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언제는 목숨이 아까워 몸을 사린 적이 있더냐? 말했지만 지금 섣불리 나서 우리까지 무너지면 도성 내 백호대는 풍비박산이야. 정작 거사일이 잡히면 도성 진공이 목표로 잡힐 터인데 다른 곳도 아니고 이곳에 백호대 씨가 마르면 얼마나 큰 차질이 생긴다는 것을 모르느냔 말이다. 낸들 내 수하가 내 눈 앞에서 끌려가는 모습을 견디는 게 쉽겠는가!.”
복 서방이 그리 크지 않으나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막았다.
“이번 일은 무리한 계책이었습니다. 번연히 수백의 군졸이 있는 앞에서 자객을 막으라니요. 그것도 저 원수 같은 늙은이를 위해서요.”
“본영의 명이야.”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요. 죽을 걸 알면서도 그 앞에 서서 명에 따랐던 놈입니다. 제 목숨 떨어지는 것 아끼지 않고 걱실히 명에 따랐다가 저리 된 놈인데 그냥 죽게 내버려 두잔 말입니까요?”
천돌이가 계속 달라붙었다.
“…….”
“대장님! 소인의 간절한 청입니다요. 어찌 되었든 시도는 해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요. 의금부에 끌려간 놈 치고 병신이 되어 나오지 않은 놈이 있었습니까. 저 불쌍한 놈도 결국은 병신이 되드락 고신을 당하다가 결국 목이 떨릴겝니다.”
“…….”
복 서방은 전이 잡혀 있는 곳에 눈을 박은 채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
“너희 말대로 희망은 가져 보자. 여기선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우선 도성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압송 군사의 규모가 우리가 해 볼 량이면 그때 친다. 만약….”
“…….”
“수가 많으면 그땐 우리 율대로 한다.”
“……!”
“내키지 않는다면 여기서 접는다.”
“하겠습니다요! 그리라도 하겠습니다요.”
천돌이가 서둘러 대답했다.
“너희도 그러하냐?”
내처 묻는 복 서방의 질문에 나머지 대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허면… 수가 많다하심은…?”
대원 하나가 물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병장기가 어떠하냐?”
“보총 하나에 마병총 하나, 그리고 오혈포가 둘, 창포검 하나에 비수가 다수이옵지요.”
“스물. 만약 압송군졸의 수가 스물 이하면 그땐 친다. 허나 스물이 넘는다면 전만 편히 보낸다.”
“꼭 그렇게까지….”
대원 하나가 토를 달다가 말았다. 일개 백호대원이 아는 바야 어차피 연락책인 천돌이 얼굴과 접선 장소인 떡집 정도겠지만 이 시점에서 ‘대동계’니 ‘개화군’이니 하는 말이 발설되어선 안 될 때임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내가 잡혀도 너희도 똑같이 하거라. 그게 율이다. 의금부에 들어가면 어차피 죽는다. 그러나 죽기까지 당할 그 모진 고문이 나는 더 무섭다. 전도 우릴 원망치는 않을 게다.”
“…….”
모두가 무거운 표정만 지은 채 말이 없었다. 그때 천돌이가 나섰다.
“에이~ 말짱 방정 맞은 소리입니다요. 우린 전을 구하고 유유히 사라질 터이니 기우일랑 치우십시오.”
천돌이의 말에 대원들이 억지로 표정을 폈다.
“그래 천돌이 말이 맞다. 잘 될 게다. 가자!”
복 서방의 말에 대원들이 짐을 챙겨 따라 나섰다.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