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의회가 기초의원 선거구획정 조례안을 심의하면서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안으로 가닥을 잡자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등이 '특정정당 편들기'라면서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19일 경북도의회 행정사회위원회는 기존 4인 선거구 14곳을 2인 선거구로 분할해 2인 선거구를 60개로 하고 3인 선거구를 37개로 유지하는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을 심의했다.
이는 학계·법조계로 구성된 경북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4인을 기초로 한 선거구가 중선구제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이유로 4인 선출 선거구를 18개로 하는 안과는 상반된 안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경북도당은 성명을 내고 "2006년 지방선거에 실시될 중선구제는 지역정당을 극복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지방의회에 반영함으로서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의 올바른 실현을 위한 방안이었다"면서 "그러나 이마저도 지역을 텃밭으로 하고 있는 특정 정당의 싹쓸이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어 지역 정치문화의 퇴보로 볼 수 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또 경북도의회에 대해 ▲선거구획정위의 의견안 존중 ▲행정사회위의 심의 안건 재논의 ▲지역 정치발전을 위한 중선거구제의 기본 취지를 담은 선거구획정안 수용 등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등 한나라당을 제외한 지역의 야당들도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정당들은 20일 오전 11시 경북도의회 앞에서 '편파적인 선거구 획정 심의'에 대해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를 항의방문할 예정이다.
이러한 반발은 대구지역 선거구획정 조례안 제정 과정에서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대구시당(위원장 김태일)과 민주노동당 대구시당(위원장 김찬수)는 19일 오전 9시30분 대구시의회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중립적 판단과 중선거구제 입법취지 수용'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 당은 "대구시의회가 기초의원 선거구획정 조례 제정을 앞두고 선거구획정위의 중립적인 판단과 중선거구제 입법취지를 훼손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대구시의회가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을 훼손하고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하려는 의도가 특정 정당의 싹쓸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당은 "선거구획정위가 선거구를 분할하지 않은 이유는 중선거구제의 입법취지인 다양한 정치세력의 진출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이기 때문"이라면서 "대구시의원 27명 중 23명이 특정 정당 소속으로 결국 '특정 정당의·특정정당에 의한·특정정당을 위한' 결정을 하겠다는 오만"이라고 비난했다.
두 당은 대구시의회에 대해 ▲학계·법조계·언론계 등 비정파적인 인사로 구성된 선거구획정 위원회의 중립적 판단을 수용할 것 ▲2인 선거구 분할 시도 중단 ▲분할 이유 공개와 공개토론회 등 민주적인 과정을 거칠 것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두 당 관계자들은 강황 대구시의회 의장과 면담을 가지고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두 달 동안 활동하면서 획정안을 만들때 각 정당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했다"면서 "하지만 획정위의 의결을 불과 며칠 앞두고 시의회에서 처리하면 졸속 조례안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 의장은 "선거구획정안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의장의 역할"이라면서도 "의원 개개인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장은 내일(20일) 해당 상임위원장과의 면담 자리를 마련하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개정 공직선거법 24조 10항에 따르면 시·도의회가 자치 구·시·군의원 등 기초의원의 지역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때에는 전문가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선거구 획정안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