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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 김미영
여행 둘째 날

얼마만인지 모를 늦잠을 즐겼다. 사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특별한 '관광'이 아니었다. 굳이 목적을 들라면,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편안하게 쉬다 오는 것 정도가 아니었을까? 친구는 오는 날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여미지 식물원의 바나나나무
여미지 식물원의 바나나나무 ⓒ 김미영
"미영아 사실 제주도 아니었으면 못 갔을지도 몰라. 막상 가려고하니까 애들 두고 가기도 맘이 안 좋고 그렇더라구. 근데, 비행기표도 이미 예약했고... 그런데다 우리가 셋이 가는 것도 아니고 단둘이 가는 건데 내가 안가면 너도 못가고."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나보다 친구가 더 즐거워하고 있었다. 둘째 날부터 '다시 어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나는 그래도 직장생활을 하며 종종 출장도 가고 했는데, 친구는 아이 셋을 키우며 늘 집에만 있으니 조금 답답했을지도 모르겠다.

여미지 식물원의 대형 선인장
여미지 식물원의 대형 선인장 ⓒ 김미영
우리는 둘째 날의 목적지를 '여미지 식물원'과 '한라산 산책', '서귀포 시장구경'으로 정했다. '여미지식물원'은 명성만큼 웅장했다. 다양한 식물들이 테마별로 나뉘어져 있었다. 나는 바나나 나무를 처음 본 것 같다. 바나나가 그렇게 열리는지 몰랐는데 너무 신기했다. 특히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너무 멋있었다.

여미지식물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제주바다
여미지식물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제주바다 ⓒ 김미영
시내로 나가기 전 잠시 한라산으로 차를 돌렸다. 한라산의 등반코스는 몇 가지가 되었는데, 우리는 그중 산책정도 코스인 왕복 한 시간짜리로 골랐다. 입구까지 가는데 벌써 길이 눈으로 꽁꽁 얼었다. 더구나 산중턱에 들어서니 눈이 많이 내리고 바람도 강하게 불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입구에 도착하니 '입산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고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잠시 눈을 맞고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한라산 중턱. 눈이 많이 내리고 날이 흐려서 입산금지.
한라산 중턱. 눈이 많이 내리고 날이 흐려서 입산금지. ⓒ 김미영

지나는 길에 감귤농장에 잠시 들렀습니다.
지나는 길에 감귤농장에 잠시 들렀습니다. ⓒ 김미영
산에서 내려와 시장구경을 위해 시내로 나갔다. 시장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시장에 들어서니 '섬'이라 그런지, 해산물과 생선들이 많이 있었다. 어딜 가나 시장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싶다. 시장을 한바퀴 쭉 둘러보고, 배가 고파져 분식집에 들어갔다. 우리가 맛있는 집에 잘 찾아갔나보다.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김치부침개 한 장과 김밥 한 줄, 만두, 삶은 달걀, 어묵, 떡볶이가 접시에 가득 담아져 나오는데 이렇게 해서 삼천 원이다. 여기에 천 원짜리 어묵 한 대접을 먹고 나니 너무 배가 불렀다.

너무너무 맛있었던 떡볶이와 어묵
너무너무 맛있었던 떡볶이와 어묵 ⓒ 김미영
여행 셋째 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우리는 숙소인 중문관광단지에서 "성산일출봉"을 들러, 제주도를 반바퀴 돌아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목적지가 한곳 뿐이어서 한껏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했던 바다구경도 실컷 할 수 있었다. 나는 성산일출봉이 두 번째이다. 몇 년 전쯤 여름에 왔었는데 너무 멋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남아 있어, 겨울은 어떤 모습일지 자못 기대가 되었다.

성산일출봉의 멋진 모습
성산일출봉의 멋진 모습 ⓒ 김미영
여행하는 삼일동안 제주도의 날씨는 좋지 않았다. 금방 눈보라가 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해가 쨍쨍 나고 또 다시 한껏 어두워져 눈보라가 몰아치고, 성산일출봉에 도착했을 때도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고 눈까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도 별로 많지 않았다. 올라갈까 말까를 잠시 망설였지만 눈보라가 몰아쳐도 올라가자고 결정했다.

성산일출봉 꼭대기에서 찍은 사진. 멀리 우도가 보입니다.
성산일출봉 꼭대기에서 찍은 사진. 멀리 우도가 보입니다. ⓒ 김미영
친구와 나는 바람을 안은 채 꼭대기로 올라갔다. 꼭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간 중간 내려다본 바다는 너무 시원했다. 보는 장소에 따라 바다의 모습이 다르게 느껴졌다. 드디어 꼭대기에 도착했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넓은 바다를 바라보니 왠지 눈물이 났다. 세상은 이토록 넓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심한 바람에도 꿋꿋하게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친구와 약속을 했다. 꼭 둘이서 여행을 또 하자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12월 여행이벤트 응모'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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