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아파트 사업 인·허가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찬용(사진) 청와대 전 인사수석은 17일 밤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구속된 브로커) 이아무개씨는 거창YMCA 활동하던 시절에 알던 사람으로 서울에 올라온 이후에 그런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면서 "이렇게 커다란 이권이 걸려 있는지 모르고, 민원인에게 엄격하게 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전 수석은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비리는 없다"며 "민원으로 들어온 일을 부처에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을 뿐이며, 건교부 실무자가 안 된다고 해서 그런 줄 알고 지나간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자신과 연관된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정리해서 다음 주초께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는 정 전 수석이 광주광역시에서 초청 강연을 마친뒤 17일 저녁 KTX를 타고 서울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날 밤 9시 40분께 용산역에서 그를 만나 '오포 비리' 의혹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 전 수석은 이날 오후 중소기업진흥공단 광주연수원에서 '제6기 북구 주민자치학교' 초청으로 강연을 다녀오던 중이었다.
- 로비 명목으로 정우건설에서 1억2000여만 원을 받았다가 구속된 브로커 이아무개씨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
"내가 거창 YMCA(80년대 초반)에 있으면서 농민 운동과 청소년 운동을 할 때 다른 사람이 '모두 아니다'고 했을 때 지지를 보내준 사람이었다. 그 당시엔 사람이 괜찮았는데, 서울에 올라온 이후에 그런 일(브로커)을 하는지는 잘 몰랐다."
- 인사수석실에 김아무개 행정관(현재 OECD 파견 근무), 포스코건설 상무, 건교부 국장, 민원인 등이 모여서 회의를 하게 된 경위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에는 이런 저런 민원들이 많이 들어온다. 그러면 인사수석실에 있는 행정관들에게 나눠 해당 부처별로 알아보게 한다. 엄격하게 해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억울한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으니까…. 그게 내 생각이다. 그러나 안 되는 일에 대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 사건도 그런 경우로 김 행정관에게 알아 보게 했더니 건교부에서 안 된다고 해서 안 되는 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이야기가 들어와서 그럼 이 쪽(청와대)으로 와서 같이 이야기를 해 보라고 했다. 건교부 유 국장과 건교부 실무자, 포스코건설 상무, 지역 민원인, 김 행정관이 모여서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내용을 건교부에서 돌아가서 회의록으로 만들어 놨다더라. 그 자리에서 건교부 실무자가 안 된다고 해서 김 행정관이 '감사원에서 감사(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 민원처리실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다고 하니 그 결과를 보시죠'라고 말한 게 전부라고 들었다."
- 민원인을 청와대 인사수석실로 부른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이권이 그렇게 커다랗게 걸린 문제인지 모르고 알아보라고 하고, (민원인에게) 엄격하게 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문재인 민정수석 같은 분은 엄격하게 해서 뒷말이 없지만…. 그러나 로비를 받고 감사원에 압력을 넣었다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비리는 없었다."
- 입장 발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정리해서 다음 주 초께 입장을 밝히겠다.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할 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다음 주께 정찬용 전 수석을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 전 수석의 해명 기자회견은 검찰 소환 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수석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리는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이권이 개입된 사업에 대해 해당 민원인을 청와대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한 점은 누가 봐도 석연치 않은 행동이다. 국민들의 의혹을 불식시킬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