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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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뉴스게릴라를 찾아서'란 코너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민기자들을 찾아 나섭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따뜻한 이야기에서부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까지 기사로 만들어 훈훈함을 전해주는 시민기자들. 그리고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하는 시민기자들까지. <오마이뉴스>는 '뉴스게릴라를 찾아서'를 통해 오늘의 <오마이뉴스>를 만들어낸 주역인 시민기자에 대한 궁금증을 후련하게 풀어드릴 예정입니다. 우선 꾸준한 활동으로 그동안 써왔던 기사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 낸 시민기자들을 차례로 만나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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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위한 찻집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내 이름과 주소를 묻더니 가방에서 엽서를 한 뭉치 꺼내 바로 적어둔다. <징검다리 편지>의 저자 김해등 기자를 만났을 때의 풍경이다.
"엽서가 참 좋아요. 누구 기다릴 때나 어딜 가서 느끼고 하는 것들을 짧게 바로 전할 때 말이죠. 이건 인터뷰 마치고 나중에 보내 줄게요."
외우는 주소만 120개
전남 강진에 살며 글방을 운영 중인 김해등 기자는 이처럼 늘 사람들에게 엽서를 보낸다. 그가 외우고 있는 주소는 대략 120개 정도. 시간이 나거나 추억의 장소에 가면 사람들에게 엽서를 쓴다는 그는 강진에서 카페 '시인의 마을'을 운영하면서 가난하고 낮은 이웃들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하여 수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 2002년에는 창간 2주년을 기념하여 제정한 '2002 오마이뉴스 2월22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같은 해 겨울 건물주가 바뀌면서 가게를 비워줘야 했던 것.
"그 때 제가 운영하던 카페가 주변 지역의 문화적 광장으로서의 기능을 했어요. 현재 카페는 단란주점 같은 것으로 변해서 지나며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한동안 글이 뜸했던 것에 그게 이유가 아니었는지 물어보았다.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건 아니에요. 카페는 아무래도 틈틈이 시간 여유가 꽤 있었으니까요. 그보다는 너무 매체에 시달려서 한동안 기사를 좀 쉬었어요. 낮은 목소리를 찾아서 썼는데 기사를 올려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알리는 것은 좋았지만 그게 그들에게 한편으로는 피해가 되었거든요.
최근에는 문학의 어떤 방향을 찾고 있어요. 기존의 기사들은 생활을 다루는 다소 비문학적인 글이었잖아요. 그런 글들이 조회수는 많지만 최근에 조금씩 올리는 글들은 상대적으로 조회수가 낮아도 이런 이야기들이 더 귀한 기사가 아닐까 싶고 더 소중해요. 진짜 읽을 사람들만 읽는구나, 이런 의미도 더 있고요."
세상이 아이들을 닮아야
그가 운영 중인 글방의 안부를 묻자 그는 반색을 하고 답했다. 아이들과 글방 하는 게 너무나 행복하다는 것.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자신이 아이가 되는 느낌이고 목소리도 부드럽게 변했다고. 그러면서 그는 동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가꾸는 것이 우리가 찾고 돌아가고 싶은 세상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애들을 가르치면서도 느끼는 것은 아이들은 서로 금세 사이가 좋아지기도 하고 싫어하게도 되지만 속으로 갈무리되는 것은 없다는 거예요. 겉과 속이 같아요. 하지만 어른들은 서로 속내를 감추고 악의를 품기도 하잖아요. 세상이 이런 아이들을 닮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의 이런 순수함과 따뜻함은 어디에서 유래된 것일까? 혹시 영향을 받은 사건이나 인물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내 따뜻함의 원천은 사업실패나 부모님의 병환 같은 것들인지도 몰라요. 어려운 시기들을 겪으면서, 젊어서의 그런 어려움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 같아요. 동창들을 만나보아도 나만큼 행복한 사람이 없는데 내가 돈이 많고 가진 게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인 거 같아요."
잠시 고민하던 그는 자신이 글 써서 살아가는 일이 어려울 때 무안에서 글을 쓰는 70이 넘은 선생님을 찾아가 울었던 추억을 덧붙였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죠. 누구 앞에서 내가 울 수 있나 생각해보세요. 웃음을 보일 수 있는 상대는 많지만 눈물을 보일 수 있는 상대는 귀하잖아요."
내년에는 아이들과 동식물이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집을 고칠 계획이라고 했다.
"영혼과 땅, 흙은 같아요. 아이들이 땅에서 느끼는 게 정말 커요. 동식물과 얘기하는 거짓말 같은 일이 이루어지거든요. 그렇게 땅을 밟으며 가는 것이 영혼을 아는 진짜 교육이 아닐까 싶어요."
올해 마흔인 김해등 기자. 그는 여전히 소년이었다.
| | 김해등 기자는 누구? | | | |
서해안의 작은 섬 비금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지금은 전남 강진의 까치내골 작은 마을에서 산골 아이들과 함께 글방을 가꾸며 살고 있다. 10년 동안 장돌뱅이로 전전하며 글을 쓰기도 했으며, 카페 '시인의 마을'을 운영하면서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넷 신문에 연재하여 수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살아본 저자의 사람에 대한 따뜻한 글들은 KBS 2TV 'TV동화, 행복한 세상'에 수 편이 원작으로 사용되었고, 여러 잡지들과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소개되었다.
창간 2주년을 기념하여 제정한 '2002 오마이뉴스 2월22일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청자 굽는 마을> <강진의 갯마을> 등이 있다. 여러 잡지와 사외보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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