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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관련 대구지역 방송뉴스 보도(위로부터 KBS대구총국, 대구MBC, TBC
방폐장관련 대구지역 방송뉴스 보도(위로부터 KBS대구총국, 대구MBC, TBC ⓒ KBS/MBC/TBC
지역언론의 방폐장 뉴스를 분석 결과를 몇 가지로 요약한 것이다.

지난 해 부안사태의 교훈에서 언론이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지역민들은 기성언론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고, 결국 부안군민들이 스스로 <부안독립신문>을 창간했다. 지역언론이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한 대표적인 경우다.

그렇다면 이번 방폐장 유치를 두고 대구경북지역 언론이 벌인 '찬성여론몰이'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대표적인 경우가 포항이다.

포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경북일보. 핵폐기물처분장 포항유치 반대 대책위원회(반대대책위)는 9월부터 경북일보 앞에서 항의농성을 벌이고 있고, 급기야 반대대책위 사무실을 경북일보 앞에 설치해버렸다.

이들은 "㈜한국수력원자력 기관지 경북일보의 왜곡 편파보도에 항의한다"는 기자회견과 함께, 향후 '취재와 인터뷰 거부 및 경북일보 안보기 운동'도 전개할 태세다.

지역 기자들 '찬성 측 행사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지역신문은 기획특집 시리즈 '방폐장만이 살길이다' '방폐장, 그것이 궁금하다' 등을 통해 산자부나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느라 정신없었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대구KBS방송총국은 '시사토크 알고 싶었습니다'를 통해 '방폐장 유치, 투명성과 안정성'을 주제로 조석 원전사업기획단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또한 방송뉴스에서는 '방폐장 유치 측면 지원 잇따라' '남은 건 찬성률' '방폐장 유치지역, 세계적 도시 육성' '방폐장 민심 잡기 총력적' '방폐장 유치, 농민단체 설득이 열쇠' ' 방폐장은 동해안이 적지' '방폐장 파급효과 최대 22조' '방폐장으로 농산물 값 영향 없어' 등을 통해 '방폐장의 긍정성'을 홍보하기에 바빴다.

언론사 기자들은 "찬성 측 행사와 정보가 많기 때문에 보도량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언론이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역부족이다.

"반대론자, 반대를 위한 반대뿐이었을까?"

부안도 그랬고, 그 이전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방폐장 유치와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항상 대립되었다. 유치론자들은 '지역경제발전'을, 반대론자들은 '위험하다, 지역민의 피해'를 이야기해왔다. 이 둘은 쌍방의 주장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되는 과정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시민들은 엄청난 정보물량이 쏟아지는 '찬성, 발전'쪽 주장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반대론자들에 대해서는 환경보전만을 요구할 뿐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는 편견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정말, 반대론자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외쳤을까?

그렇지는 않다. 지역방송 3사에서는 찬성쪽으로만 기운 뉴스와는 달리, 다양한 토론프로그램을 통해 반대론자들이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제공했다. 또한 토론을 통해 뉴스에서 채 보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사실들이 발굴되기도 했다. 그 내용을 종합해본다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편견이 설득력을 잃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이 놓치고 있는 몇 가지 사실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8월 28일 TBC <월요스페셜>의 끝 부분에 경주 월성원전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의 인터뷰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경주지역 방폐장 후보지역의 주민이기도 했다. "원전과 이웃하면서 20여 년 동안 피해를 고스란히 당하고 있다. 처음에 부지를 매수할 때, 지역민들에게 제시된 조건은 최우선적으로 채용, 학자금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지켜지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도 있다. '방폐장을 유치로 지역사회가 발전하고 있다'는 대표적 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일본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다. 포항의 경우, 시의원들이 초기에 '유치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가 이곳을 방문한 이후 '찬성' 쪽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본방문 프로그램이다. 해당 지역민을 만나고 왔는지, 실태조사를 제대로 했는지가 해당의원, 시민들의 주요한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이 일정에 대해 따끔한 지적이 있었다.

10월 17일 포항MBC에서 진행된 토론프로그램에서 일본을 방문했던 한 시의원은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지만, 로카쇼무라에 머문 것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2시간밖에 없었다. 주로 홍보관을 둘러봤을 뿐이고, 마지막 날은 일본을 관광했다. 지역주민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은 모두 빠져버렸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로카쇼무라와 관련된 홍보자료에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았다는 지적에 찬성측 관계자가 이를 인정하기도 했다.

지역언론의 존재이유, 또 다시 버릴 것인가?

이번에 지역언론 대부분은 방폐장 유치를 위해 '올인'했다. 물론 찬성측 주장이 많았을 수 있고, 언론사가 판단하기에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언론이 잊지 말아야 할 주요한 사실이 있다.

아무리 '찬성'측 주장이 옳다고 하더라고, 주장을 근거 사실이 정확한지 점검해야 하고,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선진지 견학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했어야 했다. 또한 정부에서 '지역발전'을 떠벌리고 있지만, 과거 정책집행과정에서 오류여부를 여론화시키고 정부의 장밋빛 공약에 피해 입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제2, 3의 피해자를 막아야 했다.

이 모든 사실을 덮은 채 '방폐장 찬성' 여론몰이에만 '올인'했던 지역 언론. 처음으로 선택된 '주민투표제'를 엉망으로 만드는 데 지역언론의 역할은 너무 컸었다.

덧붙이는 글 | ※ 대구경북시민신문 <매체비평>에도 공동게재됩니다.

허미옥 기자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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