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가 쌀비준안 처리 문제를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초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단과의 조율을 거쳐 16일 본회의에서 쌀 비준안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정부참여 촉구 결의안을 함께 처리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9일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를 만난 박 대표가 다음날인 10일 오전 비준안 처리 연기를 검토하자고 발언하면서 그림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16일 상정을 추진하고 있던 원내대표로서는 뜻밖의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박 대표가 문제의 발언을 했던 10일 강 원내대표는 당내 소장파그룹인 수요모임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하느라 이 회의자리에 없었다. 뒤늦게 박 대표의 발언을 알게된 강 원내대표는 "강기갑 의원의 단식을 중단시키려면 빨리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다음날인 11일 아침 강 원내대표는 자신이 주재하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일부러 쌀협상비준안을 빨리 통과시킬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늦춘다고 해서 반드시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박 대표의 전날 '연기 검토' 발언에 대해 선을 그었다.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다.
강 원내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16일에 쌀비준안과 인권결의안 2개를 같이 처리하려고 했다"며 "박 대표가 립서비스 정도만 했으면 됐는데, '검토'를 얘기하면서 어긋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원칙 아니냐"면서 "14일 의총에서 결정하겠지만, (우리는) 16일 본회의서 처리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 당직자는 "16일 처리는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기갑 의원이 단식을 하고 있고, 당내 농촌 출신의원들도 반대하고 있는데다, 17일 시작되는 에이펙 전날에 굳이 쌀비준안을 처리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