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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상가 앞 도로변의 야경
카니발상가 앞 도로변의 야경 ⓒ 김정수
뒤따르는 차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내려서 확인해보니 범퍼 끝 플라스틱 부분이 약간 긁혔을 뿐 별다른 충격은 없었다. 다시 30분을 더 달려서 도착한 무주리조트는 그대로 설국이다. 후배가 예약한 티롤호텔 앞에 주차했다. 눈이 도로변을 온통 하얗게 덮은 가운데, 길 양쪽으로 크리스마스 트리가 늘어서 있어 눈부신 야경을 연출했다.

나무들은 잎 대신 전구를 달고 얼마남지 않은 한 해를 아쉬워 하며 빛을 발하고 있다. 계속되는 눈길 운전으로 피곤했지만 삼각대와 카메라를 메고 야경을 담아냈다. 호텔로 들어서자 슬로프에서 야간스키를 즐기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스키를 즐기는 열기는 '12월의 열대야'를 연상시킨다. 젊은이들이 스피드를 즐기며 내려오는 모습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티롤호텔 야경
티롤호텔 야경 ⓒ 김정수
오후 9시가 넘어서 늦은 저녁을 먹고 야간스키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했는데, 이미 슬로프의 불이 꺼진 후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야간스키는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고 했다. 휴일이라 늦게까지 운영할 줄 알았는데, 토요일만 심야시간대까지 운영한단다. 디카로 촬영한 사진들을 노트북에 저장하고, 다시 CD에 저장한 다음 밤1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이튿날 여행작가 후배 2명과 함께 아침을 먹고는 카니발 상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낯익은 풍경들이 반기는 이곳은 드라마 <여름향기>의 촬영지였던 곳으로, 혜원의 꽃집, 민우의 작업실 등이 보인다. 이곳은 2년 전 필자가 드라마 <여름향기> 제작발표회 때 촬영 현장을 직접 찾았던 곳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연인들에게 인기있는 팔라커피숍의 프러포즈방도 보인다.

티롤호텔 전경
티롤호텔 전경 ⓒ 김정수
한때 이곳은 주말이면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줄을 서야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던 곳이다. '문라이트'라는 노란장미로 꾸며진 프러포즈 방은 팔라커피숍 3층의 첨탑방이다. 팔라커피숍의 1, 2층은 일반 영업용 커피숍 구조를 하고 있다. 하지만 3층의 첨탑방으로 이어지는 곳은 계단이 둥그스름하게 이어져 있는 데다 폭이 좁아서 두 사람이 비껴 지날 수도 없는 곳이다. 계단을 올라서 3층에 들어서면 조화인 문라이트 천송이가 천정에 매달려 있다.

천정을 빼곡이 메운 노란장미로 인해 눈이 시릴 지경이다. 프러포즈할 기회를 찾고 있는 연인이, 이곳에서 용기를 내어 프러포즈를 한다면 이루어지지 않을까? 프러포즈방은 <여름향기>가 방영된 이후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답사 코스가 되었다. 이곳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카니발 상가 주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팔라커피숍 입구에 있는 분수대 역시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곳으로 유럽풍의 분수대가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팔라커피숍과 분수대
팔라커피숍과 분수대 ⓒ 김정수
향적봉 정상의 눈꽃촬영을 위해 관광곤도라로 향했다. 오전 10시부터 운행한다고 해서 스키장 주변 풍광을 담았다. 슬로퍼에는 스키를 즐기는 수많은 인파로 붐빈다.

"저 사람들 진짜 부럽네!"

후배가 스키 타는 사람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사람들은 1년의 반 이상을 여행다니는 여행작가들을 부러워하지만, 여행작가들은 여행객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많다. 필자 역시 7년째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스키장을 다녔지만, 아직 스키를 타 본 적이 없다. 사진을 찍다보면 사실 즐길 시간이 없다. 1년에 한 번 정도 눈썰매를 타는 정도다. 망원렌즈로 바꾸고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필자가 셔터를 누르려고 하거나, 셔터를 누르는 순간 계속 쓰러진다. 꼭 내가 저격수가 된 느낌이다.

'다들 내가 쏜 총에 쓰러진 건가?'

정말 웃기는 상황이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촬영하는 입장에는 정말 난감한 상황이다. 한참만에야 몇 컷을 담을 수 있었다. 눈썰매를 끌고 가는 한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4살 또래의 아이를 뒤에 태우고 말없이 썰매를 끌고 가는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 채 썰매에 올라탄 아이의 모습이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천진난만한 모습에 다들 지나가면서 귀엽다고 한 마디씩 거든다. 드라마 <여름향기>의 영향 탓인지 예전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보이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드라마 여름향기 촬영현장(2003년 촬영)
드라마 여름향기 촬영현장(2003년 촬영) ⓒ 김정수
시간이 되어 함께 곤도라에 올랐다. 무주리조트의 관광 곤도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곤도라로 올라가는데 17분이 걸린다. 어느 정도 올라가자 나무 위에 설화가 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달라붙은 눈은 그대로 꽃이 되었다. 가을에 잎을 다 떨구어버린 나무들은 잎 대신 눈꽃을 달고 마지막 아름다움을 뽐내는 중이다.

다들 감탄사를 토해내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곤도라의 유리에 습기에 채여 연신 유리를 닦으며 셔터를 눌러보지만 약간 뿌옇게 나온다. 아름다움을 100% 그대로 담아내지 못해서 아쉬움이 컸다. 조금 더 올라가자 슬로프의 전경과 설천호수, 리조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2년 전에 왔을 때는 눈이 내리지 않아 인공눈을 뿌린 상태라 호수가 파랗게 빛나 돋보였는데, 이번에는 꽁꽁 얼어있어 아름다움은 한결 덜하다. 온통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리조트는 설국의 결정판이다. TV로 보아오던 알프스 여행이 전혀 부럽지 않을 만큼 하얀 겨울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

스키 연습에 열중하는 초보자들
스키 연습에 열중하는 초보자들 ⓒ 김정수
폭설 때문에 오는 길이 힘들었지만 그만큼 더 아름다운 자태로 겨울비경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풍경을 담느라 분주히 움직이다보니 금방 곤도라가 멈춰선 느낌이다. 덕유산 자락에 설천봉에 내리자 아래쪽 풍경과는 비교가 안 되는 또다른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다. 리조트의 인공미가 가미된 아름다움보다 덕유산의 자연미는 한결 더 아름다운 자태로 다가온다.

#다음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는 모습. 셔터를 누를 때마다 꼭 한명씩 쓰러지곤해서 저격수가 된 느낌이었다.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는 모습. 셔터를 누를 때마다 꼭 한명씩 쓰러지곤해서 저격수가 된 느낌이었다. ⓒ 김정수

아이를 태우고 눈썰매를 끌고가는 아저씨
아이를 태우고 눈썰매를 끌고가는 아저씨 ⓒ 김정수

곤돌라에서 내려다본 슬로프와 설천호수(2003년 촬영)
곤돌라에서 내려다본 슬로프와 설천호수(2003년 촬영) ⓒ 김정수

곤돌라에서 내려다본 슬로프는 스키 인파로 붐빈다
곤돌라에서 내려다본 슬로프는 스키 인파로 붐빈다 ⓒ 김정수


무주리조트 어떻게 가나?

자가운전

대전-통영간 고속도록 무주IC를 빠져나온다. 교차로에서 구천동.무주리조트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적상면삼거리에서 다시 좌회전한다. 리베라모텔 앞에서 좌회전 한다. 치목터널을 지나 직진해서 구천동터널을 지난 후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무주리조트이다.

대중교통

무주시외터미널에서 무주리조트를 경유하는 구천동행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문의 : 무주시외버스정류소 063-322-2245.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관광문의 : 063-322-9000
홈페이지 http://www.mujuresort.com

12월 여행이벤트 응모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며, CJ케이블넷 경남방송 리포터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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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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