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15일. 날씨가 정말 좋음. 따가운 햇살만 빼고… 눈을 뜨자마자 처음에 한 일은 '집 못 나간 탕자(?)'를 찾는 일이었다. 그는 옆에 자고 있다. 커피한잔 마시고, 부족한 공화학오염물질로 폐의 깊숙한 부분까지 충분히 오염시키고 와보니 깨어있다.
"형제! 왜 안 갔어? 신강대학."
"형님! 여기 주인하고 얘기해서 청소해주는 조건으로 이틀 더 지내기로 했어."
아하~ 일종의 '알바'를 하기로 했구만. 사천이공대학에서 '경제관리'가 전공이라는 이 총각은 여러 가지로 맘에 든다. 이미 호형호제하는 사이지만 더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다. 진시황제의 유전적 부친으로 알려져 있는 '여불위(呂不韋)'가 나중에 진(秦)나라 '장양왕(莊襄王)'이 되는 '자초(子楚)'를 보고 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기화가거(奇貨可居, 이것이야말로 기화로다. 사 두면 훗날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이 친구는, 사람 보는 눈 없는 내가 봐도 '비싼 물건'으로 변할 사람이다. 기회만 주어지면 혼자서도 충분히 날갯짓을 할지도. '허생전(許生傳)'에 나오는 허생의 세 번째 방책을 흉내 내어 '천하의 호걸'들을 미리 사귀면서 이것저것 정탐(?) 해 놓으면 국부(國富)를 이 대륙에서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지만 휴우~ 어쩌랴 나는 이미 날개 부러진 해동청(海東靑)이 아니고 해동의 배나온 참새인걸….
'남산목장'에 가기로 결정했다. 흠… '허생'네 집도 남산 밑이었다. 하하하. 원래는 '천산천지'에서 하루 묵을 생각이었는데, 천재지변으로 인해 대타인 '남산목장'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중국여행책자'는 하늘의 별만큼 많다. 흠… 나도 점점 중국식 과장법을….
각설하고 중국책, 한국책, 일본책, 미국책, 어느 책을 보더라도 '여행지에 관한 정보'는 많지만 그 여행지를 가기위한, 자기위한, 먹기위한, 보기위한, 즐기기위한 '여행정보'는 상대적으로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 '중국'에서 나온 '중국여행책자'는 풍부한 '여행지정보'와 관련된 문화, 역사적 지식은 넘쳐흐르지만 '여행정보'는 '배낭여행'의 경험, 이해부족으로 인해서 빈약할 정도인데 내가 고심하던 끝에 선택한 이 책도 역시 마찬가지다.
| | | 파오숙박 관한 여행기 | | | | 남산목장은 아니지만 '천산천지' 파오숙박에 관한 여행기를 두 구절 소개합니다. 참고하세요.
ㅇ[우루무치] '천지'하고 '남산목장'외 갈 데 없음.
바가지는 세계최고수준! 정신 똑바로!
(1일 빠오처(자티주: 파오, 게르, 유르트)는 천지 120원, 남산목장 100원이 시장가격이나 외국인은 600원 부름)
- 무명씨
ㅇ 2005. 6. 17
※ 우루무치 추천
. 천산, 천지 모두 아시겠지만~ 일일투어를 하시면 100원, 그곳에서 카자흐민족 파오 안에서 하루주무시면 180원입니다. (3명 좀 깎아서 500원에 했습니다.)
- 수미. 보경. 윤정
외국인인지 외지인인지와 상관없이, 중국은, 중국관광지는 협상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위안 = 원) | | | | | 하여간, 지도에 나와 있는 여행사에 토가족 아우에게 부탁해서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아침 9시30분 호텔에서 출발하고 문표(입장료)와 식사비 포함이란다. 흠. 90위안이면 괜찮은 가격이군… 시내에서 70여 킬로 떨어진 곳이라 교통비도 제법 나올 것 같아 내일 투어로 갈까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서 소동(?)을 지켜보고 있던 유스호스텔 아가씨가 버스로 갈수 있단다. 오호~ 그럼 버스로 가야지. '투어'나 '패키지'는 배낭객 최후의 수단이지.
가는 김에 쿠처(庫車) 가는 버스편도 알아보려고 물어보니 유스호스텔아가씨와 아저씨가 이구동성으로 '장거리버스터미널(客運站, 長途站)'에 있다고 한다. 흠. 그제 내린 곳이군.
점심은 예의 위구르 식당에서 7위안짜리 신강면으로 때웠다. 어제 현상해준 사진 탓인지, 넘치는 인정 탓인지 몰라도 면보다 양갈비가 더 많았다. 음식점 사장이라도 볼까봐 얼른 다 먹어줬다. 그릇치우는 주방장이 씨익 하고 웃는다. 나도 같이 웃어줬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인지 '이심점심(二心點心)'인지 몰라도.
버스 두번타고 교외로 나가는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12시쯤 됐나? 9:30, 11:30, 2:30, 4:30, 6:30 차가 있다, 에고… 2시간 넘게 기다려야 되는군. 근데 지금 1시 반에 출발한다고 방송하는 버스는 먼고? 개찰원한테 이리저리 사정도 하고, 내일 산동가야 된다고 귀여운 사기(?)도 치고, 한국에서 왔는데 오늘 꼭 우루무치로 돌아와야 한다. 등등 부탁에 애원에 아양까지 떨었는데 안 된단다. 이런… 냉정한 중국사람은 냉정하다.
흠. 2시 반차 타면 너무 빡빡한데 할 수 있나? 결국 2:30분 차로 출발하기로 결정. 4시 넘어 도착. 알아본 바에 의하면 오후 6:30분 차가 막차인데 경우에 따라 7시 넘어서도 우루무치 가는 차가 있기도 하단다. 흠. 겨우 2~3시간 정도의 여유밖에 없다. 길옆에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파오인지 게르인지 에서 하룻밤 잘까? 카자흐족은 '유르트'라고 한다고 했나? 하여간 길옆으로는 유목민 텐트로 눈 디딜 곳이 없을 정도다.
폭포까지 말 타고 가는데 40위안을 부른다. 몇 시간 걸리는지 물어보니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내가 겪은 중국물가를 비교하면, 관광지임을 감안하더라도, 턱없이 비싸다. '비싸(貴)!' 20위안 부른 설렁탕집 광고하면 잘 어울릴 것 같은 둥굴둥굴한 인상의 '삐끼'에게 목장까지 갔다 오는 걸로 해서 '40위안'에 낙찰. 소목장, 대목장이 있는데 소목장까지 가는데도 2시간 넘게 걸린단다.
뭐 늦어지면 자고가지 뭐! 본격적으로 말을 탔다. 늘 기마민족을 자처하지 않았던가. 말고삐를 잡는 순간부터 조상부터 내려온 핏줄어딘가에 '기마'민족으로 야성과 본능이 일어나 서양담배광고마냥 신나게 달려갈 줄 알았는데. 도대체 앞으로 가지를 않는다. 계속 제 자리만 맴돌고. '한심'하다는 표정이 역력한 '삐끼'이자 '주인장'이 내 뒤에 올라타 고삐를 잡고 앞으로 몬다. 주인장 또한 나만큼 배가 나왔고 넉넉한 살집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과하마(果下馬)'수준의 조랑말한테는 배나온 두 사람은 무리다.
말이 술 취한 듯 비틀거린다. 내가 생각해도 당연하다. 제 3세계 사람들 살 권리보다 동물인권(?)에 관심 많은 서양코쟁이들이 보면 동물학대죄로 고발할까 무섭다. 내 고민이 배로 느껴졌는지 '주인장'이 기다리라고 다른 사람 불러온다고 하고 사라진다. 말 주인이 알려준 데로 고삐를 상하좌우로 다 채보고, 채찍으로도 살짝 때려보고 - 세게 때리면 무슨 일 날까봐 - 말등자로 차보고 해도 제자리만 돈다. 노사연씨가 대학가요제에서 부른 노래가 떠오른다. '발만 돌아 발밑에는 동그라미 수북하고…' 괜히 비참해진다. 말 한 마리 때문에….
앳돼 보이는 청년이, 흠 소년일수도, 와서 아는 체를 한다. 말에 타서는 앞으로 좀 숙이라고 연신 잔소리다. '너 몽고족이냐' '아니 카자흐족' 좀 친해지려고 했는데 소용없다. 말안장 뒤에 올라타니 물론 자리가 불안정하긴 하겠지만,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라고 계속 잔소리하니 짜증이 날 정도다. '아! 이 사람아! 배가 나와서 안돼'라는 카자흐 말을 못하기에 속으로 구시렁 구시렁.
폭포를 보고 다시 돌아와 소목장으로 갈 때 쯤 '기타무라 나오코'에게 받은 일본과자를 절반 쪼개 주니 그때부터는 잔소리를 안 한다. 역시 애들한테는 과자가.
폭포까지 갔다 오는데 벌써 한 시간 반이나 썼다. 소목장까지는 왕복 두 시간이라는 데 어떻게 하나. 조금 너른 평지가 나온 김에 말 타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방법은 무척 쉬운데, 고삐를 잡고, 등자로 차면된다. 이 놈의 말이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꼭 45도 정도 비스듬히 간다. 한 시간 정도 처절한 승마연습 후에 기마민족 모양새만 망가지고 철수. 소목장까지 가고 싶었지만 시간도 좀 그렇고, 힘을 너무 많이 줬는데 무릎이 너무 아파서.
하여간, 나랑 같이 한국담배를 연신 피운 청년(?)이 파오 아니 유르트로 초대한다. 나이차라고 하는 카자흐족 아니 몽고족. 뭐 기마민족들이 즐겨 먹는 차를 준다. 시금털털한 것이 알코올 빠진 막걸리 맛이다. 주인장부부와 청년기수와 나까지, 피 같은 한국담배로 즐거운 끽연시간을 만끽. 기수에게 한 갑 증정.
자고 갈까 해서 한번 물어봤다. 하룻밤 자는 데 얼마? 하니까 '15위안, 20위안'이란다. 파오하나 빌리는 데는 얼마? '100위안'이란다. 흠. 여기서 별을 보고 싶다는 생각과 여기서 잠을 자면 내일 일정이 무지 벅차진다는 생각으로 갈등..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철수!
버스로 우루무치 귀환. 시외버스터미널부터 장거리버스터미널까지 가깝다기에 걸어갔는데 한 30분 걸었다. 중간에 어제부터 먹어보려고 했던 위구르 군만두 시식(2개, 1위안). 돼지고기대신 양고기를, 찌거나 삶는 대신에 화덕에 구운 군만두다. 맛이 좋지만 지방을 너무 넣은 탓인지 너무 느끼하다.
장거리버스터미널에 가니 웬걸 여기가 아니라, 남족 삼리둔(三里屯) 터미널이란다. 에고 이런 일이… 이래서 처음 우루무치 도착할 때 확인했어야 하는 건데… 우루무치 삼대 시장이라고 소개되어있어서 홍산(紅山)시장으로 갔다. 이도교시장과 오일시장은 봤기에.
정말 힘들게 물어물어 도착을 하니, 내가 작년에 있던 산동 유방 시골시장수준 이하다. 에고 허탈해라. 허탈한 심정은 곧 허기를 불러온다. 마침 이 머나먼 신강에서 '조선족 식당' 발견, 시장입구에 있는 조선족 식당에 들어가려니 혼자라니까 자리가 없다고 안 된단다. 내 뒤로 단체객들은 줄줄이 입장하고. 짭! 오랜만에 시원한 연길냉면 좀 맛보려고 했더니, 손님차림새와 머릿수로 대접하는 이런 집은 돈 준다고 해도 먹기 싫다.
이도교시장가서 밥 먹으려고 6명에게 물어 봤는데 세 사람은 정확히, 두 사람은 다른 방향이나 반대방향을, 한 사람은 모른다고 한다. 결국 두 사람이 알려준 잘못된 방향 탓에 목적지에서 점점 멀어진다. 어떤지도 모르는 곳에서 '한국식당'발견 왠지 흥이 안 난다. 이 머나먼 우루무치에도 한식당이 있다니 왠지 흐뭇해진다. 하여간 지도도 좀 문제가 있어서 마침 지나간 교차로도 안 나온다. 결국 택시로… 마침 오후 10시가 넘어서 할증이 붙어 6위안이다. 시간이 너무 늦어 숙소로 귀환.
뉴질랜드에서 왔다는 '케윈'에게 돈 안 주고 영어배우기 위해 유스호스텔에서 일한다는 아가씨랑 같이 한잔, 맥주 4병이나 마셨다. 왜냐면 2~3시간 걷는다고 물을 못 마셔서… 그럭저럭 대화가 됐는데, 짧은 중국어와 더 짧은 영어로. 천진대학생과 홍콩대학생이 거의 원어민수준 영어로 대화에 끼어드는 바람에 가뜩이나 영어 못하는 나는 왕따 분위기. 내가 만난 중국사람들은 모두 한국사람들이 영어 무척 잘하는 줄 안다. 소싯적에 영어공부 좀 제대로 할 것을. 샤워하고 취침! 다시 영어공부 할까보다.
| | | 8월 15일 경비사용 내역 | | | | ㅇ 이동비 : 없음
ㅇ 교통비 : 32 위안
- 시내버스 : 유스호스텔 > 시외버스터미널(2번 탐, 2위안), 시외버스터미널 > 홍산시장 (2번탐, 2위안)
- 시외버스 : 시외버스터미널 <> 남산목장 (왕복, 7위안, 총14위안)
- 택 시 : 우루무치 어디쯤 > 유스호스텔 15위안
ㅇ 숙박비 : 35위안
- 백화림유스호스텔 : 10인 다인실, 공동화장실, 공동샤워실(온수 있음), 에어컨 없음, TV 없음.
ㅇ 식 비 : 20 위안
- 아침 : 커피한잔
- 점심 : 신강면 7위안
- 저녁 : 군만두 2개(개당 0.5위안, 1위안), 맥주 4병(병당 3위안, 12위안)
ㅇ 관람비 : 50위안
- 남산목장 : 10위안(주: 메모가 없어서 부정확합니다.)
- 말타기 : 40위안
ㅇ 잡 비 : 22 위안
- 인터넷 5위안, 물 2병(병당 1.5위안, 3위안), 전화비(한통 1위안)
ㅇ 총 계 : 159 위안 | | | | |
덧붙이는 글 |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
ㅇ 중국어는 경어가 거의 없기에, 사실에 가깝게 번역했습니다. 현장감 있는 번역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ㅇ '여행지정보'보다는 '여행정보'에 치중했습니다. 괜한 그리고 많은 '여행지'사진은 스포일러(영화결말을 말하는) 같아서.
ㅇ 중국돈 1위안은 2005년 8월 한국돈 136원(팔 때 기준) 정도였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