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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사면을 요청할 계획인 로버트 김씨.
자신의 사면을 요청할 계획인 로버트 김씨. ⓒ 김범태
고국 방문 열흘째를 맞고 있는 로버트 김(65·한국명 김채곤)은 "미국으로 돌아가면 공민권 회복을 위해 다시 사면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미국 법원의 보호관찰 집행정지 결정으로 9년 8개월 만에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투표권 등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

김씨는 최근 자신의 고향인 여수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와 만나 "나의 명예를 다시 찾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는 대로 사면국에 사면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처럼 내 스스로 준비하고 법적으로 대응해 갈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김씨는 "사면은 내가 전과자의 신분을 벗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며 "사면이 되면 금융기관에서의 신용 문제 등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1996년 국가기밀누설혐의로 구속되면서 공민권이 상실된 처지로 이 때문에 현재 투표도 할 수 없으며, 신용거래 등 미국 시민권자로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 월급과 세금환급금, 연금 등을 모두 환수당하고 1998년에는 파산신청까지 할 수밖에 없을 만큼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미 법무부 사면국에서 사면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그는 박탈됐던 연금 수혜는 물론, 미국 시민권자로서 권리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데다 김씨의 사건이 기밀유출과 맞물려 있어 미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로버트 김은 수감 중이던 지난 2002년 "내가 건네준 정보를 받은 나라는 미국의 맹방이고, 그 정보가 미국안보에 하나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며 관계 당국에 사면요청서를 냈지만, 사면국은 "수감생활이 거의 끝나간다"며 심사를 하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김씨는 수감생활 도중 이외에도 같은 미국시민으로서,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과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 사이에 형량이 다르다며 형평성에 어긋난 법 적용을 두고 항소하는 등 홀로 법정과 투쟁한 바 있다.

"지금도 감시 받는 것 아닌지 두려워"
수감 후유증 앓는 로버트 김

▲ 수감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로버트 김.
ⓒ이병선
10년 만에 고향인 전남 여수를 찾아 문중 시제와 지인들을 만나고 서울로 돌아온 로버트 김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14일 여수상공회의소 지역언론 기자회견에서 "지금도 어딜 가든 혹시 감시용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면서 "미국으로 돌아갈 때 혹시 공항에서 누군가 '잠깐 보시죠' 하며 나를 데려가지 않을지 두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로버트 김의 이 같은 감시에 대한 두려움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김씨는 고국 방문이 결정된 지난달 귀국준비모임 관계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비록 자유인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일반인과는 아직도 다르다"며 자신이 감시의 손길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했음을 시사한 바 있다.

김씨는 당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보는 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비정상적인 전화나 우편물을 접할 때마다 감시의 눈을 의식할 때가 있다"며 자신이 처하고 있는 부담스런 입장을 밝혔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여름 석방을 앞두고 가택연금에 들어갔을 당시에도 김씨는 자신의 집을 방문한 후원회 관계자들과의 대화 도중 거리에 세워져 있던 자동차가 지나는 것을 보고 "저 차 지금까지 우리를 감시한 것 같은데…"라며 불안해 하기도 했다.

자택에서 대화를 나눌 때도 창 밖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긴 로버트 김의 이런 모습에 부인 장명희씨는 "언제까지 이런 강박 관념에 시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방한 이후 계속해서 쏟아지는 각계의 특강 요청과 방문을 희망하는 초청 때문에 변변히 휴식을 취할 틈도 없이 짜여진 일정을 강행군 하고 있는 로버트 김을 바라보는 가족과 지인들은 그가 하루 속히 수감 후유증에서 벗어나길 기도하고 있다.
/ 김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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