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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윤리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문제는 윤리만이 아니었다. 약 보름 후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4일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윤리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문제는 윤리만이 아니었다. 약 보름 후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황우석 교수팀 연구결과에 대해 재검증을 요구해왔던 소장파 교수들. 그들은 그동안 집단화된 여론의 등에 떠밀려 자신을 숨기거나 네티즌들의 가혹한 비난세례를 온 몸으로 방어해야 했다. <오마이뉴스>는 황우석 교수 논란의 한 가운데 서있었던 소장파 교수 3명과 전화 인터뷰를 해 이들의 현재 심경을 들어봤다.

15일 언론 보도를 통해 줄기세포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들은 한 목소리로 "공멸 위기에 처한 한국 과학계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과학계의 신뢰는 철저한 자기 검증이 이뤄질 때에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들은 한가지, 한국 과학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점은 위안이라고도 했다. 황 교수 논문의 진실을 규명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브릭'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연구결과를 허위로 발표한 것은 한국 과학계였지만, 이를 검증해 진실을 찾아낸 것도 역시 한국 과학계였기에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고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더이상 과학자를 신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과학자의 과장, 언론의 부풀리기로 인해 과학을 신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면 이번 경우처럼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

다음은 3명의 소장파 교수와의 인터뷰 요약이다.


"위안 삼을 게 있다, 우리 과학계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밝힌 것"
- 재검증을 요구한 익명의 교수


-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이제는 방법이 없다. 외국 기준에 다시 부합하려면 이제는 사건 전모를 재확인해야 한다. 누가, 어떤 과정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 밝혀야 한다. 연구원이 잘못했으면 처벌도 있어야 한다. 교수에 대한 처벌도 있어야 한다. 광범위하게 데이터가 조작되게 된 데 대한 해명도 있어야 한다. 관리한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어떻게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위안을 삼을 게 있다. 우리 과학계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밝힌 것이다. 사진도 그렇고, DNA 지문분석도 그렇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사람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높은 수준의 논문까지도 이해하고 조작 여부를 밝힐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겐 있다. 그것이 위안이다.

또하나는 앞으로 이런 일이 안 생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 경험을 톡톡히 했으니까 제대로 된 언론이나 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그런 과학자들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당분간 생명공학계에 대한 연구비가 줄고 지탄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교수와는 무관한 것이다.

과학자를 신으로 만들면 안된다. 검증되지 않은 것은 언론이 비판을 해야 한다. 황우석 사태를 보면서 답답했던 것은 다수결로 편들면 모든 것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은 절대 그렇지 않다. 통용되는 관행과 방식이 있다.


"한국 과학계 공멸 않으려면 모든 의혹 털어버려야"
- 김환석 국민대 교수(과학사회학)


-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의혹을 커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확정되니까 더욱 충격적이다. 황 교수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과학계가 공멸할 위기에 처해있다. 지금 우리가 공멸하지 않으려면 이번 기회에 국내에서 제기된 모든 의혹을 남김없이 털어버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국가와 과학계가 공동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국제과학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 어떻게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논문 철회로 모든 것을 덮으려 해서는 안된다. 검증이 시작됐으니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2004년과 2005년 논문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영롱이와 스너피도 논문이 하나도 없다는 의혹을 사고 있지 않나. 황 교수가 그간 했던 연구에서 뭐가 성공한 것이고 뭐가 아닌 것인지 남김없이 밝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도가 마련돼도 과학계 내부의 봉건적, 인간관계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젊은 연구자들이 그런 문제제기도 할 수 있고, 마음 놓고 연구를 할 수 있는 과학계의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이번에 많은 줄기세포 사진이나 DNA 지문 의혹 제기해서 진실규명 앞장섰던 '브릭'이나, 용감하게 나섰던 서울대 젊은 교수들을 보면, 아직도 우리나라 과학계는 죽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희망의 싹을 봤다. 싹을 살릴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해야 우리나라 과학계가 살아날 수 있다.

그리고 황 교수 '영웅 만들기'에 여념 없었던 정부와 언론도 책임을 져야 한다. 조·중·동을 비롯해 몇몇 언론의 행태는 정말 가관이었다.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도 이상한 발언으로 사태를 왜곡하는 사태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대국민 사과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오도했던 청와대 보좌관들, 특히 박기영·김병준 보좌관은 책임이 크다.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


"집단발표 논문 검증 시스템 마련해야"
-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과학사)


-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황 교수팀 논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25명)이 관여했다. 이를 과학에선 멀티플 오서십(multiple authorship)이라 부른다. 문제는 잘못됐을 때 책임 소재를 밝히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중간에 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는 과제가 남는다."

- 어떻게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멀티플 오서십으로 이뤄진 논문의 경우 전체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같은 집단 발표의 책임 소재 부분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밝히는 것은 과학계에서 할 일이다. 점점 집단 발표가 보편화되면서 통제하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사회에서 이러한 흐름을 어느 정도 인정을 해야 한다.

과학 연구가 집단화되면서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것을 사회가 알아야 한다. 과학자들이 집단 발표할 때에는 세심하고 안정화된 시스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집단 발표 때에는 이런 위험이 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누구든 잘못 할 수 있다. 누구를 매도하는 것은 가혹한 것이다. 애매하게 당하는 사람이 많다. 과학이 진행하는 모습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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