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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평화당 이현주 한의사
횡성 평화당 이현주 한의사 ⓒ 박도
이런 저런 일로 시내버스를 타고 횡성 군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버스 승객의 대부분은 노인들이고, 거리에 지나가는 이도 장꾼들도 거의가 노인층이다.

젊고 잘나고 똑똑하고 영악한 사람들은 대부분 일찌감치 도시로 떠났다. 그래도 조상들이 살았던 고향을 삶의 뿌리라고 고향을 지키는 젊은이들이 어찌 보면 바보스럽고, 한편으로는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찾겠다는 독립지사처럼 거룩해 보인다.

최근 어깨 통증으로 한 달 남짓 침을 맞으면서 알게 된 이현주(40) 횡성 평화당 한의사도 고향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는 횡성군 공근면 매곡리 태생으로 면서기였던 아버지가 법과대학을 나와 ‘금판사’가 되어야 한다고 하여, 부모님에게 효도하고자 서울의 한 이름있는 법과대학을 가기는 하였으나, 그는 검판사보다 자기가 태어난 고장에서 고향사람들과 사는 게 더 좋았다.

대학 졸업 뒤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녔으나 도시는 그에게 영 맞지 않아서 그가 고향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 끝에 다시 한의학을 공부하였다. 한의사가 된 뒤 고향에다가 한방의원을 개원하여 고향사람들을 치료해 주면서 줄곧 고향 땅을 지키며 살고 있다.

자식 건강을 먼저 챙기는 부모

이곳을 드나드는 환자들 대부분이 시골노인들로 허리가 결리거나 다리가 절름거리는 고질병을 앓는 분들이었다. 이현주 의사는 고향사람들이 고랭지 감자나 배추농사로 목돈을 쥐면 자기 몸을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하면서도 객지로 나간 자식들의 보약 지어 주고는 정작 당신의 지병은 침으로 감내하는 부모들을 보면서, 자식사랑에 대한 감탄과 아울러 부서지는 당신의 몸은 돌보지 않는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하였다.

고향사람들에게 인술(仁術)을 베푸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워서 진료가 끝난 엊그제 잠시 차를 나누면서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 한의의 치료 원리는 무엇입니까?
“한방은 우리 조상님들의 예지로 이어온 오랜 경험의 치료 방법이지요. ‘일침이구삼약(一針二灸三藥)’이라고 하여 첫 번째는 침으로, 두 번째는 뜸으로, 세 번째는 첩약으로 처방하였습니다. 이 순서가 수가 순서이기도 하지요. 옛날에는 탕약은 사대부집 아니면 쓰지를 못할 정도로 고가였습니다.

- 한의와 양의의 차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한의는 관념적인 면이 강함에 견주어 양의는 물질적인 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의에서는 병(균)을 몰아내거나 물리치는 것이지 병(균)을 죽이지 않습니다. 곧 한의는 병(균)을 ‘퇴(退)’하지 ‘살(殺)’하지 않습니다. 몸을 ‘보(補)’하게 하여 건강을 관리하면 어떠한 병도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한의와 양의는 서로 보완관계에 있습니다. 환자들은 병에 따라 한의와 양의 적절히 조화, 보완시키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 뼈가 부러졌을 때는 양의에 가서 깁스를 하고, 삐거나 결린 것은 한의에 와서 침이나 뜸으로 치료받으면 더 효과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모든 사람의 바람일 겁니다. 그 비법을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이 78세로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건강하게 사시는 분은 드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건강 투자에 매우 인색합니다. 제 건강비결은 별게 아닙니다.”

밥이 보약이다

이현주 한의사의 건강비결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밥이 보약’으로 먹을 것을 잘 가려서 잘 먹어야 한다. 가능한 친환경식품으로 좋은 재료와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야 건강하다.

둘째, 욕심이 없고 평안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세상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화는 만병의 근원이 되고 있다.

"밥이 보약입니다"라는 이현주 한의사
"밥이 보약입니다"라는 이현주 한의사 ⓒ 박도
셋째, 하루 30분 이상 운동을 하라. 스포츠센터에 가서 뛰는 것보다 걷거나 산책을 하면서 묵상하는 게 좋다. 그런 여건이 안 된 사람은 맨손체조라도 매일 하는 게 좋다.

넷째,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하라.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일을 하는 게 건강에 좋다.

그의 건강지론은 지극히 평범한 것 같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건강의 비법이다. 진리는 늘 평범한 가운데 있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우리 몸은 혈(血)과 기(氣)로 이루어졌는데, 이 혈과 기가 허(虛)하지 않도록 몸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하면서 허한 사람은 침도 뜸도 약도 잘 듣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의나 양의나 모두 발병 직후에 병원에 찾는 게 효험이 크다는 지극히 평범하고 지당한 말로 마무리하였다.

그가 들려준 많은 말 가운데, 첫날 진맥을 하면서 “선생님은 자신의 건강에 얼마나 투자를 하십니까?”는 말과 “하루에 30분 이상 걷거나 산책하는 게 좋다“라는 말이 가장 가슴에 닿았는데, 앞으로 그 말씀대로 실천하도록 힘써야겠다.

나는 그가 의사가 될 때의 초심을 잃지 말고, 줄곧 고향에서 가난한 고향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편작(編鵲)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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