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시공주니어'에서는 <어린이 디스커버리>시리즈를 2004년부터 한국판으로 번역하고 있다. 지난 9월 서양사에 관한 세 권의 책이 출간되었는데 <서양 문명의 열쇠 고대 그리스> <찬란한 제국 고대로마> <서양중세의 방패 기사와 성>이 그것이다.
이 책들이 돋보이는 까닭은 초등학생 수준에 맞는 편집 때문이다. 사건과 인물에 따른 시대적 흐름은 간략하게 처리한 반면 당시 사람들의 삶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기존 역사 백과들과는 다르다.
<찬란한 제국 고대 로마>에서는 지리적 위치, 정치형태, 도시의 모습, 군인들의 생활,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주거형태, 놀이문화 따위를 그림과 함께 다루고 있어 아이들이 사건과 인물을 외우기 전에 그 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서양 중세의 방패 기사와 성>에서는 일반인의 생활보다는 기사와 전쟁 등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 두 책은 한 시리즈, 같은 저자의 책인데도 중심골격에 따라 전개 방식도 달라졌다. 덕분에 시대를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고대 로마에서는 그 문화와 정치가 얼마나 찬란했는가 알 수 있으며 중세의 상징인 기사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익힐 수 있다.
역사 학자로도 유명한 토인비는 "역사에 대한 연구는 호기심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또 "한 개인 경험이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듯 집단으로서 갖는 체험도 공적인 일을 처리해 나기기 위한 지침으로 꼭 같은 가치를 갖고 있다"고 했다. 꼭 토인비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역사를 배우는 것이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역사를 바라보는 방향이 학교 교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처음 역사를 접하는 아이들에게는 역사의 흐름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지 않는다. 인물 중심으로는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고 기준점 없이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나열한 많은 사건들은 어린아이들에게 혼란을 준다.
저학년의 경우 시각적 자료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과 몇 가지라도 정확한 개념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다음에 좀더 어려운 책을 보더라도 윤곽을 그릴 수 있고 흥미를 갖게 된다. 역사와의 이런 만남이 반복되면 의외로 명확하고 빠른 학습은 쉽게 이루어지리라 본다.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린이 디스커버리>는 전문가에 의한 선택된 요소로 적절히 배치하고 있어 편집과 기획력이 탁월하다 할 수 있다. 또 선명한 색채로 과감하게 펼쳐 놓은 그림과 지도는 많은 언어를 대신한다. 그래서 딱딱한 글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시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
이제 곧 시작될 겨울방학을 위해 어떤 책을 읽혀야 될까 고민하고 있는 저학년 부모가 있다면 <어린이 디스커버리>를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찬란한 제국 고대로마 / 데보라 머렐 글 / 시공주니어 펴냄
서양 중세의 방패 기사와 성 / 데보라 머렐 글 / 시공주니어 펴냄 각권 8,000원
리더스 가이드와 알라딘에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