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사진기자가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검찰에 출두할 때 기습시위를 벌인 민주노동당원을 제지한 것이 논란이 되자, <중앙> 사진부장이 17일 해당 기자를 적극 옹호했다. 사진기자협회와 방송카메라기자협회도 일부 민주노동당원들의 행동에 유감을 표명했다.
주기중 <중앙> 사진부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16일 민노당의 기습시위를 제지한 사진부 김춘식 기자가 구설수에 올랐다, 어떤 신문은 과잉충성을 운운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경호원 기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며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민노당의 기습시위는 현장의 질서를 일순간 쑥대밭으로 만든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그들이 저간의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김 기자는 이들로 인해 사진기자 본연의 임무인 사진취재를 못했다.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시위대가 갑자기 카메라를 막고 나선 것이다. 질서를 깨고 들어온 훼방꾼을 제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그 정도는 점잖은 제지다. 아마도 사주가 관련돼 있으니 그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그 정도는 점잖다, 사주가 관련돼 있으니 그 정도에 그쳤을 것"
주 부장은 "김 기자가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면 뒤에 일직선상으로 서 있던 많은 사진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며 민노당이 즉석에서 사과했는데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회사로 돌아가서 김 기자를 '경호원 기자' 운운했다고 비판했다.
주 부장은 88년 서울올림픽 남자육상 1500미터 골인 장면을 취재할 때 일본 사진기자가 촬영을 방해한 브라질 기자에게 폭행을 가한 예를 들며 "당시 입사 3년차 병아리 기자의 눈에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그것은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취재 현장의 룰"이라고 강조했다.
홍 전 대사의 검찰 출두 시점에 맞춰 수백 명의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설정해둔 상태에서 민노당 당원이 현장의 룰을 깼으니 여기에 응징을 한 것은 당연하다는 게 주 부장의 논리다.
사진기자협회와 방송카메라기자협회도 같은 날 발표한 성명에서 "민노당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일부 매체를 통해 당원들의 행위를 옹호하는 데 주력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위"라며 민노당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네티즌 찬반 양론 '시끌'... "공항에서의 기자들 행동은 의전"
주 부장의 글에 대해 네티즌들의 찬반 양론은 뜨겁다. 블로그에 글이 올라오자 만 하루동안 50여건의 댓글이 달렸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포토라인'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는 반응도 많았다.
주 부장은 일부 네티즌들의 질문에 "(공항에서의 기자들 행동은) 의전이죠", "경호원 기자라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보라"고 일일이 답글을 다는 성의를 보였다.
특히 한 네티즌이 "<중앙> 기자가 사주 관련 사건에서 그러한 시위에 반감을 느끼거나 무언가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는 건 한국적 기업풍토에서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보다는 기업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사명감이 앞서는 경향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하자 그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요. 충고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