔 비싼 요금 내고 장거리 택시를 타야만 한다.

2005년 10월 27일 오후 아홉 시경, 남동구청 앞을 경유하는 1300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사내가 묻는다.

"화장실 어딨슈?"

술냄새가 질펀하게 풍겨온다. 술깨나 마시고서 막상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용변이 어지간히 급했나 보다.

"이 근방엔 없을걸요."

그 사내, 육두문자를 앞세워 "적당히 골라서 노상방뇨하란 얘기군" 하고 한숨을 쉰다.

▲ 구 서울역 앞에서 바라본 인천행 광역버스 종점의 먼 불빛
ⓒ 김선영

▲ 인천행 광역버스 종점에서 구 서울역까지 가기도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다
ⓒ 김선영
과거엔 구 서울역에 있었기 때문에 얼마쯤 걸어가면 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구 서울역 문은 꽉 닫혀 있고, 멀리 새 서울역 건물의 불빛과 서울역을 알리는 네온사인 세 글자가 보인다. 물론 그곳엔 화장실이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기엔 너무 원거리(遠距離)다.

나에게 화장실을 물었던 사람은 구 서울역 정문 옆의 기역자 구석으로 들어가 노상방뇨를 한다. 마침 한 사람이 더 그쪽으로 가더니,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먼저 들어간 사람과 더불어 노상방뇨를 한다. 그런데 냄새 나는 소변 줄기가 흐르는 곳 옆에선 노숙자 한 사람이 김밥을 먹고 있다.

▲ 구 서울역 앞에서 바라본 새 서울역
ⓒ 김선영

▲ 구 서울역 앞에까지 도착했지만 새 서울역 화장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 김선영
비교적 덜 더러운 옷차림의 노숙자 두 사람에게 "인천으로 가는 광역버스 타는 데서 화장실 가려면 저 멀리 있는 새 서울역까지 가야 합니까?" 하고 묻자 "거기까지 뭐 하러 가요? 구석진 데가 죄다 변손데" 하고 대답한다. 그 거리가 너무 멀어, 화장실에 도착하기 전에 실례하지 않을 사람 없을 것 같다. 서울에 직장을 두고 인천에서 출퇴근하는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광역버스 종점에 승객들을 위한 화장실 한 군데 만들 방도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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