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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자연스럽게 부시 대통령에게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것을 권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0일 칠레 산티에고에서 열린 2004년 에이펙 정상회의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자연스럽게 부시 대통령에게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것을 권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0일 칠레 산티에고에서 열린 2004년 에이펙 정상회의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 백악관 홈페이지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주변 4강과 연쇄회담 일정에 돌입한다.

17일에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18일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그리고 19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과 모두 만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이번 연쇄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6자회담이 중대한 길목에 서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6개국은 지난 4차 회담에서 진통 끝에 공동성명 채택에 성공했지만, 북미 양측의 신뢰 부족과 이행 절차 및 수준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1단계 5차 회담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주변 4강과의 정상회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한미정상회담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향후 6자회담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재편기에 돌입한 한미동맹도 중요한 의제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양국은 공동성명보다 한 단계 높은 공동선언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공동선언에는 ▲한미동맹의 강화·발전을 중심으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공동 노력 ▲경제통상 및 인적교류 발전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북한에 명확한 평화공존 의지 전달해야 한다

중대한 국면에 접어든 6자회담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서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명확하게 평화공존 및 관계정상화 의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공존 및 관계정상화 의사가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대북 경제제재의 수위를 높이고 핵문제가 해결된 다음에도 관계정상화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의도에 대한 북한의 불신을 자극함으로써 북한이 핵포기라는 전략적 선택을 내리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이 핵문제가 해결된 다음에도 인권, 미사일, 생화학무기, 재래식 군사력 등 다른 문제들을 들고 나오면서 평화협정 체결, 테러지원국 및 경제제재 해제, 북미 수교 등 이른바 '근본문제' 해결에 미온적으로 나온다면, 북한으로서는 핵을 포기할 동기가 그만큼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대폭 수정될 필요가 있고, 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이러한 점을 주지·설득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맥락에서 제기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아울러 지난 6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평양 방문이 남북관계 정상화와 6자회담 재개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미국도 고위급 특사를 평양에 보내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여는 방안도 권고할 필요가 있다.

'군비증강'식 한미동맹 강화는 한반도 평화제제와 상충된다

최근 한미관계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 한미동맹 재편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작전계획 5029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미국의 전략적 목표 및 이해관계가 강하게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군사동맹은 '공동의 적'을 상정한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제 구축과는 상충할 수밖에 없다. 한미 양국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간 안보를 '지향'한다면, 군비증강 및 예방적·선제적 군사개입을 골자로 하는 한미동맹의 강화는 '지양'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역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국방비가 북한의 GDP에 육박하고, 미국의 국방비가 미소 냉전기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근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모두 '강병주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역사적인 흐름과 시대적인 요구는 군비증강에 기초한 한미동맹의 강화·발전이 결코 아니다. 하루아침에 동맹관계를 해소하는 것이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면, 최소한 한미동맹 재편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동북아 다자간 안보 실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동맹의 강화·발전은 쉽게 합의할 문제가 아니며, 고위급 전략 대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만나지 못한 사람은 노무현-김정일, 김정일-부시 뿐

현재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 가운데, 서로 만나지 못한 사람은 노무현-김정일, 김정일-부시 뿐이다.

국가간의, 특히 적대관계가 있는 나라들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정상외교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남북·북미 정상회담도 회담 의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자연스럽게 부시 대통령에게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것을 권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는 한, 참여정부의 정상외교는 결코 완성될 수 없다. 이는 부시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북한의 정책결정과정에 있어서 김 위원장의 결단이 갖는 위력을 고려할 때, 남북·북미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 및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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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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