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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수의 속내를 완전히 믿지 못한 두청은 장판수를 헛간에 가두고서는 하인에게 지키도록 한 후 밖에서 자물쇠로 문을 걸어 잠가 버렸다. 객잔주인은 여전히 칼을 부딪치고 싶어 안달이 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 자는 나와 칼로서 겨루고 싶어 한다. 그것 때문이라도 결코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일은 없다.”
두청은 그 말에 피식 웃음을 날렸다. 행여 장판수가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다 한들 하룻밤 사이에 일을 꾸밀 수 있을 여지는 없어 보였다. 또, 장판수를 제거하는 일에 굳이 유능한 칼잡이 하나를 잃을지도 모르는 손해 보는 장사는 하기 싫었다.
‘보아서 말을 들어 먹을 것 같지 않으면 음식에 독이라도 타서 없애 버리면 그만이다.’
두청이 속으로 이런 꿍꿍이를 가지고 있듯이, 장판수 역시 헛간 안에서 나름대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짱대 그놈이 눈치가 빠르기에 뒤를 맡겼지만 여길 어찌 찾아올지는 장담할 수 없을 터.’
장판수는 두청이 자신을 믿지 못해 가두어 놓을 것임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단지 이미 태도가 의심스러웠던 방서방을 따라 온 이유는 차예량과 계화가 그들에게 잡혔을 가능성이 크고, 다시 한번 두청 일행과 담판을 짓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장판수는 해가 떨어질 때까지 편히 누워 기다렸다.
“저녁이오.”
문 앞의 하인이 나무가 슬쩍 벌어진 허술한 헛간의 벽 틈새로 물과 밥을 밀어 넣었다. 숟가락 달그닥 거리는 소리가 난후 헛간 안은 고요해 졌다. 별일 없을 거라 지레짐작한 하인은 문에 기대어 누워 별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만의 분위기에 젖어 청승맞은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 바람에 하인은 안에서 무엇인가가 ‘탁탁’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하인이 청승맞은 노래에서 분위기를 바꾸어 경쾌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그의 코를 매캐하게 자극하는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뭐야?”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하인은 곧 헛간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인은 앞 뒤 가릴 것 없이 문을 열어 보았고 동시에 젖은 헝겊으로 코를 감싸 쥔 장판수와 맞닥뜨렸다.
“대체......”
하인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장판수는 그를 단 주먹에 때려눕히고서는 풀숲으로 끌고 가 팔다리를 꽁꽁 묶어 버렸다. 그러고서는 마른 잔가지를 잔뜩 주워와 연기가 피어오르는 헛간으로 가져와서는 뿌연 연기를 내며 불길에 살라 먹히고 있는 짚에다가 쌓아 두었다. 불길은 때 마침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점점 더 거세어져 곧 헛간 전체가 불길에 뒤덮였다. 그 때까지 아무 것도 모른 채 술기운을 푸느라 밖으로 나온 서흔남은 타오르는 불길을 보고 그곳이 헛간임을 알고서 깜짝 놀라 소리쳤다.
“불이야! 불! 헛간에서 불이 났소!”
장판수는 풀숲에 숨어 객잔에서 사람들이 허둥지둥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보며 바지춤 깊숙이에 넣어두었던 부싯돌을 만지작거렸다. 헛간에 갇히면서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녔던 칼과 원래 가지고 다니던 부싯돌은 빼앗겼지만, 장판수는 짱대에게 미리 부탁하여 숨기기에 좋은 작은 부싯돌을 하나 더 구해 두었던 것이었다. 장판수는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은 와중에 몸을 빼낸 것을 다행으로 여겼지만 짱대가 이 불길을 보고 제대로 와 줄 것이냐 하는 점과 이미 두청 쪽으로 마음이 기운 듯한 차예량과 잡혀 있을 계화를 어찌 놓아두고 갈 수 있느냐는 점이 우려되었다.
“저기다! 아까 그놈이 저기 숨어있다!”
풀숲에 숨어 있던 장판수의 몸이 훤히 타오르는 불빛에 노출되어 객잔 하인들의 눈에 띄었다. 당장 두 명의 하인이 굵은 몽둥이를 들고 천천히 일어서 자세를 잡은 장판수에게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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