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배출한 도시. 이것만으로도 세계인들의 뇌리에 통영을 각인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러시아에 머무는 동안 세계 작곡가 사전을 산 적이 있는데 그 사전에 윤이상 선생의 이름이 들어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윤이상 선생은 동베를린사건(동백림사건)에 휘말려 고국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가 비유한 것처럼 결국 '상처 입은 용'이 되고 말았다.
한때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듣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서양 고전음악에 익숙한 나로서는 아직까지도 윤이상 선생의 음악은 오르기 힘든 산과 같다. 언젠가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처럼 쉽게 들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
통영에 윤이상 선생 외에도 뛰어난 문화 예술인들이 많은데 그 중 청마 유치환 선생을 빼놓을 수 있을까? 청마선생의 시비가 중앙우체국 우체통 앞에 마련되어 있는데 <행복>이라는 시를 읊조려 보면 왜 우체국 앞에 세워져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후략….
통영하면 좀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린다. 남망산에 올라 조각공원 앞으로 펼쳐진 통영항과 미륵도를 내려다보면 그 아기자기함이 이끄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통영의 숨은 매력은 이 '작은 것'의 아름다움이 아닌가 한다.
남망산에는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작품들의 수가 적어 아쉬움이 있지만 느긋한 시간을 즐기기에는 이만큼 아늑하고 좋은 곳도 없을 것이다. 조각공원 뒤편으로 몇 년 전 통영국제음악축제 때 공연을 보러 온 적이 있는 음악축제의 주무대인 시민문화회관이 있다.
얼마 전 진주-통영간 고속도로가 개통되어서 이제 한 시간 거리이던 것이 진주에서 30분이면 통영까지 갈 수 있기에 친구랑 길을 나섰는데 점심때가 되니 강구안 충무김밥거리에는 차들이 순식간에 들어찬다.
통영의 먹거리로는 충무김밥이 유명한데 지금 충무라는 명칭은 역사 속에 사라졌지만 충무김밥은 여전히 그 이름을 이어오고 있다. 충무김밥은 70여 년 전 고기잡이 나가는 남편에게 김밥을 싸 준 것에서 유래했는데 처음엔 보통 김밥을 싸보니 내용물이 쉽게 상해 나중에 밥은 따로 김에 말고 반찬은 따로 포장한 것이 지금의 원형이 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충무김밥은 오징어무침과 무 무침과 국물이 나온다. 통영에 가서 충무김밥을 맛보지 않는다면 통영에 가지 않은 것과 같다.
통영에는 세병관(洗兵館)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통제영의 객사(客舍)가 있는데 규모가 어머 어마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남아 있는 조선시대 건축물 중 바닥면적이 가장 넓은 건축물 중 하나라 한다. 세병이란 만하세병(挽河洗兵)에서 따온 말로 '은하수를 끌어와 병기를 씻는다'는 뜻이다.
세병관으로 오르는 길 오른쪽에 익살스런 벅수 하나가 보인다. 나무도 아닌 돌로 만든 벅수에 단청의 빛바랜 듯한 색상이 보였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 유일한 채색벅수란다. 이 벅수는 남도지방의 그것과 비슷해서 익살스런 표정에 수염까지 멋들어지게 길렀다. 남도지방의 벅수나 돌장승과 비슷한 모양새라 순간, '통제영이 있던 곳이라 바닷길로 남도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는 지역이라 그렇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해보기도 했다.
통영에서 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뭐가 또 있을까? 윤이상 거리의 시작점에 위치한 미륵도로 연결되는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이 해저터널은 1932년 완공된 것으로 시공시 터널 양쪽에 제방을 쌓은 뒤 해저를 직접 터파기하여 터널을 만들었다한다. 지금 터널 안에는 통영관광 안내 사진과 함께 터널 건설 당시 사진들을 전시해놓고 있다.
통영이 고향인 지인이 들려준 재미있는 해저터널에 관한 얘기가 있다. 터널에서 가까운 곳에 통영고와 통영여고가 있는데 여기서 단체미팅을 한 적이 있다는데 터널 내에 줄을 서서 지나가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인사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미팅이 과연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이것은 해저터널이 있는 통영에서만 가능한 가장 기발한 미팅방법이 아닌가한다.
통영대교를 건너 미륵도로 가면 해안도로를 따라 돌다 언제든지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는 포구들이 많다. 그 중 중화마을에 잠깐 들러서 작업하는 어부들의 모습과 바닷바람을 가르는 갈매기들을 사진에 담았다.
미륵도를 일주하는 산양관광도로의 중간쯤에 달아공원이 있는데 그 곳에서 보는 석양은 통영 8경 중 하나로 굉장히 아름답다. 달아공원에서는 서쪽으로 삼천포화력발전소가 보일정도로 전망이 좋은 곳이다.
달아공원 근처에 있는 통영수산과학관은 여수 무슬목에 있는 전남 수산과학관과 비슷했다. 통영에는 아쉽게도 규모에 비해 내실을 더 갖춰야하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부족한 점이 보였다. 다양한 물고기들을 접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보유종을 늘린다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이제 갓 개통한 진주-통영간 고속도로로 통영은 주말마다 몸살을 앓을 듯하다. 마침 통영을 찾아간 날이 일요일이라 여의도에서 옮겨온 거북선이 있는 강구안 주차장은 물론이고 찻길조차 주차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통영에는 정말 자랑할 것들과 볼 것들이 많은데 관광객을 더 유치할 수 있는 기반시설들이 빨리 갖춰지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외면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제 통영 가는 길이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12월 중순에 개통한 진주-통영간 고속도로 덕에 진주에서 한 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30여분으로 단축되었다. 서울에서도 이제 승용차로 3시간 30분에서 네 시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다.
통영에 들르면 강구안 충무김밥 거리에서 꼭 충무김밥을 맛보기를 권한다. 이 외에도 요즘 한 창 제철인 굴(석화)를 맛보는 것도 잊지 말기를...
시간이 넉넉하다면 통영 팔경을 다 즐기고 오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1. 미륵산에서 본 한려수도
2. 통영운하 야경
3. 소매물도에서 바라 본 등대섬
4. 달아공원에서 바라 본 석양
5. 제승당 앞바다
6. 남망산 공원
7. 사량도 옥녀봉
8. 연화도 용머리
통영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http://www.knto.or.kr/)에서 '통영'을 검색하면 아주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