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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추모음악회에서 열창하는 윤인숙 교수
윤이상 추모음악회에서 열창하는 윤인숙 교수 ⓒ 김영조
올해는 민족음악가 윤이상 선생이 세상을 뜬지 10돌이 된 해이다. 이 10주기를 맞아 여러 가지 추모제와 추모음악회 등이 열렸다. 윤이상 선생은 살아생전에 한국인 제자를 거의 두지 못했다. 그것은 윤 선생이 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되어 공산주의자로 몰렸기 때문이다. 있다면 지휘자로는 재일동포 김홍재씨와 단국대학교 윤인숙 교수 정도를 꼽을 수가 있다.

윤이상 선생은 살아 있을 때 우리 고유의 가락들을 좀 더 과학적인 발성에 근거하여 민족적 색채와 묘미를 접목시킨 우리만의 멋진 창법을 개발해야 하는 필요성을 윤인숙 교수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아리아 '심청'을 부를 때 윤 선생은 서양의 벨칸토 창법이 아닌 우리의 정서가 살아있는 판소리나 민요 색채가 표현되어야 함을 주문했다고 전한다. 이것을 윤인숙 교수는 민족 성악이라 부른다.

이 '민족성악'에 대한 것은 윤이상 선생이 가곡집 음반을 내면서 한 다음의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곡들을 다시 내면서 내가 바라는 것은 비록 서양발성법을 구사하는 성악가라 할지라도 약간의 우리 전통음악이나 민요의 선적, 율동적, 색채적인 묘미를 연구해서 불러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또 반주는 가야금, 거문고와 북 같은 우리 전통 악기들이 피아노에 대신할 수도 있다."(CD '우리는 하나'에서/2000년, 신나라)

윤인숙 교수는 "그동안 대부분의 한국인 성악가들은 오로지 서양에서 유학하고, 벨칸토 창법에만 의존하려고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 윤이상 창법에 의한 민족 성악의 넓은 음역과 다양한 국악적인 표현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켜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민족 성악곡들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많이 불려야 할 것이다. 또 윤이상, 황병기, 이건용 등 우리 작곡가들의 주옥같은 민족 성악곡들을 통해 우리의 문화와 언어, 민족 음악세계를 전 세계의 음악도들에게 알리고 가르쳐야 함은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윤이상 선생
윤이상 선생 ⓒ 신나라
그런 그가 이번에 그에 맞는 작은 시작으로 방학 특강 '민족성악 청소년 무료강좌'를 열 것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향후 우리 꿈나무들이 그 뜻을 이어가서 역량을 키울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앞으로도 꾸준하게 이어지도록 노력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윤인숙 교수의 '민족 성악을 찾아서'란 제목의 개설 강좌는 윤이상, 황병기, 이건용, 이성천, 채치성 작품 등을 중심으로 하며, 대상은 관심 있는 청소년이면 누구나 가능하고,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아 선착순 40명에 한하여 무료로 가르칠 계획이다. 개설기간은 2006년 1월 9일(월)부터 2월 20일(월)까지 주 1회, 총 7회이며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12시에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정보관 3층(한가람 디자인미술관 3층)에서 있게 된다.

이 무료강좌는 한국전통무형문화재진흥재단이 주관하고, 윤인숙 교수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정보관이 공동주최하며, 신나라, (주)티원시스템즈가 후원하고 있다.

윤인숙 민족 염원 성악곡집 '우리는 하나' 음반 표지
윤인숙 민족 염원 성악곡집 '우리는 하나' 음반 표지 ⓒ 신나라
여기서 가르치게 될 주요 작품은 즐거운 편지(황동규 작시, 황병기 작곡), 고향의 달(박목월 작시, 황병기 작곡), 엄마야 누나야(김소월 작시, 이성천 작곡), 사랑(문익환 작시, 이건용 작곡), 우리는 하나(황병기 작시, 황병기 작곡), 고풍의상(조지훈 작시, 윤이상 작곡), 달무리/나그네(박목월 작시, 윤이상 작곡), 그네/편지(김상옥 작시, 윤이상 작곡), 낙화에 대하여(박준영 작시, 채치성 작곡) 등이다.

이 강의를 할 윤인숙 교수는 윤이상 교수의 유일한 한국인 성악부분 제자이다. 윤인숙이 1979년 독일에서 윤이상 작곡 '가곡' 연주 당시, 독일 유력지 알게마이너 짜이퉁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소프라노 윤인숙은 정감 있는 감성의 소리와 카리스마 있는 예리한 표현의 소유자로 특히 하얀 한복의 아름다움은 동양의 신비한 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됐으며, 독일음악계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하는 연주였다."

하지만, 공산주의자로 몰린 윤이상 곡을 연주했기에 한국 정부는 윤인숙에 대한 압력을 넣기 시작했고 그는 많은 고통을 당하게 된다. 그래도 그는 꿋꿋하게 윤이상의 곡을 공부하고, 연주했다. 윤이상은 제자 윤인숙이 서양 클래식 음악으로만 한계를 두지 말고 우리 민족 음악에 대해 연구하는 성악가가 되기를 바랐다. 이에 윤인숙은 민족 가곡 선구자인 김월하 선생에게 시조와 가곡을, 황병기 선생에게 국악적인 표현을 지도받아 국악기 반주로 된 남북정상회담 기념음반을 발매하고, 평양에서 열린 범민족통일음악회에서 열창하기도 했다.

또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현대음악 '미궁'을 황병기 선생의 가야금 연주와 함께 국내와 해외에서 연주하였는데, 독일 쾰른 방송국에선 그것을 녹음했고 독일 전역에 방송하기도 했다. 그는 음악으로서 남북 동질성 회복과 민족 화합을 이루고자 노력한 윤이상 선생의 뜻을 이어 국내와 해외에서 계속적인 남북문화교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초빙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인터뷰하는 윤인숙 교수
인터뷰하는 윤인숙 교수 ⓒ 김영조
이런 윤인숙에 대해 한국 예술 종합학교 이건용 총장은 다음과 같은 평가를 하고 있다.

"문화와 예술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자국, 자민족 문화를 강화하고 있고, 음악의 세계에도 국제음악으로부터 민족음악으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아무리 민족음악을 찾고 싶어도 음악의 현장을 담당하고 있는 연주계가 움직이지 않고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중진 성악가이면서도 새로운 시대의 음악을 예감하면서 손수 전통 성악을 공부하고 펼쳐나가는 윤인숙의 활동은 매우 소중하다. 그는 다만 한 사람의 성악가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새 음악 문화를 개척해 나가는 선구자라 할 만하다."

또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 교수도 윤인숙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고향의 달'은 1976년에 작곡된 곡으로 윤인숙이 1989년에 이 곡을 가야금 반주로 부르고 싶다고 하여, 가야금과 장구 반주를 붙인 강원도 민요풍의 노래이다. 우리나라 성악가들은 어떻게 하면 서양 음악을 서양사람 못지않게 잘 부를 수 있을까 하는 데만 조바심하여 정작 우리 것을 챙길 마음의 여유가 없기 쉬운데, 윤인숙은 어떻게 하면, 이 땅과 이 현실에서 함께 고민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는 음악가이다. 그의 노래를 듣노라면 단순히 아름답다기보다는 고통 받는 영혼을 감싸고 위로하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 강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민족성악만이 아니다. 이 강좌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최첨단 전자악보 시스템을 활용한 수업을 통하여 즐겁고 깊이 있는 민족성악을 접하도록 배려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솔루션 개발 전문기업 티원시스템즈(대표 정순철 http://www.t1sys.com)가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상용화에 들어간 전자 악보 연주 시스템을 활용해보는 첫 시험자가 되는 것이다.

티원시스템즈의 '전자 악보 연주 시스템'
티원시스템즈의 '전자 악보 연주 시스템' ⓒ 티원시스템즈
전자 악보 연주 시스템이란 기존의 종이 악보를 사용하여 연주할 때의 불편함을 없앤 디지털 악보 시스템이다. 주요 특징으로는 모든 단원들의 악보를 자동으로 넘겨주는 악보 자동 넘김 기능, 각각의 단원들 및 특정한 그룹 등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전체 단원 제어 기능, 리허설을 할 때 지휘자의 전달 사항을 실시간으로 각각의 대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지시 기능 따위가 있다고 한다. 또 악보를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쉽게 관리할 수 있어 기존 음악계에서 상상으로만 꿈꾸었던 모든 일들이 현실화되었다는 평가이다.

더욱이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라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 환경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내의 음악 관련 주요 인사들에게 선을 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이번 예술의 전당에서 실시하는 이번 강좌는 전자 악보 연주 시스템을 활용하여 수업을 할 예정이다.

이 강좌를 시작하는 윤인숙 교수는 3월 이후에 우리 민족성악에 관심 있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3개월 단위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이 강좌를 열게 된 데는 어렸을 때 음악을 공부하고 싶어도 집안이 어려워 맘대로 하지 못했던 기억으로부터 출발했다고 털어놓는다. 한국 음악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이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는 그에게서 우리 겨레의 기본 철학인 '더불어 살기'가 읽혀진다.

모처럼 좋은 의미가 담긴 윤인숙 교수의 이 '청소년 무료 민족성악 강좌'로 성악을 공부하려는 청소년들이 2006년 병술년을 활짝 열어젖혔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들이 윤이상 선생과 윤인숙 교수의 민족 성악을 올바로 계승하여 우리 성악을 힘차게 개척해주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정보관 3층 : http://library.arko.or.kr
문의 ☎ 02) 760-4674 / 4675 / 4680 / 019-9325-7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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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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