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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옥
2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서울 도봉구 도봉도서관에서 동화작가 황선미씨가 <마당을 나온 암탉> 독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독자층을 대변하듯 유아부터 70세 이상의 독서 모임 동아리 회원까지, 100여명이 작은 시청각실을 가득 채워 열기를 더했다.

작가 황선미씨는 작가가 된 배경에서부터 독서와 글쓰기, 작품 구상의 방법에 이르기까지 독자나 작가 지망생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들려주었다.

▲ 황선미 작가
ⓒ 이명옥
그는 "공부하지 않은 사람과 공부한 사람은 인격의 완성도에서 차이가 난다. 공부는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단지 학교 공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상대방 배려하기, 남의 말을 잘 듣는 습관 등 어떤 시간 어느 장소에서든 공부는 도움이 된다"며 공부가 주는 즐거움, 창작원동력인 사람들과의 부딪힘과 만남, 그가 추구하는 글쓰기에의 갈망을 솔직담백하게 풀어 놓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그가 <마당을 나온 암탉>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두 가지의 다른 삶’이라고 한다. 죽어서 영혼이 떠오르는 ‘잎싹’을 통한 가치 성취의 이상적인 삶과 새끼에게 먹이려고 죽은 ‘잎싹’을 물고 고단한 생존경쟁의 삶으로 돌아가 안주하는 족제비의 현실적인 삶이다. 흔히 암탉 ‘잎싹’을 ‘모성본능’을 표현한 것으로만 받아들이는데, 엄마의 모성만이 아니라 한 개체의 자의식, 희생, 죽음이 주는 여성 남성 모두를 포괄한 넓은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자운초등학교 2학년 슬기반 이광재 어린이가 "저는 남의 자식이지만 사랑을 주면 자기 자식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른들은 만족하지 못해서 다른 것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래요. 어느 것이 맞나요?"라고 묻자, 황 작가는 "만족하지 못해서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잎싹’의 이야기가 전체적인 것이라면, 남의 자식이지만 사랑을 주면 자기 자식과 마찬가지라는 것은 포함된 일부 이야기지요"라고 답했다.

"어린 시절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지 어린이들에게 소개를 해달라"는 한 주부의 요청에 황 작가는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일본판을 그대로 번역한 세계문학전집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창작동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고전이 시대를 넘어 읽히고 감명을 준다는 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목도 모르면서 읽었던 세계문학전집을 통해 안다는 즐거움, 책 속에서 접한 낯설고 이국적인 경험 등이 내 생애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확신한다. 흔히 엄마들이 만화책을 우려하는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어린이들의 기본적인 능력을 믿어줘라. 난 만화책 무척 많이 읽었다. 설사 만화나 나쁜 책이라 하더라도 그 책을 통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명옥
사회자의 "어떤 배경이 있어서 이런 동화를 쓰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황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어렸을 적에 무척 많은 책을 가리지 않고 읽었다. 나는 그 책들을 통해서 갈망하는 것들을 충족했고 기억을 지켜내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나중에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 줄거리나 결말을 바꾸어 보기도 했다. 독서가 글쓰기를 낳았고 모방이 결국 창작의 세계로까지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책보다 더 중요한 글쓰기의 원천은 사람과의 관계이다.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것, 닮고 싶은 사람, 무엇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사람, 자신을 능력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다. 지금은 더 많은 책을 읽지만 6학년때 신들린 듯이 읽었던 그 열정적인 마음은 다시 일지 않는다. 그래서 어릴적 독서가 중요한 것 같다."

창경초등학교 6학년 한 어린이가 "동화작가가 된 계기, 어릴 때 꿈도 동화작가였나? 언제 가장 힘든가?"고 묻자 황 작가는 "6학년 때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후 한번도 그 꿈이 변한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래서 20대, 30대, 40대에 늘 글을 쓰는 문예창작과에서 공부를 했다고.

책 읽는 서울은

'한 도시에서 한 책 읽기( One City One Book)' 운동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문화재단이 기초 예술을 살리는 일환으로 '책 읽는 서울' 독서 운동을 시작한 지 2년 째를 맞이한다.

1년 전 서산에서 출발해, 올해는 2005년 7월 7일 정독도서관에서 열린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워크숍을 시작으로 11개 시립도서관과 5개의 구립도서관이 참여하여 '한 도서관 한 책 읽기'와 '찾아가는 독서 낭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작가와의 프로그램도 그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작가나 독자층 등 선정 대상은 독서지도교사, 성인독서회, 아동독서회, 사서 등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아 최종 결정한다. / 이명옥
다시 공부를 하라고 해도 글을 쓰기 위한 공부를 할 것이라며. 대학에서 시, 소설, 희곡을 배웠을 뿐, 아동문학은 배우지 않았다고 했다. 동화는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동화책을 사서 읽어주면서 다시 만났다. 잊어버린 동화를 다시 만나서 “아 이런 장르의 책이 있었지”라며 자신을 경이롭게 했던 동화를 쓰기로 결심했다고. 또 주부로, 작가로, 남성이나 전업작가만큼 시간을 내기 쉽지 않다며 원하는 대로 글이 쓰여지지 않을 때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학부모의 "청소년기 엄마로서 초록머리의 갈등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청소년기 자녀를 둔 엄마로서 작가는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진로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자녀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마음이 부모인 내게도 필요한 일이고 시간이라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한 문예창작과 지망학생은 황 작가의 비극적 결말이 의외라며 <마당을 나온 암탉>이 어린이들에게도 해독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황 작가는 "동화에서는 항상 해피엔딩의 결말을 기대한다. 문제 의식을 제기하려는 소재를 잡았다면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문제의 진실을 이야기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진실을 이야기하면, 결론이 행복이냐 불행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또 해독이 가능한가가 아니라 다양한 독자층이 수용할 수 있는 작품을 쓸 작가적 역량이 있는가를 자문해야 할 것이다"라는 말로 자신의 생각을 요약했다.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정적으로 질문을 하는 어린이들과 어른들을 보며 이런 시도가 지역마다 활성화되어 독서의 저변 확대에 힘을 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명옥

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사계절(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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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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