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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시상식 시즌이다. 연말이 되면 각 분야마다 한해를 정리하며 올해의 노고를 기리기에 분주하기 마련하다.

그러나 올해는 유난히도 잡음이 많다. 각 시상식마다 수상자들의 자격이나 시상 기준을 놓고 소소한 논란이 끊이지 않더니, 최근에는 가요제 수상자들의 참가 거부로 시상식이 취소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실, 언젠가 한번쯤은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 세상의 모든 시상식은 언제나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다. 그것은 때때로 지극히 편파적이며, 알고 보면 시상자를 뽑는 기준도 몹시 주관적이다.

올해 각종 영화제 시상식에서는 우습게도 특정 작품에 대한 '몰아주기' 논란과, 시상식마다 다른 수상 여부에 대한 '나눠먹기' 논란이 공존했다. 몰아주기 논란에 대해서는 대규모 제작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 득세했고, 나눠먹기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시상식에서 배제된 후보들에 대한 '선심성 배려'라는 비난이 득세했다.

한편, 연말 방송가에서 주관하는 가요-연기 부문 시상식에서는 논공행상에 치우쳤던 지상파 방송사의 권위 하락을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지상파 방송사의 시상식은 항상 공정성보다는 자사 프로그램 홍보와 자사 활동에 충실했던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에 더 무게가 쏠려있었다.

스타캐스팅의 어려움은 연말 시상식도 마찬가지다. 물론 상 이름이야 만들기 나름이다. 방송사는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시상식을 핑계로 스타 확보에 사활을 건다. 예전처림 지상파 방송사가 절대 권위를 누리던 시절이라면 연예인들이 감히 방송사의 '간택'을 거부하지 못하겠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연예제작자 협회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무너진 권위와 공정성을 비웃지만 지상파의 권력을 이제 스타시스템과 연예기획사가 대체했을 뿐이라는 점에서 애시당초 공정성에 대해 그들이 왈가왈부할 처지는 못된다.

비나 보아와 같은 한류 스타로 대표되는 '귀하신 몸'들은 좁은 국내 무대를 떠나 더 큰 세계로 눈을 돌린다. 국내 무대에서 연례 행사처럼 주어지는 '상 하나쯤이야' 그들에게는 대수로울 것이 없다.

최근 '스타 권력화' 논란의 주범이 되고 있는 연예 기획사들의 입김도 시상식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 지상파는 아니었지만 최근 모 케이블 채널의 뮤직비디오 시상에서 특정 기획사의 시상 독점 논란이 불거진 사태는 연말 시상식 역시 철저한 '쇼 비즈니스의 구조' 아래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결국 시상식을 바라보는 선택의 폭은 좁혀진다. 애시당초 시상식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들이 차려놓은 이벤트의 밥상을 가볍게 즐기거나 아니면 외면하는 것이다. 굳이 시상기준이 뭔지 따질 필요도 없다. 또 당신이 지지하는 스타가 수상하지 못했다고 공연히 따질 필요도 없다. 어차피 이것은 쇼일 뿐이니까.

대안은 연말 개별적으로 치르는 시상식을 통합하고 투명한 시상 기준을 확립해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작금의 구조는 영화나 연예분야별로 군소 시상식이 지나치게 난립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방송사별 시상식의 경우, 어차피 각 방송사 간의 논공행상을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놓여있다. 매년 방송사별 혹은 시상식 별로 시상 기준이 일관되지 못하고 제각각이다 보니, 외부의 입김과 같은 음모론이 튀어나오고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통과 권위같은 것도 존재하기 어려운 것이다.

한국에서는 과연 흔들림없는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시상식이 그저 하나의 쇼로 의미를 지니지 못할 운명이라면 앞으로 그런 시상식들은 모두 폐지하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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