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엄마! 빨리 일요일이 됐으면 좋겠어!”
“왜?”
“일요일에 눈이 내린데.”
“어떻게 알았니?”
“응, 뉴스에서 봤어!”
“그랬구나, 그런데 눈이 안 올 수도 있으니까 너무 기다리지는 마!”
이번주 내내 일요일에 첫눈이 내릴 거라며 기대하는 큰딸 혜준이에게 제가 해준 말입니다. 제가 아직도 기상청을 덜 신임하는 탓인지 눈이 꼭 올 거라고 말했다가 혹 아이가 실망할까 염려스러웠거든요.
아이는 며칠 전 일기예보를 통해 '일요일에는 전국적으로 눈이 내릴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매일매일 일요일만을 기다려 왔습니다. 드디어 토요일 저녁, 서울을 비롯한 강원도 지역에 첫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수북히 쌓인 눈을 TV화면을 통해 보면서 우리 가족도 열심히 하늘을 쳐다보았지요.
그러나 우리가 사는 화순의 하늘은 뿌옇게 흐려 있기는 했지만 좀처럼 눈을 뿌려줄 기색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일요일인 오늘(4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베란다로 달려나간 혜준이는 "와, 정말 눈이 온다"며 함성을 질렀습니다. 아이들과 베란다에서 내다본 세상은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고 하늘에서는 솜사탕같은 눈이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밖으로 보이는 집 옆 알메산도 온통 하얀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습니다. 부지런한 아이들이 두툼한 옷과 모자, 장갑으로 무장을 하고 눈싸움을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나가자!”
아이들에게 두툼한 옷을 입히고 장갑과 모자를 씌우고 밖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올겨울 처음 내리는 눈을 맞이하는 아이들은 매서운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만지며 즐거워했습니다. 아이들의 손길에 제법 도톰하게 차 위에 쌓여 있던 눈들이 치워졌습니다. 아이들은 차 위에 쌓인 눈을 모아 눈사람을 만들기도 하고 눈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조금 큰 아이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비료포대와 쌀포대를 들고는 알메산 기슭으로 올라가 눈썰매를 타기 시작합니다. 참 이상하죠? 눈이 오면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너나없이 비료포대 등을 구해들고 나지막한 언덕으로 몰려갑니다.
코와 볼이 빨개지고 손발이 꽁꽁얼고 옷이 눈에 흠뻑 젖어도 아이들은 마냥 신이나서 멈출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밖에서 놀기보다 컴퓨터 등을 통한 오락을 더 즐기는 것이 놀 공간이 없고 놀 거리가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놀 공간과 놀 거리가 있어도 무엇을 어떻게 하고 놀아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심의 팍팍한 건물들 사이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느낄 수 없고 즐길 수 없는 놀이를 우리 아이들이 하는 걸 보면 "산이 있고 숲이 살아 있는 농촌에서 사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선 참 잘하는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답니다.
꽁꽁 얼어 손발은 차가워지고 코와 뺨이 빨갛게 얼었으면서도 계속 놀고 싶다는 아이들을 달래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흠뻑 젖은 옷이랑 장갑이랑도 말리고 차가워진 몸도 좀 녹이고 든든하게 밥도 좀 먹고 다시 나와서 놀자고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고 반협박까지 해가며 간신히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 아이들은 뭘 하고 있냐구요? 얼른 옷이 마르면 다시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못다한 눈싸움이며 썰매를 타겠다고 몸을 녹이고 있답니다.
몸이 녹을 동안 눈이 그쳐선 안 된다며 연신 하늘을 올려다보면서요. 우리 아이들, 정말 대단하죠?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