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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싣고 있는 모습
물건을 싣고 있는 모습 ⓒ 김재경
경기도 안양시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선 매주 목요일이면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사랑 나눔 행사가 펼쳐진다. 어김없이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청과동 뒤편 주차장에서 입주 상인들이 사회복지 시설을 돕는 취지에서 '나눔장터'를 열고 있어 주변에 훈훈한 귀감이 되고 있다.

이 행사는 친근하고 인정 넘치는 시장 분위기 조성을 위해 입주 상인들이 농수산물 판매 후 남은 식품을 활용하기 위해 98년부터 시작했다. 이 '나눔장터'는 관내 평강의 집 등 8개 사회복지시설에 채소, 과일, 수산물, 화장지 등을 공급하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훈훈한 사랑의 실천, '나눔장터'에는 상품가치가 저하된 물건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상인들은 가격이 하락했을 때, 더러는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상의 상품을 흔쾌히 내 놓기도 한다고.

물건을 정리하는 직원들.
물건을 정리하는 직원들. ⓒ 김재경
초창기부터 줄곧 물품 후원에 앞장서온 청과동 양지상회(132호)) 공운영(68)씨는 "시작 당시 중매인 회장을 했기에 앞장서게 되었고, 더 많이 내 놓는 것은 남들이 적게 내놓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물건을 아깝다고만 생각하면 장사 못해요. 아무리 저장 시설이 좋다 해도 며칠만 지나면 상태가 안 좋아져요"라고 한다. 지금은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좀 더 좋은 물건을 많이 내 놓고 싶지만 돈과 연결되기에 안타까울 때도 더러 있다고.

그는 새벽 1시에 출근, 2시부터 경매를 받아 물건을 진열하고 식당에 배달하면 저녁 6시가 넘어야 퇴근한다. 엄청 분주하지만 나이 들어서도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귀인동 행복의 집은 65세부터 105세까지 치매 노인 27명을 보살피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이다. 이태옥(69) 운영자는 "아무리 알뜰히 시장을 봐도 10만원이 훌쩍 넘어요. 여기서 물량이 많이 나올 때는 일주일은 넉넉해요. 우리에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복지시설 중에 유일하게 학교급식을 사양, 직접 조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기에 좀 더 물량을 늘려 달라며 억지도 부려본다고. 하지만 값비싼 물건이 다량으로 나올 때와 경기 탓인지 소비자보다도 상인들이 많을 때는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한다.

차량안에 나눔장터 물건이 실려 있다.
차량안에 나눔장터 물건이 실려 있다. ⓒ 김재경
관리소에서 두 차례 방송을 하면 상인들은 자발적으로 물건을 내 놓는다. 관리소 직원들이 이 물건들을 균등하게 배분하면, 8개 시설의 180여 명에겐 큰 힘이자 자원이 된다. 하지만 이 행사는 여름철과 겨울은 한시적으로 잠시 중단된다.

행복의 집 이태옥 운영자가 "아직은 춥지 않으니 이 달 말까지는 주실 거죠"라고 묻자 양지상회 공운영씨는 "겨울에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행복의 집 만큼은 계속 공급해 주겠다"고 흔쾌히 약속한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에는 400여 점포가 입주 해 있지만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업소는 15~20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곳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후원의 손길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이런 아름다운 사랑의 메아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시린 손을 녹이는 화롯불로 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덧붙이는 글 | 월간 '우리안양'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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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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