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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과 남상미 등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의 강점은 캐스팅이 잘됐다는 것이다.
이주현과 남상미 등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의 강점은 캐스팅이 잘됐다는 것이다. ⓒ mbc
우리나라만큼 드라마를 즐기고 또 많이 만드는 나라도 없을 거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 주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드라마가 방송된다. 주부가 주시청자인 아침 드라마, 저녁 8시대에 하는 가족 드라마, 그리고 밤 10시쯤 하는 미니시리즈, 주말에는 또 주말드라마.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드라마천국이다.

이렇게 많이 만들다 보니 확률의 법칙에 의해 잘 만든 드라마가 한 해 한두 편은 나오고 있다. 잘 만든 드라마 덕에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류'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배용준씨가 일본 아줌마들한테서 인기를 얻는 데 일등공신은 드라마 <겨울연가>고, 대부분의 한류스타가 드라마로 인해 현지에서 인기를 얻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드라마는 있기 마련이다. 드라마가 재미있기 위해선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적어도 하나라도 제대로 들어맞으면 참패는 하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이 원칙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드라마들이 많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드라마가 만들어지면서도 잘 만든 드라마는, 즉 인기를 얻는 드라마는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올 뿐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기 위해선, 먼저 캐릭터의 정체성이 뚜렷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는 캐릭터는 신뢰감을 잃게 되고 곧 흥미도 잃어 버리게 된다, 또 참신한 소재여야 한다. 신데렐라 얘기에 식상해 있는데 계속해서 유사한 소재만 보여준다면 당연 외면 받기 쉽다. 그리고 아무리 왕자와 공주가 나오는 판타지가 주재료인 드라마라 하더라도 현실, 즉 리얼리티가 바탕이 돼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최근 조기 종영이니 시청률 부진이니 하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MBC에서 구명투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달콤한 스파이>의 최대 장점은 캐스팅이 적절했다는 걸 들 수 있겠다.

완벽한 캐스팅을 보여준 드라마 <장밋빛 인생>
완벽한 캐스팅을 보여준 드라마 <장밋빛 인생> ⓒ kbs
<달콤한 스파이>에서 수사과장으로 나오는 이주현은 <안녕, 프란체스카>에서는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왕꽃 선녀님>에서는 강한 엄마와 아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우유부단한 남자로, 쇼프로에서는 매끄럽게 말하는 서울 남자의 뺀질뺀질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달콤한 스파이>에서 이주현은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내고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강한 눈빛과 짧은 머리, 그리고 경찰 제복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예리하면서도 강하고, 샤프한 경찰의 이미지는 그간 그가 보여주었던 어떤 이미지보다도 그에게 잘 어울리고 드라마에서 꼭 들어맞았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인 남상미씨를 순애 역에 캐스팅한 것도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달콤한 스파이>에서 순애의 자연스러움과 털털한 느낌이 남상미의 순하면서도 어딘가 야무져 보이는 모습과 썩 잘 어울렸다. 순애를 보면서 저게 남상미의 본모습일 거라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인사는 만사'라고 하는데 적절한 캐스팅이야말로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겠다. 캐스팅에 실패한 드라마치고 성공한 드라마를 보지를 못했다. 그런 면에서 캐스팅이야말로 드라마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톱스타나 지명도가 높은 스타나 잘 생긴 스타를 써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광고나 화보에서 멋진 이미지의 배우도 빛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그렇다.

<세잎 클로버>에서 효리는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아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세잎 클로버>에서 효리는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아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 sbs
대표적인 경우로 <세잎 클로버>의 이효리를 들 수 있겠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의상을 걸치고 노래를 부를 때나 CF 속의 그녀는 매우 섹시하고 멋졌다. 그렇게 멋졌던 그녀가 <세잎 클로버>에서는 빛을 발휘하지를 못했다. 효리에게는 과감하고 섹시한 옷이 어울리는데 너무 평범한 옷을 입혔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매력은 감해지고, 효리에게 사활을 걸었던 드라마는 참패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장밋빛 인생>은 올 해 최고의 드라마로, 소위 대박 드라마다. 허나 솔직히 그렇게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지 않는다. <부부클리닉>을 연장한 수준 정도의 드라마라고 본다.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분노를 시청자에게 전염 시키는 데 주력한 드라마였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 최진실씨와 캐릭터 '맹순이'가 매우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마치 최진실씨 본인을 패러디한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할 만큼 최진실씨와 '맹순이'는 어느 부분 겹쳐졌다. 완벽한 캐스팅이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불륜'이라는 다소 식상한 소재와 '분노'라는 <부부클리닉>이 써먹고 있는 얄팍한 수단으로도 크게 성공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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