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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등섬 앞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소등섬 앞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 김정수
마을 입구에는 영화 <축제> 촬영장소 기념비가 세워져 있어 이곳이 영화 촬영장소였음을 잘 알 수 있다. 이 마을에서 40여 일간 영화 촬영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영화촬영지 하면 사람이 많이 몰릴 것 같지만 그리 흥행한 영화가 아니고, 이미 10여년 전인 1996년에 개봉한 영화라 이제는 영화촬영지라는 걸 기억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다.

영화촬영지 기념비가 세워진 바로 앞 바닷가에는 솥뚜껑처럼 생긴 섬이 떠 있어 포구를 껴안고 있는 어머님의 품처럼 아늑하다. 소등섬은 700평 내외의 자그마한 무인도로 하루 두 차례 모세의 기적을 연출하는 곳이다. 썰물 때 바닷길이 열리면 시멘트 포장길이 드러나 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

남포마을 입구에 자리한 영화 '축제' 촬영장소 기념비
남포마을 입구에 자리한 영화 '축제' 촬영장소 기념비 ⓒ 김정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이곳에 노송 10여 그루와 잡목이 우거져 있어 푸르름을 자랑하는 싱그러운 섬이다. 솥뚜껑처럼 생겼다하여 소부등섬으로 불리다가 현재는 적은 등불이란 의미로 소등(小燈)섬으로 불린다. 포구 앞을 막고 있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현재는 섬 끝으로 방파제가 길게 이어져 있다.

이로 인해 포구 안쪽은 항상 호수처럼 잔잔하다. 소등섬은 영화에서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던 곳이다. 소등섬을 대표하는 아름다움은 일출인데, 그 아름다움은 아직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아 조용하게 해돋이를 맞이 하기에 좋다. 수평선이 아닌 건너편 고흥반도의 산위로 해가 떠오르면 하늘과 바다는 발갛게 달아오른다. 소등섬과 방파제를 배경으로 해가 뜨는 풍경이 장관이다.

소등섬 앞을 관광객이 거닐고 있다
소등섬 앞을 관광객이 거닐고 있다 ⓒ 김정수
소등섬 안쪽의 호수 같은 포구에 배들이 정박한 가운데 햇살이 울링거리기 시작하면 숨이 멎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일출을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멋진 일출을 보려면 물때를 잘 맞춰서 가야 하는데 일출시간이 밀물(만조) 무렵 2시간 전후일 때가 가장 좋다.

해가 떠오르면 소등섬 앞쪽의 바닷물에 반사되는 햇살로 인해 더 아름다운데, 썰물 때는 소등섬까지 바닷물이 빠져나가기에 일출의 아름다움이 한결 덜하다. 일출시간은 한국천문연구원 홈페이지(www.kasi.re.kr)로 들어가서 ‘해·달 출몰시간 안내’를 참고하면 된다. 조석표(밀물,썰물시간)는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www.nori.go.kr)로 들어가서 ‘조석예보’를 참고하면 된다. 장흥지역의 조석표가 안나오는 관계로 위치가 비슷한 녹동(고흥)을 클릭하면 한 달간의 조석표가 나온다.

바닷길이 열린 소등섬 전경
바닷길이 열린 소등섬 전경 ⓒ 김정수
2005년 12월의 경우 12일과 27, 28일이 일출을 보기에 가장 좋은 날이다. 일출시간과 거의 비슷한 7시38분(12일), 7시5분(27일), 7시38분(28일)이 만조시기다. 이렇게 거의 일치하는 날은 별로 없지만 이날을 전후로 약 3~4일이 일출을 보기에 가장 좋은 날이다.

겨울철의 경우는 음력으로 11일, 26~27일이 일출을 보기에 가장 좋으며, 이날을 전후로 약 3~4일은 일출감상에 좋은 날이다. 반면 일출시간이 간조시간이 되는 음력 6일, 21일은 일출을 보기에 가장 안 좋으며, 이날을 전후로 약 3일간만 피하면 그런 대로 괜찮은 일출을 볼 수 있다.

소등섬과 방파제 위로 일출이 떠올랐다
소등섬과 방파제 위로 일출이 떠올랐다 ⓒ 김정수
소등섬이 있는 마을 끝에서 길을 따라 들어가면 도로변에 깔끔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영화에서 작가 안준섭(안성기 분)의 집으로 나왔던 곳으로 장례식의 많은 장면이 촬영되었다. 당시 이장이었던 김수진씨의 집에다 행랑채 등을 세트로 지어서 촬영하였는데, 지금도 당시의 모습 그대로 대부분 남아 있다.

집으로 들어서면 영화의 생생한 감동이 느껴진다. 일반 세트장과는 달리 실제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라 튼튼하게 지어져 생기가 넘쳐나는 삶의 공간이다. 자유스런 관람이 보장되지 않는 게 단점이기도 하다. 김수진씨의 집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또 하나의 마을이 나오는데, 이곳에 남포항이 들어서 있다. 남포항에 들어서면 남녘포구의 포근함과 정겨움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입구에서 마을을 바라다보면 동요 '파란나라'를 떠올리게 된다.

파란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 나라
파란나라를 보았니 맑은 강물이 흐르는
파란나라를 보았니 울타리가 없는 나라
난 찌루 찌루의 파랑새를 알아요
난 안델센도 알고요 저 무지개 넘어 파란 나라 있나요
저 파란 하늘 끝에 거기 있나요


영화 '축제'에 안성기의 집으로 나왔던 당시 이장이었던 김수진씨의 집
영화 '축제'에 안성기의 집으로 나왔던 당시 이장이었던 김수진씨의 집 ⓒ 김정수
온통 파란색으로 도배를 한 것처럼 눈이 부시다. 파아란 바다가 호수처럼 펼쳐져 있으며 그 위에 정박해 있는 배들도 대부분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해안가에 쭉 늘어선 슬레이트 집 지붕들도 대부분 파란색 일색이다. 고개를 들면 하늘 역시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어 온통 파란 세상이다. 정말 저 파란 하늘 끝에는 동요 속 파란나라가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다.

이 마을 앞은 물이 빠지면 남포갯벌이 드러난다. 갯벌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장면 등이 영화에도 나온다. 이곳은 사단법인 한국상록회 장흥지회에서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하게 된 곳으로 남포마을 주민들의 고소득원인 굴을 대량으로 채취하는 곳이다.

굴은 11월 하순에서 이듬해 2월 말까지 채취하는데, 이즈음에 찾아가면 싱싱한 굴을 맛볼 수 있다. 특히 굴구이가 별미인데, 이 기간 중에는 비닐하우스를 친 채 굴구이를 판매하는 간이식당이 여럿 들어서서 관광객의 입맛을 유혹한다. 이 지역 사람들은 굴을 석화라 부르는데, 화로에 올려놓고 구운 굴을 입안에 넣으면 짭쪼롬한 바다내음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그렇게 영화 <축제>의 촬영현장에서 나만의 작은 축제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물이 들어오자 남포항의 갯벌과 소등섬의 바닷길이 사라졌다
물이 들어오자 남포항의 갯벌과 소등섬의 바닷길이 사라졌다 ⓒ 김정수

남포항과 남포마을은 온통 파란색으로 덮혀 파란나라를 연상시킨다
남포항과 남포마을은 온통 파란색으로 덮혀 파란나라를 연상시킨다 ⓒ 김정수

굴을 채취하고 있는 마을 주민의 모습
굴을 채취하고 있는 마을 주민의 모습 ⓒ 김정수

물이 빠지면 소등섬까지 갯벌이 펼쳐진다
물이 빠지면 소등섬까지 갯벌이 펼쳐진다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12월 여행이벤트 응모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며, CJ케이블넷 경남방송 리포터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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