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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는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염치불고하고 겨울 내의를 입는 겁니다. 제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저는 어제부터 겨울 내의를 입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무실에서 추위를 덜 느꼈습니다. 이런 저를 직원들이 의아하게 바라봅니다. 어떤 분은 제게 묻기까지 합니다.
"계장님은 춥지 않으세요? 감기까지 걸리신 것 같은데, 전기스토브 켜세요."
"괜찮습니다."
"정말 춥지 않으세요?"
"그럭저럭 견딜 만합니다. 사실은 제가 겨울 내의를 입었거든요."
"벌써요?"
직원들이 깜짝 놀랍니다. 제게 정말이냐고 묻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위해 기꺼이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올립니다. 회색빛 겨울 내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제야 그분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겨울 내의를 입고 있는 분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분도 없습니다.
그들은 지금 전기스토브를 켜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추위를 느끼고 있다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그들은 겨울 내의를 입지 않고 있습니다. 겨울 내의를 입으면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먼저 몸이 따뜻해서 좋습니다. 몸이 따뜻하면 자연히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물론 사무실에서 전기스토브를 켜지 않아도 되겠지요. 그만큼 사무실 경비도 절약이 될 거고요.
아내는 저보다 일찍 겨울 내의를 입었습니다. 벌써 며칠 되었습니다. 아내의 생각은 그랬습니다. 자기 혼자 있는 집에서 보일러 틀기가 미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고생해서 번 돈인데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겨울 내의를 입고 있으면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춥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가끔씩 이해 못할 때가 있습니다. 한 겨울인데도 집에서 반소매 옷을 입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정말 추위를 타지 않아서 그럴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그분들도 분명 추위를 탑니다. 굳이 말하자면, 집안이 너무 더워서 반소매를 입었을 뿐입니다. 이게 얼마나 낭비입니까. 반소매 옷을 입을 정도면 보일러를 얼마나 세게 틀어야 하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연료를 아껴야 합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출근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중이었습니다. 몇 층인가에서 엘리베이터가 멎었는데 사람이 타지 않는 거였습니다. 저는 얼른 문 닫힘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옆에 계시던 노인이 한 말씀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안 되지요. 전기세가 많이 나가요."
그렇습니다. 뭐든지 아껴서 나쁠 건 없습니다. 양치질 할 때도 컵을 가져가면 그만큼 물을 아낄 수 있습니다. 공중목욕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분은 샤워기를 틀어놓고 머리도 감고 때도 벗깁니다. 정말이지 "물 쓰듯" 물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얼마든지 물을 절약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지금 후회막급입니다. 왜냐고요? 조금만 일찍 겨울 내의를 입었더라면 감기에 걸리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면 감기약을 사먹지 않아도 됐겠지요. 물론 업무 보는데 지장도 없었을 거고요. 그런데 이게 뭡니까? 코가 막혀 잠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기침은 기침대로 나오고, 여러모로 타격이 큽니다.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 겨울 내의 입으세요. 여러모로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