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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는 내 운명>의 한 장면
영화 <너는 내 운명>의 한 장면 ⓒ 영화사 봄
두툼한 외투가 필요한 추운 계절이 돌아오면, 아무래도 밝고 역동적인 이야기보다는 가슴 한 곳을 훈훈하게 적셔주는 따뜻한 이야기를 대중이 더 선호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추세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불어온 신파 열풍은 다소 유난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왜 사람들은 이토록 눈물의 비극에 열광하는 것일까? 대개 이러한 작품들은 어떤 독특한 실험정신이나 재기발랄한 스타일보다는, 지극한 통속성을 표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를 향한 지극한 순애보, 변하지 않는 사랑의 힘이나 가족주의의 회복을 주된 테마로 하는 이야기들은 어떻게 보면 새로울 것이 없이 기존 대중 영상문화에서 계속 변주되어온 소재다.

그러나 최근 성공작들을 통해 나타나는 눈물의 법칙은, 재벌 2세나 신데렐라, 출생의 비밀 같은 특수한 극적 설정을 끌어들이지 않고 우리 주변의 이웃과 소소한 일상의 리얼리티에 뿌리를 두고, 평범한 사람들이 역경에 맞서서 자신이 지켜야 할 가치를 수호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순진한 농촌 총각이나 억척스러운 주부,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이웃으로 설정된 주인공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그들에게는 운명을 거부할만한 비범한 능력도 극적인 반전의 행운도 없다. 하지만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현실에 부딪혀서도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맞서는 모습에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진정성이 있다.

여기서 주인공들이 만들어내는 눈물은 곧, 관객의 자기 반영이다. 어떻게 보면 바보스러우리 만큼 순진하고 고지식한 주인공들의 모습은, 현실의 이해관계 속에서는 쉽게 용납될 수 없겠지만, 오히려 그들이 보여주는 진실된 마음이 관객에게 전달될 때 신파는 통속성을 넘어 위력을 발휘한다. 과장되어 있지만, 그 속에 있는 '현실에서 부족한' 혹은 '찾기 힘든' 진정성의 발로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드라마 <장밋빛 인생>
드라마 <장밋빛 인생> ⓒ KBS
대중문화에서 흔히 눈물은 웃음보다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시대 정서나 사회적 분위기가 어두울수록 사실 관객은 오히려 밝은 이야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에는 <가문의 위기> 정도를 제외하고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코미디를 찾아보기가 참 어려웠다.

단편적이고 순간적인 웃음이 지배하는 최근의 문화 풍토에서, 웃음은 오랜 영향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반복될수록 관객은 패턴에 익숙해지고 쉽게 웃지 않는다. 그러나 눈물은 다르다. 오히려 패턴이 익숙해질수록 관객은 그 통속성에 진부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척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장밋빛 인생>이나 <너는 내 운명> 같은 작품들이 분명, 관객의 감정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흔적을 감추지 않는 신파 멜로라고 할지라도, 대중문화에서 '눈물'이 가지는 위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그것은 순수한 주인공들의 진심을 통하여, 현실에서는 각박한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관객 자신의 마음을 위로받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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