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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흘러 12시가 다 되어서야 조금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남편은 배가 고플까봐 이것저것 챙겨주려고 했지만, 사실 배도 고프지 않았다. 그저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눕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나온 가게가 손님이 많아서 기분 좋았다. 손님이 없었으면 몸은 몸대로 피곤했을 것이고, 마음도 안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손님이 많았으니 몸이 피곤했어도 마음은 좋았던 것이 아닐까?
힘들다고 투정을 하며, 남편에게 한마디 해주었다.
"내가 와서 오늘 손님이 많은 거야!"
일이 다 끝나고 나는 남편에게 아르바이트비를 달라고 졸랐다. 남편은 아르바이트비는 무슨 아르바이트비냐며 못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계산대 위에 놓여진 판매용 '들쭉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아르바이트비 대신이라며.
사실, 밤에 집에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면 남편이 전화를 못받을 때가 있다. 몇 번 전화를 해서 통화가 되면 바쁘다며 잠깐 받고 그냥 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속으로 '전화 한통 받을 시간도 없나!'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늦은 귀가에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며 진심으로 힘들 거라고 속깊이 생각해본 지도 꽤 오래 되었음을 고백한다.
일요일엔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몸은 찌뿌둥하고 피곤이 남아 나른한 일요일이 되었지만, 남편과 함께 가게에서 남편의 일을 도우며 남편을 조금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아무리 부부라고 하더라도 서로 하고 있는 일을 직접 해보지 않으면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이렇게 서로의 일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집에와서 가져온 들쭉술을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그 술을 마실 때면 고생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떠오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