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사진클럽 동료와 함께 핏빛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피아골을 다녀왔다. 교통이 혼잡할 것에 대비해서 아침 일찍 광주에서 출발하니, 오전 8시경에는 피아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구름다리를 지나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며 사진 촬영을 하려는데 햇볕이 순광이다. 사진촬영에서 순광은 기념사진 찍을 때 주로 사용하고 작품할 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사용하지 않는 광선이다.
"광선이 순광이네요…."
"그러니까… 오후 빛이 좋겠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겠지."
"올라가면서 아래쪽을 보면서 찍어보죠."
이렇게 간간히 대화를 나누며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단풍의 빛깔이 고운 나무를 찾아 가로형으로도 찍고, 카메라를 세워서 찍어보기도 하고, 렌즈를 바꾸어가면서 촬영을 했다. 문득, 계곡을 오르는데 잎사귀가 말라 있는 단풍이 눈에 띄었다. '벌써 단풍이 지고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위쪽은 더 심할 것 같았다.
"여기 보세요! 단풍이 말라 비틀어졌어요!"
"그렇군. 여기가 진걸 보면 위쪽은 촬영할 단풍이 없겠어. 그만 올라가세."
내려오는 길은 등산객들이 하산하는 길을 선택했다. 내려오는 길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각자의 포즈와 표정으로… 그들을 보면서 주변 경관을 살피는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핏빛 단풍이었다.
"어, 저 단풍 색이 꼭 핏빛이네."
단순히 핏빛이라고 하기엔 너무 황홀한 빛깔에 놀라며 사진 촬영을 했다. 정말 가을의 묘미인 단풍의 맛은 이런 표현할 수 없는 빛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골은 역사적으로 임진왜란, 여순사건, 6ㆍ25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곳이다. 그 수많은 영혼들이 이런 빛깔의 단풍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