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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프란체스카>
<안녕 프란체스카> ⓒ MBC
각 방송사의 대표적인 효자 장르로 각광을 받았던 시트콤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한때 방송사마다 3~4개씩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는 경향을 보였던 시트콤의 제작 편수가 대폭 줄었을 뿐만 아니라, 각 방송사가 야심차게 편성한 신작들의 반응도 영 시원치 않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안녕 프란체스카>와 <올드미스 다이어리>에 열광하며 시트콤의 부활을 노래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격세지감이다.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후속작인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는 여전히 캐릭터와 설정이 자리를 잡지 못하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안녕 프란체스카>는 3번째 시즌으로 넘어오며 초기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잃고 몇몇 중견 배우들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뻔한 내용으로 빈축을 샀다.

<논스톱>과의 차별화를 선언하며, 청춘 시트콤의 아성을 잊겠다고 새롭게 출발한 <레인보우 로망스>는 준비 안 된 신인들의 어설픈 연기와 구태의연한 에피소드가 <논스톱>시절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반적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이 하락한 측면도 무시할수 없지만, 최근 시트콤은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작품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부진이 점차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 시트콤을 전파한 원조급이라 할 수 있는 SBS에서는 최근 아예 시트콤이라는 장르 자체를 편성에서 지웠다. 이는 단순히 수치상의 시청률만이 아니라, 대중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다.

이것은 시트콤이라는 장르 자체가 식상했다기 보다는, 소재의 창의성과 체계화된 구성, 전작과의 차별화에서 실패한 체 기존 흥행 공식에 안주해온 제작진의 진부한 자기 복제가 불러온 재앙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 ⓒ kbs
시트콤의 생명은 캐릭터와 일상성에 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와 <안녕 프란체스카>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 작품들이 무수한 설화 가운데서도 성공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몇몇 배우의 과장된 코믹 연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삶의 풍경들을 냉철하고 예리한 시각으로 재구성해낸 풍자의 힘에 있었다.

국내에서 흔히 코미디와 비슷하게 취급당하기 일쑤지만, 엄밀히 말해서 시트콤은, 순발력에 의존하여 단편적인 웃음을 만들어내는 개그콘서트와는 방향이 다르다. 이름 그대로 드라마적인 이야기 구조 가운데서 자연스러운 웃음과 캐릭터의 리듬을 창조해내는 상황극이 바로 시트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트콤 특유의 짜임새있는 유머와 독특한 상상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점점 특정한 캐릭터나 배우의 이미지에 의존한 과장된 개인기로 웃음을 끌어내려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공식이 진부해지니 시청자도 자연 식상할 수밖에 없다.

한때 시트콤은 방송가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대표적인 장르로 지지를 받아 왔다.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실험 정신과 개성있는 연출의 힘만으로 인기를 끌수 있었다. 그러나 당장의 시청률에만 눈이 멀어 저급한 트렌드만을 따라가는 추세가 반복되며 시트콤이라는 장르는 이미 초기의 활력을 잃은지 오래다.

시대의 트렌드 만큼이나 시청자의 취향도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고급화, 다양화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면 이젠 과거의 낡은 공식으로는 통하지 않는다.시트콤이 왕년의 레퍼토리 정도로 평가절하되어 무덤속에 들어가기 전에,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시트콤 장르만의 패러다임을 재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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