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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돼지 그리고 나> 겉표지.
<아버지와 돼지 그리고 나> 겉표지. ⓒ 들녘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만났을 때 왠지 철학서적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돼지'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돼지'에게서 왜 철학적 느낌을 받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처음에 책을 읽으며 난 내가 이 책을 잘 이해하며 읽고 있는 것인지 매우 궁금했다. 책은 그리 길지 않아서 두 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었는데, 책을 다 읽었을 때 비로소 작가가 독자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부디 끝까지 다 읽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주인공 '나'의 태어날 때부터 스물다섯 살까지의 일상적인(?) 생활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일상적이라고 하기엔 사실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 특별하다. 그 특별한 생활이야기 속에서 나는 어디까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조금 혼란스러웠다.

특히 이 소설에서 '나'의 열세 살 생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 있다. '나'는 열세 살 생일에 '귄터 그라스'(독일의 현대작가, <양철북>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를 선물 받는데, 끝까지 읽기 전에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도무지 헷갈린다.

"열세 살 생일날 나는 귄터 그라스를 선물 받았다. 그는 투명한 비닐에 싸인 채 생일상 옆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엄마와 아버지는 '온갖 새들이 다 모였네'를 노래했다. 귄터 그라스는 함께 노래하지 않았다. 어차피 파이프를 입에 물고 있어서 할 수도 없었다. 비닐 속에 불룩하게 튀어나온 파이프는 마치 얼굴에 달린 혹 같았다."

나는 처음에 생일인 주인공 '나'가 귄터 그라스의 인형을 선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실제로 포장지 밖으로 나와 '나'와 가족들과 함께 생일파티를 즐기고 게임까지 한다. 그리고 아버지와 귄터 그라스는 게임 때문에 티격태격하고, 귄터 그라스는 엄마에게 받은 '무농약 말린 자두 한 봉지'를 가지고 집을 나간다. 아마도 진짜 귄터 그라스를 선물포장해서 선물로 줄 만큼 재미있는 가족이 아닌가 싶다.

이런 부분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아버지가 돼지를 분양받아 온 사건도 그렇고, 또 아버지가 이름도 모르는 수녀님과 동행해 일주일간 연락없이 로마에까지 다녀온 사건도 그렇고, '나'의 헤어진 남자친구 슈테판을 아버지가 아르바이트를 이용해 재현시킨 사건도 그렇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 속에서 강하게 와 닿는 느낌은 바로 '나'와 가족의 끈끈한 '신뢰와 사랑'이다. 끊임없이 서로를 믿어주고, 아무 조건없이 사랑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주인공인 '나'도 그것에 동참해 우리학교에서 제일 싫어하는 선생님 2위로 뽑힌 아버지를 위해 B학점을 미끼로 일주일에 30명의 팬클럽회원을 확보한다. 아버지가 제일 싫어하는 선생님 2위로 뽑힌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보다는, 그런 아버지를 속으로 가슴 아파하는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설은 독일인이 쓴 소설이다. 나라마다 문화라는 것이 있고 그 문화는 다 다른데 나는 독일이란 나라가 이런 문화인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한다. 한 가족이 서로를 인정해주고 사랑하고, 신뢰하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즐거운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처음 읽었을때, 저한테는 조금 헷갈리는 소설이었습니다.  책이 두껍지 않아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두번째 읽으니, 내용이 다 들어오면서 참 재미있는 책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한번 읽어보세요.  기분이 좋아질것 같습니다.


아버지와 돼지 그리고 나

야나 셰러 지음, 박규호 옮김, 들녘(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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