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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몸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몸값만 지불하면 언제든지 이곳을 나갈 수 있다.”
청의 관리는 묶인 채로 꿇어앉아 있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모여 있는 조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조선 사람들은 두려운 눈빛으로 묶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몸값을 내지 않고 도망치는 건 도둑질과 마찬가지다! 도둑놈은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병사들이 꿇어앉은 사람 중 가장 만신창이가 된 자를 끌어내었다. 그는 좀 전에 말 뒤에 매달려 끌려가던 사내였다.
“이 놈이 다른 이들을 부추겨 저지른 일이라 하니 이 자만큼은 살려두지 않겠다. 다른 놈들은 장 100대를 내릴 것이니 여기 있는 이들은 다시는 이런 도둑질을 꿈도 꾸지 말라!”
관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병사 두 명이 묶인 사람의 팔을 나누어 잡고 굵은 나무 위에 엎어 놓았다. 또 다른 병사가 잘 벼린 칼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와 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사람들은 좌중을 엄히 감시하는 병사들의 위세에 눌려 두려운 눈으로 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으앗!”
순간 주먹만한 돌이 사람들 사이에서 튀어나와 칼을 든 병사의 눈두덩을 정확히 맞추었고 병사는 피를 흘리며 주저앉았다. 좌중이 소란스러워지며 관리가 소리를 질렀다.
“어떤 놈이냐! 잡아들여라!”
병사들이 돌이 날아온 방향으로 우르르 몰려드는 순간, 또다시 돌이 날라와 선두에 선 병사의 코뼈를 으깨어 놓았다. 돌을 던진 이는 바로 짱대였다.
“저놈이다! 저놈을 잡아라!”
병사들이 칼을 뽑아들자 사람들은 이리저리 몸을 피했다. 그때 뒤에서 관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만 두어라! 모두 무기를 놓아라!”
병사들이 돌아보니 어느 사이엔가 평구로가 관리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장판수가 묶인 사람들을 풀어주고 있었다. 너무나 순식간의 일이라 병사들은 넋이 빠진 채 관리의 명에 따라 힘없이 무기를 땅에 놓았다.
“자, 이리들 와서 거들라우!”
장판수와 조선포로들은 밧줄로 청의 관리와 병사들을 꽁꽁 묶어 버렸다. 그 자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일이 어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어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이고 말았다. 장판수는 짱대를 불러 꾸짖었다.
“이놈아! 네 놈이 경거망동해서 하마터면 일이 틀어질 뻔 했지 않았느냐!”
짱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거렸다.
“그게 보고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서......”
평구로가 짱대의 어깨를 툭 치며 격려했다.
“괜찮다. 그런데 돌 던지는 솜씨가 보통이 넘는구나.”
“소, 소인이 한양 저자거리에서 석전(石戰 : 돌싸움)으로 이름을 떨치지 않았습니까.”
장판수는 말을 더듬기까지 하는 짱대를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당장 중요한 일은 이미 벌어진 일의 뒷수습이었다.
“구해주신 것은 고마우나 내일이면 이들과 교대할 병사들이 올라올 것이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 이곳 사람들은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어찌 하오리까?”
어떤 이는 이렇게 정중하게 물었지만 어떤 이는 격앙된 어투로 따지기도 했다.
“그래! 어떻게 할 거냐! 지금 도망친다 해도 부녀자와 어린아이까지 있는데 어찌 저들을 떨쳐 버리고 간단 말이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사이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장판수의 귓전에 울려 퍼졌다.
“장초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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