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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복장으로 사탕을 얻으러 다니는 꼬마 귀신들
괴상한 복장으로 사탕을 얻으러 다니는 꼬마 귀신들 ⓒ 김훈욱
퇴근 후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니 얼굴에 물감을 칠하고 괴상한 모자를 쓴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왜 저런 복장을 하고 있을까?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금방 할로윈 데이라는 것을 알았다. 작년에 할로윈 데이를 모르고 집에 있다가, 찾아오는 악동들을 돌려보내느라 땀을 뺀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작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돌아나가 슈퍼에서 여러 가지 사탕을 여유 있게 사 가지고 집으로 갔다. 나이 어린 불청객이지만 이왕 찾아오는 손님들이니 기분 좋게 해서 돌려보내자는 생각을 하면서.

할로윈 데이의 기원

할로윈 데이는 아일랜드의 전설에 기원을 두고 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중 골와르족에 대한 전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할로윈 데이가 11월 1일 즉, '성자의 날' 바로 전날인 10월의 마지막 날이 된 것은 기독교가 전래되기 전인 1세기 중반부터라고 한다. 당시 골와르족이 사용하는 월력으로는 10월 31일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11월 1일부터 새해가 되었다.

태양신을 믿는 골와르족은 10월 31일이 되면 모든 아궁이의 불을 끄고 나쁜 귀신을 몰아낸 다음 성스러운 신을 불러오기 위해 새로운 불을 피우는 의식을 가졌다. 각 가정의 가장들은 이렇게 피운 성스러운 불씨를 가져가 자신의 집에 불을 피운 다음 태양신에게 감사하는 축제를 시작했는데, 이 축제 때 귀신들이 겁을 먹고 도망가도록 무섭게 분장을 했다.

어린이들이라 남이 가진 과자에도 관심이 많다
어린이들이라 남이 가진 과자에도 관심이 많다 ⓒ 김훈욱
시간이 흐르면서 11월 1일이 모든 성인들의 날(All Hallow's Day)이 되었고 하루 전인 10월 31일을 '할로우의 이브'라고 바꿔 부르다 어느새 할로윈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할로윈 데이의 상징은 뭐니 뭐니 해도 '잭 오 랜턴(Jack O'Latern)'이다. '잭 오 랜턴'은 호박의 속을 파내 악마의 모습으로 자른 다음 촛불을 켜는 호박등을 말하는데, 이 풍습이 생긴 것은 잭이라는 사람이 저승사자를 골탕먹인 것에서 발단이 되었다.

아일랜드에는 잭이라는 인색하고 교활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술을 마시고 있는 잭의 앞에 영혼을 요구하는 저승사자가 나타났다고 한다. 교활한 잭은 악마를 꾀어 술을 마시게 하고, 술값을 지불하기 위해 악마가 동전으로 변장하자 자물쇠가 달린 자신의 가방에 저승사자를 가두어 버렸다.

1년간은 자신을 찾아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저승사자를 풀어줬기 때문에 1년을 더 살게 된 잭은 다음해에 찾아온 저승사자를 다시 골탕을 먹이게 되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저승사자는 나중에 잭이 죽어 저승사자 앞에 갔을 때 추운 겨울밤 암흑을 떠도는 유령으로 만들어 버렸다.

천국으로 가지 못하고 추위 속을 방황하던 잭은 저승사자에게 사정하여 숯을 얻어,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 호박의 속을 파내어 그 속에 숯을 넣어 랜턴을 만들었다. 이것이 '잭 오 랜턴'이고 나중에 할로윈 데이의 상징이 되었다.

"너는 귀신이 아니고 천사다"

집에 돌아와 옷도 갈아입기 전에 찾아온 꼬마귀신들에게 듬뿍듬뿍 사탕을 집어 주었는데 금방 벨이 울렸다. 이번에는 다른 사탕을 주었더니 금방 "우리도 누룽지사탕 주세요"하는 반응이 돌아왔다.

"누룽지사탕이 있는지 어떻게 아니?"
"먼저 다녀간 애들이 가보라고 했어요."

이 귀여운 꼬마 귀신들이 누구네 집에 가면 어떤 사탕을 준다는 정보를 주고 받는 모양이었다.

귀신이라기 보다 천사처럼 분장한 소녀
귀신이라기 보다 천사처럼 분장한 소녀 ⓒ 김훈욱
이렇게 몇 차례의 꼬마귀신들이 다녀가고 사탕도 얼마 남지 않았을 즈음에 찾아온 귀신의 모습은 귀신이라기보다 천사의 모습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 귀여운 귀신은 처음부터 "스카치캔디를 주세요"하며 떼를 쓰는 것이었다.

"이제 스카치캔디가 없는데 어쩌지?"
"스카치캔디를 준다고 해서 왔어요. 내놓지 않으면 장난을 할 거예요."

이제는 귀여운 협박까지 하고 있었다.

"너는 귀신이 아니고 천사 같은데 무슨 장난을 하니?"
"…그래도 할 거예요…."

이런 승강이를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왔다. 알고 보니 천사 귀신의 어머니였다. 어머니에게 들은 사연은 이랬다.

꼬마 천사 귀신은 초저녁부터 열심히 다닌 덕분으로 사탕도 많이 얻었지만 다리가 아파 집에서 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애들이 좋아하는 스카치캔디를 얻어 오는 것을 보고서 다시 복장을 갖춰 나섰고, 어머니는 안전이 염려되어 몰래 뒤를 밟아 왔던 것이었다.

결국 이 천사 귀신에게 스카치캔디 대신 남은 사탕을 모두 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아무튼 할로윈 데이 때문에 화제가 만발한 즐거운 시월의 마지막 밤이 되었다. 어린이들도 공부를 잊고 즐겁게 보낸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김훈욱 기자는 현재 말레이시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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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현지의 풍습과 전통문화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정보와 현지에서의 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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