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혹시 아니? 산타할아버지가 다른 곳에 두고 가신지?"
우리 아이들은 밤새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저는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작년에 산타할아버지께서 무얼 가지고 오셨나요?"라고 묻습니다. 아이들이 "작년에는 지갑을 가져왔어요"라고 말합니다. 저는 다시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올해는 우리 공주님들이 뭘 받고 싶을까?"
"두발 달린 자전거요."
"뉴 레인 보우 아트요."
큰아이는 '두발 달린 자전거'를, 작은아이는 '뉴 레인보우 아트'를 받고 싶다고 합니다. 순간 아내가 당황합니다. 저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내가 자꾸만 저를 쳐다봅니다. 이거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무척 난감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미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보름 전쯤 되었을 겁니다. 길가에서 아주머니가 곰 인형을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사 곰 인형이 아닙니다. 곰이 어정어정 걸어갑니다. 몸을 좌우로 틀기도 합니다. 고개를 쑥 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신기했습니다. 아내가 아이들이 좋아할 거라고 합니다. 저는 아주머니에게 가격을 물었습니다.
"5천 원입니다. 백화점에서는 3만원 받아요."
저는 두 개를 샀습니다. 아내는 집에 오자마자 곰 인형을 예쁘게 포장했습니다. 그러고는 아이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겼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다른 선물을 받고 싶어 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다독거립니다.
"새하야, 산타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으셔서 무거운 걸 들지 못한단다. 그뿐이 아니란다. '두발 달린 자전거'는 너무 커서 자루 속에 들어가지도 않는단다. 산하야, 산타할아버지는 옛날 분이라서 '뉴 레인보우 아트'가 뭔지를 모를 수도 있단다. 그래도 누가 알겠니? 할아버지께서 정말로 그런 물건들을 선물하실지…."
아이들이 계속해서 선물을 찾습니다. 장롱속도 뒤지고 침대 밑도 들여다봅니다. 제 서재에도 가보고 자기들 공부방에도 가봅니다. 하지만 선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저러다가 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넌지시 말합니다.
"산타할아버지께서는 굴뚝을 타고 오시지 않니? 베란다에 한 번 가보렴?"
아이들이 베란다로 뛰어갑니다. 이내 탄성을 지릅니다. 가슴에 선물을 안고 활짝 웃습니다. 아이들이 선물을 풀기 시작합니다. 저는 적이 마음이 쓰입니다. 드디어 곰 인형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순간 아이들 얼굴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저는 얼른 곰 인형의 배를 더듬습니다. 스위치가 손에 잡힙니다. 오른쪽으로 틀었습니다. 곰이 뒤뚱뒤뚱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어때, 귀엽지 않니?"
"야, 정말 귀엽다."
저희 부부는 아이들 눈치를 보아가며 한마디씩 합니다. 큰아이는 뭔가 눈치를 챈 모양입니다. 귀엽다며 곰 인형을 쓰다듬어줍니다. 그런데 작은아이는 아닙니다. 삐졌는지 아무 말 않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어색해집니다. 아내가 화가 나는 모양입니다. 얼굴 표정이 변합니다. 저도 은근히 화가 납니다. 한마디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작은아이가 안방에서 뛰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방금 전의 표정은 온데 간 데 없습니다.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는가봅니다. 녀석이 제 품안에 꼭 안기며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빠, 제가 방금 전화로 혜원이한테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고 가셨냐고 물어봤어요. 그런데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산타할아버지가 오지 않으셨대요."
"그래? 그럼 선물은?"
"당연히 못 받았지요."
작은아이가 곰 인형을 어루만집니다. 뽀뽀도 해줍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좋아집니다. 큰아이가 피아노를 칩니다. 징글벨, 징글벨. 우리 가족은 피아노에 맞춰 노래를 부릅니다. 저는 슬쩍 작은아이를 훔쳐봅니다. 열심히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는 그런 마음이 오래 갔으면 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