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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과일의 대명사는 뭐니 뭐니 해도 귤이다. 귤을 빼놓고 겨울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저녁 퇴근하는 아버지가 들고 온 과일봉투 안에는 노란 귤들이 함박눈처럼 소복하게 담겨있다. 저녁을 먹은 가족들은 귤을 먹으면서 지나간 하루의 이야기를 정겹게 나눈다. 아마도 이것이 한겨울 행복한 소시민 가족의 전형적인 모습일 것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바로 "여름엔 오이, 겨울엔 귤"이라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지리산을 간다고 상상해보자. 우리는 지금 막 지리산 성삼재를 출발했다. 때는 8월 한 여름, 한 낮의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줄줄 흐른다. 노고단 산장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바로 노고단을 향한다.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 드디어 노고단 정상에 오른다.
멀리 천왕봉이 한 눈에 보이고 구불구불 흐르는 섬진강을 내려다본다.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준다. 하지만 바람이 입안의 마른침까지 시원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그때 배낭에서 오이를 꺼낸다.
한 잎 베어 먹으면 입안에 향긋한 오이향기가 온몸으로 퍼진다. 마른 입술에 촉촉하게 다가오는 생생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상상만 해도 행복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계절을 바꿔보자. 이제 눈이 내리는 겨울이다. 겨울 등산을 한다면 당연 배낭엔 오이대신 귤이 있어야 한다. 따뜻한 양지 언덕에 앉아서 일행들과 함께 노란 햇살 같은 귤을 먹는다. 껍질을 까는 약간의 수고스러움은 차라리 설렘이 주는 즐거운 불편이다. 새콤하고 달콤한 맛… 톡 터지는 발랄함, 제주도의 바람 같은 향기…
달콤하기만 한 오렌지가 평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의 인생이라면 달콤함과 새콤함을 동시에 가진 귤은 이 땅 민중의 삶을 닮아있다.
우리는 이제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니 부엌에서 무엇인가 "보글보글" 향기를 내며 끓고 있다. "바로 귤 차다"
귤 차는 귤 껍질을 말려 만든다. 그래서 귤은 버릴 것이 없다. 귤 차의 빛은 당연 노란색이다. 그것은 귤이 노랗기 때문인데 그럼 처음부터 귤이 노란 것일까? 귤은 처음엔 진녹색에 가깝다가 봄 햇살과 여름의 강렬한 태양, 그리고 가을의 포근한 햇살을 담아 태양처럼 노랗게 변하는 것이다. 그것은 화학색소로 만든 노란색이 아니다.
귤의 맛은 한 가지로 표현할 수 없다. 시큼한 것, 달콤한 것, 달콤새콤한 것 또는 시기만 한 것 등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자연의 맛은 인공의 감미료와 화학성분 그리고 정제된 설탕으로 비벼놓은 박제화된 공장식품 과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자연의 맛이 담겨 있다.
인공의 맛은 모두 규격화되어 획일화된다. 동일한 브랜드의 아이스크림은 언제나 동일한 맛을 낸다. 이것을 제과업체에서는 맛의 대한 신뢰를 지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맛의 박제화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하나에 열광하여 다른 의견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어쩌면 획일화된 음식문화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와 각종 체인점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적인 맛의 동질화는 또 다른 세계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비타민이 담겼다는 각종 알약, 가루약, 물약 대신 새콤 달콤 톡 터지는 발랄함이 살아있는 귤의 세계에 빠져보자.
덧붙이는 글 | ** 참고**
요즘 반짝이면서 손에 미끈한 것이 묻는 귤은 표면에 왁스칠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귤 차에 사용할 수 없다. 반드시 무농약 이상의 감귤로 왁스칠을 하지 않은 상품이어야 한다.
제주도에서 감귤은 이미 삼국시대부터 재배되었고 한다. 탐라지, 읍지, 그리고 여러 문집에 나타나는 귤 품종만 보아도 감, 유, 금귤, 왜귤, 병귤, 소금귤, 석금귤, 선귤, 소감자, 당귤, 소귤, 청귤, 동정귤, 동자귤, 대귤, 하귤, 소유자 같은 20여 가지나 되는 감귤이 생산되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었다고 한다.
*도시와 농촌이 만나는 도농커뮤니티 자연을 닮은 사람들에 소개되었습니다.
http://www.nature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