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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새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염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새들을 부르는 아저씨의 숨은 비밀은 손바닥에 올려놓은 새의 먹이이다. 그러나 먹이만으로 새를 부를 순 없는 노릇이다. 사람이 내민 손바닥의 먹이는 새들에겐 매우 위험스런 유혹이기 때문이다.
새들이 그 위험을 마다하고 아저씨의 손끝으로 날아드는 것은 보면 아저씨는 먹이로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새들과 나누는 것이 분명했다. 지나는 배고픈 길손에게 밥 한끼를 스스럼없이 나누는 우리네 인정과 같은 것이다. 같은 먹이도 마음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위험한 유혹이 되기도 하고 따뜻한 나눔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일행 중 홍순일씨가 아저씨가 쌓아놓은 신뢰에 기대어 새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새들은 우리들이 갖고 있던 땅콩은 멀리 외면했다. 대신 아저씨가 자신이 챙겨온 먹이를 나누어 주었다. 아저씨의 보증은 곧바로 새들에게서 효험을 발휘했다.
야생의 자연은 항상 우리와 일정 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거리가 이렇게 좁혀지기도 한다. 그때면 우리는 손끝으로 날아든 자연이 신기하기만 하다.
홍순일씨 얘기에 의하면 새가 먹이만 낚아채서 곧바로 날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먹이를 물고는 한번 자신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더라고 했다. 이제 새는 팬 서비스의 예의까지 익혔음이 분명했다.
새에게 먹이를 주며 모두가 즐거워했다. 나눔은 즐거운 것이다.
홍순일씨의 딸 하은이도 손끝에서 새의 무게를 느껴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아저씨가 입술을 모아 휘파람을 불면서 새들을 불러주었다.
홍순일씨의 아들 진표는 새가 손끝에 앉자 놀라서 손을 오므렸다. 그러자 아저씨가 손을 잡아주었다. 덕분에 진표도 새에게 먹이를 나누어 줄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