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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8·31 부동산 대책을 주도적으로 만든 청와대 김수현(사진) 국민경제비서관이 1일 "국회의 8·31 정책 관련 입법 논의 과정을 보면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부동산 정책은 다른 분야 정책과 흥정하거나 거래할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비서관은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시간이 없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서민용 감세법안은 그것대로 합리적으로 논의할 대상이지, 그걸 처리해주면 부동산대책 입법을 인정하겠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면서, "같은 세금이라고 해서, 사과와 수박이 같은 것으로 보는 처사"라고 한나라당의 빅딜 제안을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기하는 순간 무력화된다"면서 "8·31 정책 발표 이후 이미 너무 오래 기다렸을 뿐 아니라, 다음 단계 과제조차 늦어질까 조바심이 난다"고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했다.

다음은 김수현 비서관 글의 전문

시간이 없습니다

청와대 비서관마저 이런 글을 써야 된다는 것이 답답하지만, 최근 국회의 8·31 정책 관련 입법 논의 과정을 보면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국회에서 심의 중인 내용을 공무원이 왈가왈부하는 것이 국회의 권능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질책을 받더라도, 이 정책 수립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한마디 거들지 않을 수 없다.

또 '총론 찬성, 각론 반대'인가

지난 7월 20일, 한나라당 부동산대책특위는 혁신적인 제안을 포함한 부동산 정책을 제안했다. 핵심내용은 ①종합부동산세는 세대별로 합산하고 ②1세대 2주택부터는 양도세를 중과하며 ③임대주택을 확대하며 신도시를 렌탈타운으로 조성하고 ④공영개발로 분양가를 인하하면서,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8·31 정책을 논의하던 당시 분위기로는 정부·여당안과 70~80%는 유사하므로, 세부적인 조율만 하면 될 것으로 믿어 볼 만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일부 제안은 더 강력해서, 국회 심의과정에서 보다 원칙적이고 항구적인 입법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가질만했다.

실제 8월 31일 한나라당이 발표한 정책성명에서는 "정부·여당의 정책이 한나라당 부동산 특위안을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환영한다"고까지 한 바 있다. 공급대책이 불충분하다는 것과 나중에 오해가 풀리기는 했지만 전체 서민층까지 1% 보유세 세금 부담하는 등의 문제만 지적했을 뿐이다.

그러나 법안 심의가 본격화된 시점에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종합부동산세 세대별 합산 자체를 재경위 세법소위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급기야 소위 위원장이 "세대별 합산이 당론이 아닌 것이 확실하냐"는 확인까지 했다. 적용대상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는 문제에 대해서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당 정책위의장은 11월 28일 수용을 시사한 반면, 바로 다음 날 반대 방침이 변한 바 없다는 제3정조위원장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이혜훈 제3정조위원장이 밝힌 한나라당 부동산 대책 당론(11월 29일)
①종부세 세대별 합산과세 ②투기목적의 1세대 2주택 양도세 중과 ③종부세 과세대상 현행(9억원) 유지 ④부동산 거래세의 단계적 폐지

부동산 정책만은 당리당략 떠나서 처리해야

11월 30일 한나라당 대변인은 "감세법안이 수용돼야만 종부세 과세기준 강화안에 대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당 방침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서민을 위한 감세법안을 수용해야, 종부세 과세 기준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당이 누차 강조했듯이 부동산 정책은 다른 분야 정책과 흥정하거나 거래할 대상이 아니다. 그런 정도의 일이라면 애초 이렇게 떠들썩하게 시작할 일도 아니었다. 불과 몇 달 전 망국적 부동산 투기와 가격 폭등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각 당의 지도부가 부동산 대책만은 당리당략을 떠나 조속히 처리하자고 합의하지 않았던가?

LPG 세금을 포함한 서민용 감세법안은 그것대로 합리적으로 논의할 대상이지, 그걸 처리해주면 부동산 대책 입법을 인정하겠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마치 같은 세금이라고 해서, 사과와 수박을 같은 것으로 보는 처사이기도 하다.

부동산에 대한 초과이익 기대심리를 꺾고, 서민주거를 안정시켜야 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이다. 어느 정부, 어느 정당의 인기를 위한 일이 아니다. 일희일비하거나, 냉탕온탕을 반복하지 않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될 과제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고통이 따르겠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켜내야 할 숙제인 것이다.

8·31 정책의 기본 취지 훼손 안돼

앞서 설명한대로 한나라당의 당론이 종부세 부과기준을 현행과 같이 9억원으로 유지하는 것이라면, 이 때 대상자는 전체 가구의 1% 미만이다. 여기에 덧붙여 한나라당은 종부세의 예외를 폭넓게 허용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소득만 소명할 수 있다면 세대별로 여러 채 가지더라도 종부세 합산과세 대상에 넣을 수 없게 된다. 적용대상 금액도 유지하고, 이렇게 예외까지 허용한다면 고액, 과다 부동산 보유세대에 대해 세금 부담을 조기에 현실화하겠다는 취지는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소득의 부부합산 과세 위헌 사례를 들고 있지만, 금융소득과 달리 주택은 한 가족의 주거공간으로서 법적 성질을 달리 한다.

양도소득세도 비슷한 상황이다. 1세대 2주택의 경우도 '투기목적 소유'만 중과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투기목적 소유란 게 다 열거할 수도 없거니와 이런 사정 저런 사정을 빼주게 되면 그 취지를 잃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8·31 정책에서는 저가주택이나 이사주택 등에 대해서 상당히 폭넓은 예외를 인정한 바 있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인지, 시민단체나 언론에서는 입법과 관련된 의원들의 재산이 얼마며, 종부세 대상인지 아닌지가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 문제로 입법이 지연되거나 왜곡될 리야 없겠지만 연결되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노릇이다.

8·31 부동산 정책은 어떤 면에서 불완전하다. 이 정책이 과연 국민적 열망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정책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불안한 일이다. 그래서 정부는 1단계임을 강조한 바 있고,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실제로 낮추고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킬 대책 등은 계속 보완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시간이 없다. 조금이라도 약한 곳을 찾아 떠도는 400조원이 넘는 단기자금이 있다. 더 이상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인 곳에 돈이 몰려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시작도 하기 전에 김빠지고, 정책 신뢰가 떨어진다면 국가적 위험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의 경험을 본다면 정책이 얼마나 완전한가 보다는 얼마나 일관되게, 흔들림 없이 추진되는가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기하는 순간 무력화된다. 8·31 정책 발표 이후 석 달이 지났다. 이미 너무 오래 기다렸을 뿐 아니라, 다음 단계의 과제조차 늦어질까 조바심이 난다.

다시 한번 부동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기억력이 얼마나 짧은가에 놀란다. 또 때를 놓치고 후회할 것인가? 나 스스로, 더 강하게 호소하지 못한 데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국민들의 질책이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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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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