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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모쉬냐거는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의 시민기자다. 모쉬냐거 기자는 지난 6월 오마이뉴스가 서울에서 주최한 '세계시민기자포럼'에 프랑스 시민기자로 참가한 바 있다. <편집자주>
▲ 6일 파리 서쪽 아르장퇴유에서 젊은이들이 한 불타는 오토바이 옆을 지나가고 있다.
ⓒ AP=연합뉴스
클리시-수-부아는 파리의 음울한 교외 지역중 한 곳이다. 실업률은 40%에 달하고 길거리에서 가게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으며, 주민들은 대부분 북-서부 아프리카에서 온 이주민들이다. 정치인들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 이곳 주민들은 지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점점 소외되어 왔다. 프랑스 정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겠다며 많은 예산이 투입될 거창한 계획을 발표하곤 했지만 지금까지 이곳에 경찰을 보내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

프랑스 전역의 셀 수 없이 많은 교외 지역이 클리시-수-부아 같은 처지로 전락했다. 이제 프랑스 마약 산업의 심장부로 변한 이들 지역에서 범죄 집단의 자금과 무기가 유통되고 있다.

프랑스 주류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채 버림 받은 이들은 자기들끼리 무리를 지어 살아왔다. 폭력과 증오의 중심에 서 있는 이슬람 광신도들은 지금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출신들을 추종 세력으로 포섭하는 중이다.

이번 소요 사태는 주로 14세에서 25세 사이의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 장년층, 종교 지도자 및 노동자와 각 도시의 시장 등을 중심으로 평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젊은 폭도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구역을 속속들이 꿰고 있어 민첩하고 신속하게 난동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런 우범 지역에 출입조차 하지 않는 경찰은 이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폭도로 변한 젊은이들은 약속만 남발하고 이를 지키지 못한 프랑스 사회를 증오한다. 도시의 내. 외부와 단절된 이들에게는 동네에서 마약을 팔아 얻는 수입이 거의 전부다.

특별한 문화와 안목이 없는 이들에게는 TV나 영화가 문화 생활의 전부다. 이들은 프랑스 TV나 헤즈볼라 채널인 알 마나를 통해 이슬람의 저항운동을 접했으며 집에서는 아랍어를 사용하고 학교에도 가지 않는다. 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은 90% 이상이 이민자들이다.

이들은 경제적 혜택도 누리지 못했고 사회적 교류의 기회 또한 차단당했다. 이런 이들이 외부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야밤에 폭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지금 프랑스 정부는 내부의 불협화음으로 마비 상태다. 총리와 내무장관이 서로 대립하고 내무장관은 대통령과 맞서고 있다.

이번 소요는 국영 페리 여객선의 납치 사태로까지 비화된 코르시카 지역의 파업이 벌어진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파업 당시 마르세유를 비롯해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수 많은 항구들이 마비됐었다.

다수 프랑스 인들의 여론은 대권의 야심에 불타는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와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행태에 매우 비판적이다. 프랑스 정부는 곳곳에서 난타를 당해 지금 거의 마비 상태다.

지난 10월 27일 이번 소요 사태를 촉발시킨 두 소년의 사망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드 빌팽 총리의 대응은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는 것이 다수의 평가다. 사건 발생 이후 정부는 강경 발언과 유화 제스처 사이에서 종잡을 수 없는 태도를 보이며 날마다 실수를 연발해 갈수록 사태를 악화시켰다.

게다가 프랑스 언론은 연일 소요 사태를 톱뉴스로 다루었다. 초기에는 그저 안타까운 비극에 불과했던 이번 사건은 이윽고 빈곤과 소외, 국가적 탄압의 상징으로 비화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TV나 라디오, 신문 등 언론의 입맛에 딱 맞는 앵글이었다. 먼저 비극적 사건이 벌어졌고, 슬픔에 빠진 가족이 있으며 이들이 사는 쇠락한 동네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표피적인 보도에다 당국자들의 발언을 입맛에 맞게 편집하고, 파괴와 대치 상황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언론 역시 사태를 더욱 확대시켰다.

유례가 없는 심층 보도를 통해 신문들이 정부 공격에 나서면서 언론은 폭도들의 손에 면죄부를 쥐어주었다. 언론은 폭도화된 이들 소년들이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으며 모든 것을 증오한다고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이런 보도가 도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지만 사실 아무도 이런 사태를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다. 차량 방화 등 대부분의 폭력 사태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늘 자 구글 뉴스에서는 이번 프랑스 소요 사태와 관련된 소식을 모든 언어로 찾아 볼 수 있다. "파리 소요 사태"는 또 <테크노라티>의 검색어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발전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소요 사태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도 있지만 이들 지역의 주민들이 폭력과 방화, 약탈에 넌더리를 내고 있어 곧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 수 도 있다.

하지만 길거리에 경찰과 폭도들이 늘어남에 따라 그만큼 우발적이거나 혹은 고의적인 살상 사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사태가 이렇게 흘러간다면 상당 기간 최악의 상황이 지속될 수도 있다. 정부가 일치된 모습을 보이고 경찰이 책임 있고 냉정하게 처신한다면 프랑스 당국이 이번 사태를 진정시킬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만약이다.

프랑스는 더 이상 이런 상황이 필요치 않다. 이번 사태는 프랑스인에게 좌절감을 느끼게 만들고 있으며 희망을 뺏어가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길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프랑스인들은 얼마든지 낙관적인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 드골 대통령이 집권 시절 그렇게 영도력을 발휘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이런 역할을 해 줄 지도자가 아무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번역: 민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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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verty, Isolation Fan Flames of French Riots

프랑스 소요사태 일지

(파리 AP=연합뉴스) 지난 달 27일 파리 북동쪽의 클리시-수-부아에서 촉발된 아프리카계 빈민가 청년들의 소요사태가 6일(현지 시간)로 열하루째에 접어들면서 프랑스 정부가 비상 치안대책회의를 소집하고 단호한 대처를 천명하고 나섰으나 서부와 남부의 일부 도시들에서 차량 방화가 계속되는 등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소요 사태 관련 일지.

▲ 10월 19일 =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 교외 폭력 행위에 '가차없는 전쟁'을 치르겠다고 선언.

▲ 10월 27일 = 클리시-수-부아에서 경찰의 검색을 피해 달아나던 두 소년 부나 트라오레(15)와 지에드 베나(17)가 변전소 담을 넘다 감전사.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한 청년 수백명이 차량 23대를 불태우고 상점 등을 공격하면서 경찰과 투석전.

▲ 10월 28일 = 클리시-수-부아에서 청년 수백명이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등 충돌. 경찰을 향해 사격이 있었으나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음. 13명이 체포되고 차량 29대 소실.

▲ 10월 29일 = 주민 500명 침묵 시위. 야간에 폭력사태 재발돼 차량 20대에 방화.

▲ 10월 30일 = 경찰 최루탄이 이슬람 사원에 발사돼 무슬림 사회 분노 증폭.

▲ 10월 31일 = 클리시-수-부아와 인근 교외 지역에서 청년들과 경찰 충돌. 차량 68대 방화로 불타고 19명 체포됨.

▲ 11월 2일 = 자크 시라크 대통령 진정 촉구, "존중없는 행위로 위험한 상황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 빌팽 총리와 사르코지 내무장관 해외 방문 일정 취소.

파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22개 교외 소도시들로 소요 확산. 북쪽 교외 세브랑에서 청년들의 버스 공격으로 버스에 타고 있던 56세 장애 여성 중화상.

차량 315대 불타고 15명 이상 체포됨. 경찰과 소방관들에게 실탄 4발 발사됐으나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음.

▲ 11월 3일 = 경찰 '변전소 담 넘다 감전사한 부나 트라오레(15)와 지에드 베나(17)를 추격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두 소년의 사망에 경찰이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요지의 임시 수사 보고서 발표. 파리 교외에서 차량 520대 방화.

▲ 11월 4일 = 청년들 차량 750대에 불을 지르고 의료 보조원들에게 돌팔매질하는 등 폭력사태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 경찰 현장에서 200여명 체포.

▲11월 5일 = 소요 사태, 열흘째에 접어들면서 파리 중심가에서도 방화 사건이 일어나는 등 전국으로 확산 조짐을 보임. 이날 파리에서 35대를 비롯해 전국에서 1천295대의 차량이 불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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