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27일 밤 8시 20분]
"노 대통령 사과문, 정중했지만 실질적 조치 없어"
농민 사망과 관련, 노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이기묵 서울경찰청장의 사의 등이 잇따랐지만 정국은 누그러질 태세가 아니다. 특히 허준영 경찰청장의 해임을 예산안 등의 처리를 지렛대로 삼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조건부 참여'를 내세워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27일 오후 노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가 끝난 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긴급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일단 노 대통령의 강도 높은 사과에 대해선 예상치 못했다는 분위기.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노 대통령의 사과는 정중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고 통치권자로 사과의 진정성을 가지려면 경찰 폭력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해 사태 수습의 유일한 해결책은 허 청장의 사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 대통령이 허 청장 사퇴와 관련해 '문책할 권한이 없다'는 불투명한 입장에 대해 심 부대표는 "경찰청장의 유임을 사실상 인정한다는 것인지, 사임을 권고했지만 항명하고 있다는 뜻인지 불분명하다"며 "사임을 권고했음에도 허 청장이 항명하는 것이라고 하면 앞으로 이 참여정부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허 청장에 대해서는 "오만불손하고 파렴치하다"고 성토했다.
관건은 민주노동당의 본회의 참여 여부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3당과 본회의를 강행해서라도 예산안과 파병연장동의안, 부동산관련 입법 등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심 부대표는 "지금으로선 연계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면서도 "농민 사망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지켜본 뒤 임시국회 입장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1신 : 27일 오후 1시 30분]
연말 정국, '사학법'에서 '농민사망'으로 선회
새해 예산안 등을 처리할 본회의를 하루 앞둔 가운데 열린우리당은 바늘방석이다. 한나라당의 등원 거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믿고 있던 민주당·민주노동당의 반응이 최근 싸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당 모두 예산안의 연내 처리에 공감대를 표시했지만 "우리가 열린우리당 들러리냐"며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부속물처럼 여기는 게 아주 불쾌하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당은 비교섭단체로서 누적된 감정의 발로라 하더라도 민주노동당은 구체적인 현안을 협상카드로 내밀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전용철·홍덕표 두 농민 사망에 대한 책임자 처벌로 허준영 경찰청장 해임을 원내대표단 협상에서 강하게 제기해 왔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는 사석에서 "폭설 말고는 (다른 법안 처리에는 협조) 못해"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난색을 표시하면서도 정부와 경찰당국을 향해 "책임자 문책과 함께 농민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습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수준에서 청와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노동당, 일단 상임위 불참하지만 '보이콧 선언'은 아직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과거에 시위하다 사람이 죽으면 정권이 물러나기도 했는데, 최소한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래야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농민들과 당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정기국회에서 별다른 입법 성과를 거두지 못한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이마저 협상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면 그야말로 "들러리냐"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는 다급함도 있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최대 현안입법이었던 비정규직법안이 사실상 열린우리당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연내 처리가 불가능해진 것도 이유가 크다.
그런 가운데 27일 열린 민주노동당 의원단 총회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경찰청장 해임 건을 본회의 참석과 연계할지 여부가 최종 결정되기 때문이다. 결정은 다소 모호했다.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새해 예산안과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예산 부수 법안이 연내에 처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다만 그에 못지 않게 350만 농민의 숯덩이가 된 가슴을 어루만지고, 두 분 농민을 편안하게 보내는 일도 정부가 예산안 못지 않게 시급히 서두를 일"이라고 촉구했다.
내용적으로는 상임위 참여를 거부하지만 보이콧을 선언하지는 않는 수준에서 여권의 결정을 기다리며 '퇴로'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과는 해도 사퇴는 않는 허준영 청장... 열쇠는 청와대에
실제로 심상정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의 불참 속에 열린 국회 재경위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소속의 박종근 위원장이 사회권을 거부함에 따라 송영길 의원의 사회로 민주당, 국민중심당(가칭) 의원 등과 함께 종부세를 처리했다. 그는 애초 "종부세는 종부세대로 처리한다"는 의견이었지만 일단 상임위 표결에는 불참하는 것으로 항의 표시를 한 것.
이날 오전 허준영 경찰청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자신의 거취와 관련 "바로 물러나야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논평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의 해결 '열쇠'는 청와대가 쥐고 있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사과를, 민주당은 민주노동당과 함께 허 청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수위는 각기 다르지만 정치권은 이구동성으로 농민사망에 대한 청와대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말, 정국의 분수령은 사학법에서 농민사망으로 선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