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새로 태어나다
10월 28일 늦은 2시 드디어 기다리던 서울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이 문을 열었다. 일본군, 미군 따위의 외국군들이 똬리를 틀던 곳에 들어선 새 국립중앙박물관은 외세의 자취를 털어내고 역사의 숨결을 모아 겨레문화의 마당을 선언했다.
8100여 평의 전시 공간에 1만10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는 새 박물관은 잠깐잠깐 둘러봐도 11시간이 걸린다는 규모이다. 세밑까지 무료로 문을 연다는 소식에 몰려든 관람객들은 늦은 5시쯤 1만9000명을 넘어섰다. 입장권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박물관 들머리인 서문까지 길게 늘어서 줄어들 줄 모르자 결국 박물관은 1시간 동안의 매표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관람객이 몰려든 것에 대해 이건무 박물관장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애써 지은 박물관에 손님이 없으면 안 되겠지요. 이렇게 관심과 사람을 보여주시니 정말 기쁠 따름입니다. 시민들에게 더욱 좋은 박물관을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세밑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은 매표소에서 '무료 관람권'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으며, 내년부터는 일반(19~64세)은 1명당 2000원, 20인 이상 단체는 1500원, 6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은 무료다.
개장 시간은 평일 아침 9시~저녁 6시, 주말 아침 9시~저녁 7시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지만 개관 첫 월요일인 31일은 개장한다. 버스는 빨강 9502번, 초록 0211번을 이용하고, 지하철 4호선 또는 국철로 이촌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가면 된다.
새 박물관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인 4호선과 국철 이촌역은 개관 첫날부터 몰린 관람객을 수송하기에 감당하기가 벅찰 만큼 북적였다. 관람객 발길이 가장 많이 머문 곳은 역시 최근 100년만에 일본에서 돌려받아 언론의 조명을 받은 '북관대첩비'였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나타난 국어상담소는 무엇?
올해 1월 27일엔 국어기본법이, 7월 27일엔 시행령이 공포되어 7월 28일부터 국어기본법이 시행되었다. 국어기본법은 국어의 사용을 북돋우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의 창조적 사고력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특히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한 국어기본법 시행령은 국민의 국어의식, 국어능력, 국어사용 환경 등에 관한 실태 조사를 위한 세부 사항,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두게 될 국어책임관의 임무, 어문 규범이 국어 생활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세부 사항,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국어능력검정시험 시행 방법,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원 자격 부여 제도 시행 방법, 국어와 관련한 각종 상담에 응할 수 있는 국어상담소를 지정, 지원하는 구체적인 기준 등을 담고 있다.
이 국어기본법의 취지에 맞는 핵심 사업의 하나가 '국어상담소'이다. 국어가 한자나 영어에 비해 푸대접받던 상황에서 곳곳에 넘쳐나는 말과 글들은 잘못투성이일 수밖에 없었지만 사람들은 그걸 어디 제대로 물어볼 곳이 없었다. 그 역할을 국어기본법의 위임을 받아 국어상담소가 하는 것이다.
그 첫 시험대로 국립중앙박물관의 개관과 함께 '국어단체연합 국어상담소(소장 이상보)'가 문을 열었다. 이 '국어단체연합 국어상담소'는 한글학회, 외솔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의 자문을 받아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한글문화연대, 한국문장사협회,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국어정보학회, 국어문화운동본부가 함께 한다.
국어상담소는 전화, 인터넷 등으로 국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공공장소에서 직접 국어 궁금증을 풀어주며, 직장과 기관에 국어상담원을 파견하여 돕는 일 따위를 한다. 일반 국민은 돈을 내지 않고 누구나 쉽게 국어상담소를 이용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국어단체연합 국어상담소'가 처음 선보이는 것은 우선 박물관 개관일인 28일부터 31일까지 4일뿐이지만 이 4일 동안에는 이상보 소장(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회장), 남영신 부소장(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최기호 지도위원(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회장), 홍영호 변호사, 고금석 경향신문 기자 등 쟁쟁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어상담소는 국어에 관한 것은 무엇이나 물어볼 수 있으며, 한글맞춤법에 대한 공부는 물론 글쓰기 자문까지 가능하다. 실제 많은 사람은 자기가 쓴 글에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잘 모른다. 특히 일본투, 번역투의 말에 찌들어 글이 엉망이 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청와대 누리집에 오른 대통령 연설문에도 잘못이 나타나고 있을 정도이다.
이 나흘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박물관 입구 안내창구에 마련된 국어상담소에 들러보길 권한다. 여기서 친절한 국어상담원들을 만날 수 있다. 좀 더 자세한, 좀 더 지속적인 도움을 받기 원한다면 '국어단체연합 국어상담소'의 누리집(http://barunmal.org, 한글주소 '국어상담')이나 전화 02-738-9494로 문의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국립중앙박물관 : www.museum.go.kr, ☎ 02-2077-9000
국어단체연합 국어상담소 : http://barunmal.org(한글주소 ‘국어상담’), ☎ 02-738-9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