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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한달 반만에 서울의 한 병원 암병동에 입원한 김웅민씨. 27일 오전 간호사가 와서 배의 복수를 빼고 있다.
제대 한달 반만에 서울의 한 병원 암병동에 입원한 김웅민씨. 27일 오전 간호사가 와서 배의 복수를 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고 노충국씨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제2·제3의 노충국은 아직도 남아 있다. 군 제대 한달 반만에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서울 모 병원에서 석 달 넘게 투병 중인 김웅민(23)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대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지난 2003년 6월 19일 입대한 김씨는 육군 202연대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하던 중, 소화가 잘 안되는 증상으로 같은 해 12월 16일 국군벽제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당시 내시경 검사를 거쳐 위궤양 판정을 받은 김씨는 한달여간 입원한 뒤 퇴원했다. 퇴원일인 2004년 1월 15일 실시한 내시경 검사 결과에는 '궤양 흉터만 남고 치료됨'이라고 적혀 있다.

김씨는 이후 군 병원에서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군생활 내내 소화가 잘 안되는 증상이 계속됐고 제대 직전인 2005년 5월 의정부의 한 민간병원에서 내시경 검사 등을 받았으나,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한달여 뒤인 6월 27일 전역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달 반만인 8월 12일 다시 소화가 잘 안돼 개인병원을 찾은 김씨는 '상태가 심각하니 큰 병원을 가보라'는 말을 듣고 곧장 서울 대형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검사 결과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의 말기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50여일간 입원, 항암치료를 받았고 잠시 퇴원했다가 병세가 악화돼 다시 입원했다.

"군에 원망 없지만, 부모님께 너무 죄송"

27일 오전 병실에서 만난 김씨의 상태는 심각했다. 침상에 누워 배 양쪽에 관을 꽂고 복수를 빼내고 있었다. 193cm의 큰 키에 병원의 침상은 되레 적은 듯 보였다. 김씨는 원래 90kg까지 몸무게가 나가는 건장한 체격이었으나, 현재 60kg으로 크게 줄었다.

가족들은 김씨가 회복될 가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김씨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아파서 밥을 못 먹는 게 가장 힘들다"며 "다 나으면 삽겹살부터 먹고 싶다"고 말하며 힘없이 웃었다.

김씨는 자신의 군생활에 대해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연대에서 행정병으로 일하면서 야근도 자주 했고 이리저리 업무가 많았다는 것. 그래도 "하루 세끼 밥은 제때 잘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이 쓰리고 소화가 잘 안되는 증상은 지난 1월 15일 퇴원 후에도 계속 됐다. 김씨는 "아파서 병원 간다고 하면 주변에서 '꾀부린다'고 생각하는 것 때문에 그냥 참고 병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씨는 "군대에 특별히 원망은 없다"며 "다만 부모님께 너무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아버지 "조금 미심쩍다면 바깥 병원에 보내야"

아들이 얘기를 듣지 못하도록 병동 휴게실에서 기자를 만난 김웅민씨의 아버지 김종근(52)씨는 인터뷰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김종근씨는 "의사가 암 진단을 내리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놔뒀냐'고 말했다"면서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 기록과 사진을 보내달라고 국군벽제병원에 직접 전화까지 했는데도 '사진이 없다'며 보내주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씨는 아들이 위궤양으로 2003년 12월 국군벽제병원에 입원한 뒤 병이 다 낫지 않은 상태에서 퇴원한 것이 위암으로 시작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씨는 "진단할 때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조금 미심쩍다면 바깥 병원에라도 보내서 진료받게 해야지 장비도 부족하면서 '다 나았다'고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행위"라고 군 병원을 원망했다.

김씨는 현재 국가보훈처에 아들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는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김씨는 "내 아들이 국가유공자가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지만 다른 아들들이 이런 일로 죽어서는 안된다"며 "이번을 계기로 군 병원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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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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