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 드릴라고 호박에 두디를 삼았더니
잠결에 끌이고 보니 오강단지를 삶았네
어랑 어랑 어허어 어허라 디어라 그것도 내사랑이구나
시아버님 드릴라고 물명태 두마릴 샀더니
잠결에 끌이고 보니 물방매 두 개를 끓였네
어랑 어랑 어허야 어허라 디어라 그것도 내사랑이로구나"
이는 경상북도 문경군 문경읍서 채록된 구전민요이다.
'구전민요(口傳民謠)'란 말로 전하여 내려온 민요를 말한다. 또 민요는 한 겨레의 사람살이, 생활풍속, 감정 따위가 민간에 전하여 오는 소박한 노래다. 특별한 재주나 기교가 없이도 이 땅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만들고 부를 수 있었으며, 그것을 즐기는데도 특별한 모양새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동시에 민요는 지배자의 노래가 아닌 피지배자의 노래라고들 풀이한다. 그래서 민중의 숨결이 살아있는 구전민요는 우리 겨레의 소중한 전통문화다.
그런데 구비문학의 한 분야인 이 구전민요는 점차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것은 젊은이들이 현대 음악에 빠져 우리 음악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이를 이어왔던 노인네들은 하나둘 세상을 뜨고 있다는데 그 까닭이 있다. 그래서 이 소중한 민요 특히 구전민요의 채록은 의미가 있다.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희웅 교수를 중심으로 동 대학 조흥욱 교수, 동 대학 강사 이선형씨 등이 '구비문학개론' 수업을 받는 국민대 국어국문학과 2학년 학생들과 함께 1989년부터 2001년까지 10여 년간 영남지역 구비문학을 현지 조사해 얻은 결과를 3권의 책(영남구전민요자료집, 월인)과 5장의 영남구전민요시디(신나라, 회장 김기순)로 내놓았다.
이들은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2003년 영남 구전자료집 '설화편'(전 8권)을 이미 발간한 바 있다.
영남구전민요자료집 1권에는 상주군, 문경군, 산청군, 함양군 편의 조사개관, 조사지역 개관, 조사 단원과 조별 편성, 조사자료 등이 소개되었으며 2권에는 하동군, 거창군, 합천군의 자료가, 4권에는 창녕군, 의령군, 함안군 편이 나와 있다. 여기 실린 구전민요는 '모내기 노래', '신세타령', 달거리 노래', '베틀 노래', 회심곡' 따위의 다양한 노래들이다.
이와 함께 나온 시디에는 자료집에 실린 1,562편의 구전민요 중 113곡이 수록되어 있다. 이 시디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들어오던 시디와는 사뭇 다르다. 그건 시설이 갖춰진 녹음실에서 녹음한 것이 아니고, 휴대용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현지에서 녹음을 했기에 현장감이 돋보이면서 생생한 민중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대부분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민요들이 아닌, 그 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귀중한 노래들이다.
따라서 음질은 뛰어나지 않지만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유산을 생생히 기록한 사료로 의미를 지닌 음반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구전민요를 책뿐만 아니라 시디로까지 만들어낸 이들의 노력에 손뼉을 쳐주어야만 할 것이다. 또 돈이 되지 않는 이런 책을 낸 도서출판 '월인', 또 시디를 내는데 적극 협조한 '신나라'에도 칭찬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중한 구전민요를 담아 후세에 전하고 싶다"
다음은 책과 시디를 펴낸 국민대학교 조희웅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 어떻게 쉽지 않은 구비문학을 하게 되었나?
"나의 스승이신 장덕순 선생님은 설화전공을 하신 분이다. 그 장 선생님이 처음 구비문학을 정립하기 시작했고, 나는 스승을 따라 같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1971년 한국 구비문학 최초의 개설서인 '구비문학개설'을 장덕순, 조동일, 서대석 선생과 공저로 펴내게 되었다. 이후 계속해서 구비문학에 매달리게 되었다."
- 그동안 구비문학을 전공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전신인 '정신문화연구원'이 구전으로 내려와 곧 사라질 수 있는 것부터 연구하자고 하여 1979년부터 어학에선 방언조사를 하고, 문학에선 구비문학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연구 도중 시급히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1985년 '한국구비문학대계' 82권까지 펴내고 조사는 중단되었다. 이제 다시 그 조사를 시작하려니 대부분의 노인들이 세상을 떠 큰 어려움을 맞았다. 85년의 조사중단이 정말 아쉬운 일이다."
- 자료집과 시디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주군 편이 아주 적은 분량인데 그 까닭은?
"상주군에 전해 내려오는 구전민요가 절대 적을 리가 없다. 그런데 여기에 아주 적은 민요가 수록된 까닭은 사고 때문이다. 상주에 조사차 내려간 학생들의 차가 교통사고가 나서 이를 수습하느라 3박4일의 일정 중 하루를 버리고 나니 조사시간이 턱없이 모자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참 아쉬운 일이다."
- 지방자치단체들의 협조는 어느 정도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각각 특성을 갖추려 노력하기는 하지만 실제 담당자들의 업무가 무겁고, 또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거의 협조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지자체들이 개별적으로 구비문학 책을 내기도 하지만 책에 제보자와 제보환경이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개작도 많이 하며, 설화와 민담은 없이 주로 전설만을 담기 때문에 별로 좋은 자료는 없다."
- 조사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점은.
"이제 조사장비가 현대화되어 조사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줄었다. 특히 예전엔 주로 직접 필기도구로 쓰는 조사를 했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녹음기는 물론 캠코더와 디지털카메라, MP3까지 갖추고 있고, 자동차, 손 전화 따위의 기동 연락 수단까지 있어 효과적이고, 편하게 조사를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이젠 주민들도 잘 이해하는 편이어서 학생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등 적극 협조해준다. 하지만 그런 좋아진 점 대신 아주 어려운 점이 생겼다. 그것은 구전민요를 기억하고 있는 노인들이 이제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장비와 여건을 갖추어졌다 하더라도 그것을 전해줄 사람들이 없는 이상 조사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아직 영남도 남아 있는 곳이 있고, 이제 겨우 호남지역을 조사하고 있을 뿐인데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