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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닉스
사실 서평을 쓸 때 그 책의 단점부터 들추어낸다는 것은 망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평을 '거짓말'로 쓰면 되겠는가.

대중적인 심리학 서적을 접할 때마다 느끼지만 이러한 책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인간사회학부 교수 시부야 소조의 <거짓말 심리학>역시 이런 한계를 극복 못하고 다음과 같은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1. 예시에 대한 근거자료가 빈약하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이 있다.

"교통사고를 촬영한 필름을 보여주고 그 사고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가령, '자동차가 격돌했을 때 자동차의 스피드는 어느 정도였다고 생각합니까?'라고 질문했을 때는 예상외의 결과가 얻어졌다."

적어도 위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어느 학자(내지는 연구소)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목적을 위해 실험을 했다'정도는 말해 주어야 정상이다. 그렇지만 지은이는 이런 측면을 깡그리 무시하면서 느닷없이 이런 얘기를 수시로 꺼내어 책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있었다.

2. 전혀 공감이 가지 않은 예시

"연출가인 다케우치 씨는 함축성이 있는 예를 소개했다." "야나기타씨는 <불행한 예술>속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글쓴이는 좀 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일본 대중들에게 익숙한 이들의 이름을 빌려 말하기를 즐겨 썼다. 하지만 이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대중들은 '그래서 그 사람이 말한 게 뭐 특이한 게 있단 말인가?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정도로 넘겨 버릴 수밖에 없다.

3. 알쏭달쏭한 번역

"만화 <크레용 신짱>(우스이 저)의 신짱은 어느 날 백발(白髮) 매머드의 소유주인 할아버지와 함께 시체놀이를 한다."
"나라여자대학의 하마다 선생은, 이 일견 상식인 것 같은 '속이고, 속는'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거짓말이 있다고 기술했다."

그나마 크레용 신짱이 무슨 만화인지, 시체놀이가 뭔지를 이 서평을 쓰고 있는 필자는 알고 있지만(하지만 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더 많고 굳이 알 필요도 없다) 백발 매머드의 소유주라는 말은 뒤에 이어지는 문장을 보아도 연결되지 않고 그저 알쏭달쏭할 따름이다(참고로 할아버지는 신짱의 친할아버지다). 번역자도 잘 모르니 대충 해 놓은 것은 아닐까? 두 번째 문장에서 일본식 한자의 직역과 번역 투가 가지는 특유의 어색함은 굳이 말 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전혀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책이냐면 그렇지는 않다. 적어도 일본에서 발간한 책을 번역까지 해 출판할 정도라면 손에 쥐고 읽을 만한 장점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거짓말 심리학>은 거짓말을 하나의 처세술로 분석하고 있다. 어린아이의 거짓말에서부터 정치가의 거짓말에 이르기까지 그 기본은 자신을 위한 방어기제에 근본을 두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거짓말을 간파하거나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평가를 낮게 할 수도 있고 돋보이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각 단락마다 끼워져 있는 '나'를 찾아보는 심리실험실이라는 간단한 설문 다섯 가지에서는 단견적으로나마 거짓말에 대한 사람들의 유형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거짓말 심리학'은 아쉬운 점이 많다. 끝으로 책에는 실려 있지 않지만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치부할 수 없는 역사적 사례의 하나를 들어 보겠다.

"우리나라의 거리는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대학들은 폭동과 소요를 일삼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은 우리나라를 호시탐탐 파괴하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는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안으로부터의 위협, 또 외부로부터의 위협. 우리는 법과 질서가 필요합니다. 법과 질서 없이는 우리나라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위 얘기를 한 사람은 누구일까? 답은 사진 아래에 있다.

이 말은 거짓말일까 자기 반성일까?
이 말은 거짓말일까 자기 반성일까? ⓒ MBC화면캡쳐

- 1932년 아돌프 히틀러가 전당대회에서 한 말이다.

거짓말 심리학

시부야 쇼조 지음, 송진명 옮김, 휘닉스드림(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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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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