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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충국씨 사건을 보도한 <조선일보> 7일자 기사.
고 노충국씨 사건을 보도한 <조선일보> 7일자 기사.
고 노충국씨 사건을 보도한 <중앙일보> 7일자 기사.
고 노충국씨 사건을 보도한 <중앙일보> 7일자 기사.
국방부의 5일자 발표는 자진해서 나온 게 아니다. 국방부 발표 이전에 윤광웅 국방장관의 진상조사 지시가 있었고, 윤 장관의 진상조사 지시 이전에 인터넷상에서 꾸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국방부의 발표는 등떠밀려 나온 것이다.

그렇기에 국방부 발표는 '단순 전달'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검증 대상'이다. 하지만 대다수 신문에게 '검증'은 녹록한 일이 아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의 흐름을 타지 않았기에 독자에게 맥락을 짚어주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 신문은 변형된 방법을 택했다. 고 노충국씨 사건일지를 정리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하나 더 있다. 이 대위의 단독행위라는 국방부 발표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는 식의 '한줄 걸치기'가 그것이다.

이 '한줄 걸치기'가 '한발 걸치기' 차원이어서 여차하면 다른 한발도 마저 내딛는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럴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그럴 열의가 있었다면 이런 뒷북치기 보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다수 신문은 고 노충국씨 사건이 불거졌을 때 이를 묵살했다. 국방부가 고 노충국씨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긴급 브리핑을 했을 때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심지어 고 노충국씨가 유명을 달리했을 때도, 고인의 장례식이 치러졌을 때도 고개를 돌렸다.

왜 침묵하느냐는 질문에 기자들은 이렇게 말해왔다. "남아있는 의무기록과 군 관계자의 해명을 보면 반드시 군 당국만의 책임이라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군의 대처와 위암 말기 처지 사이의) 인과성이 떨어진다". 한 기자는 심지어 "대단히 무모한 동시에 자신들의 입지를 재확인하려는 조작"이라고까지 말했다.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의 최진순 기자에게 쏟아낸 국방부 출입기자들의 말이다.

국방부가 진료기록 조작 사실을 시인한 마당에 이들 기자의 말에 일일이 토를 다는 건 무의미하다. 이미 판정은 내려졌다.

결과론적 비판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될 법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기자들이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 고 노충국씨의 부친은 진료기록 조작의혹을 제기하고 있던 터였다. 기자가 판관이 아니라면,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다면 얼마든지 취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고 노충국씨 사건 보도의 본질은 "자신들의 입지를 재확인하려는 (인터넷언론의) 조작"이 아니다. "자신들의 입지를 방어하려는 종이신문들의 침묵"이 본질이다.

여론을 만드는 국민은 종이와 인터넷을 가리지 않는다

고 노충국씨 사건을 보도한 <한국일보> 7일자 기사.
고 노충국씨 사건을 보도한 <한국일보> 7일자 기사.
고 노충국씨 사건을 보도한 <동아일보> 7일자 기사.
고 노충국씨 사건을 보도한 <동아일보> 7일자 기사.
그 결과는 참담하다. 한 종이신문 기자는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언론) 기자들이 언론으로 둔갑해 기사를 마구 쓰고있어 언론 전체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주범"이라고 혹평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종이신문 기자들이 '흘러간 권위'에 마취돼 국민의 알권리마저 외면함으로써 언론 전체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주범"이 됐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종이신문의 '침묵 카르텔'이 너무도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인터넷언론의 연이은 보도로 여론이 조성됐고, 그 결과 국방부를 움직였다. 고 노충국씨 보도를 "조작"이라고 주장한 종이신문 기자는 "인터넷언론이 네티즌 의견을 여론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비난했지만 결과적으로 네티즌 의견은 여론이 됐다.

이 현상은 뭘 뜻하는가? 의제를 누가, 언제 설정하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한 것은 설정된 의제가 공공의 이익과 국민의 삶과 직결돼 있는가 여부다. 물론 그 바탕에는 의제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사실성 여부다. 이 두 조건이 갖춰진다면, 여론을 만드는 국민은 종이신문과 인터넷언론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히 확인됐다.

국방부에 남은 문제는 진료기록 조작 주체를 명백히 밝히는 일, 그리고 부실덩어리인 군의료체계를 다시 손보는 일이다.

종이신문에 남겨진 문제도 크다. 부실덩어리로 드러난 아이템 판단능력 뿐만이 아니다. 더 나아가 종이신문만의 '급조된 카르텔'이 시장에서 배척당하는 뼈아픈 사실 앞에서 언론의 정도가 뭔지를 되새기는 일과 함께 경쟁력 강화 요인이 뭔지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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