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개정안 통과에 반발하는 한나라당의 장외 투쟁이 14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도 장외 집회를 열었다.
27일 오후 4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대구 집회는 매서운 바람이 부는 가운데도 5000여명(경찰 추산)이 운집해 성황리에 마쳤다. 규모면에서만 보면 대회는 성공한 셈. 장외 투쟁이 이어질수록 등원을 압박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텃밭'을 찾은 한나라당의 발언 수위는 높았다.
이날 집회는 본행사 시작 전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집회 사회를 맡은 주성영 의원(대구 동갑)은 집회 내내 '친북좌파 이념교육 전교조 해체하라' '날치기 사학법 원천 무효 끝까지 투쟁한다'는 등의 구호를 선창하며 열기를 고조시켰다.
연사로 나선 강재섭 원내대표는 여당의 과거사법·사학법 등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4대 악법'을 싸잡아 비난했다. 강 원내대표는 "과거를 들추고 후벼파고 말 듣지 않는 신문사 때문에 신문법을 만드는 것이 민생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면서 민생 현안 처리를 요구하는 여당의 주장을 비꼬았다.
강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사학법안이 오히려 비리있는 사학을 근절시킬 수 있는 대안이었다"면서 "여당의 개정안은 모든 사학을 국유화해서 이 나라 모든 사학을 국가가 소유하겠다는 음모가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택수 대구시당 위원장은 한술 더 떠 "개정된 사학법은 전교조가 사학을 장악하고 우리 2세 교육을 정치이념화 시키고 반미친북·좌파세력을 양성화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국민들 속에서 이미 (노무현 정권이) 좌파 혁명을 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색깔론을 폈다.
박근혜 대표 "내가 걸림돌이 된다면 나를 구속하라"
하이라이트는 역시 박 대표의 연설. 마지막 연사로 무대에 오른 박 대표는 "추위 속에서도 모여있는 여러분을 보니 용기를 갖게 됐다"고 운을 떼면서 박수를 받았다. 박 대표는 "노무현 정권이 (개정 사학법을 반대하는)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면서 "이제는 국민들이 노 정권을 거부할 일만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이어 "정권이 날치기한 사학법은 전교조가 10년 전 주장했던 법이었고 (정권의) 여론조작이 한나라당에 의해 포착됐다"면서 "노 정권이야말로 거짓과 조작과 파괴의 정권"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박 대표는 여당 단독 국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여당이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한다고 한다"면서 "여당이 내일부터 단독국회하겠다고 하는데 그 결과에 대해 여당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 가운데 박 대표는 '구속'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마지노선을 그었다. 구속이라는 문구를 내뱉을 때 박 대표의 목소리는 떨렸다.
"전교조가 저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저는 전교조를 국민 여러분에게 고발하겠다. 날치기한 정권이 전교조의 하수인인지, 전교조가 정권의 하수인인지…. 만약 내가 이 정권의 걸림돌이 된다면 나를 구속하라. 우리 아이가 잘못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당 대표가 무슨의 의미가 있겠는가."
박 대표의 목소리가 떨리자 집회장 주변에서 박수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대구경북이 불같이 일어나 이 나라를 지켜줘야 한다"면서 "사학법은 (좌파) 정권 음모의 시작일 뿐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구 집회는 박 대표의 연설과 함께 촛불집회로 이어졌고 집회는 오후 5시 30분쯤 끝났다.
한편, 한나라당의 대구 집회가 대규모로 진행된 가운데 전교조 대구지부 등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사학법 개정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들의 집회는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180여명(경찰 추산)의 조촐한 집회로 열렸다.
대구 민심, 사학법 개정반대 47.6%, 신입생거부 반대 61.8%
박근혜 대표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개정 사학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강경적 기류에 대한 반발 여론도 적지 않다.
<영남일보>가 지난 21일 오후 여론조사기관인 아이너스리서치에 의뢰해 대구시민 521명을 대상으로 개정 사학법안에 대해 전화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개정 사학법의 찬·반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7.6%가 '반대한다'고 답해, 찬성(34.9%)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조사에선 사립학교의 신입생 모집거부 방침에 대한 공감도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1.8%가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반면 '이해할 수 있다'는 29.2%에 불과했다.
개정 사학법 논쟁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대립 구도를 이루면서 개정 사학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높게 나타났지만 강경적인 투쟁방법 등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민심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