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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열린우리당은 국회 본회의를 단독으로 개회하려 했으나 정족수 부족으로 열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28일 오후 열린우리당은 국회 본회의를 단독으로 개회하려 했으나 정족수 부족으로 열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희망이 보입니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의 일성이다. 이라크파병에 반대 의사를 밝혀온 손 의원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으로 '반쪽짜리' 국회가 열리는 가운데 처리될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의 부결 가능성에 미소를 띄우며 이같이 말했다.

손 의원은 "의결정족수가 안돼서 통과가 안되면 좋죠"라며 파병연장안 부결을 위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있었다.

국회는 공전중이지만 파병반대 의원들의 얼굴엔 최근 희색이 감돌고 있다. '정족수 미달'이라는 새로운 '부결 방법'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불참으로 의결종족수인 과반수(150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얼굴에 희색 감도는 파병반대 의원들

국무총리, 장관 등이 모두 본회의 표결에 참여해도 열린우리당(144석)만으로는 정족수가 안된다. 따라서 민주노동당(9명)과 민주당(11명)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은 권고적 당론으로, 민주노동당은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두 야당이 반대표시를 하더라도 과반 정족수가 채워지면 부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재석 의원의 과반수만 찬성해도 파병연장안은 통과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으로서 76명 이상의 찬성표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전략도 반대토론은 벌이되, 표결시 재석 버튼을 누르지 않는 방식으로 모아지고 있다. 정족수 미달이 부결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표결에는 참여하되 반대표를 던졌다.

표결 정족수가 미달될 가능성은 꽤 크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지난 8일, 열린우리당에 사학법 처리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표결에 임한 의원은 3명에 불과했다. 지금도 민주당은 새해 예산안과 파병연장동의안의 연내 처리에 공감하고 있지만, 출석율 100%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걱정이다. 민주당 내에는 '우리가 들러리냐'라는 반감도 깔려 있다.

내부 반란표도 무시할 수 없다. 파병반대에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임종인 의원은 이미 표결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임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철군을 하게 된다면 그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내 반대파 '주목'

2005년 말 이라크 파병 연장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사진은 지난 2월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되었던 자이툰 부대원 340여명이 26일 새벽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2005년 말 이라크 파병 연장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사진은 지난 2월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되었던 자이툰 부대원 340여명이 26일 새벽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30여명에 달하는 열린우리당 내 파병반대 의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임종인, 정청래 의원 등은 삼삼오오 모여 파병안 표결시 어떤 태도를 취할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미 확실한 5명을 확보했고 최대 10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한 참석자의 전언이다.

만약 여당 내 '반란군'이 10명을 넘어설 경우 민주당(11명)과 자민련(1명), 국민중심당 등 무소속 의원들(7명)을 생각한다 해도 과반 의석을 채우기는 사실상 어렵다. 왜냐하면 민주당 내에서도 손봉숙 의원은 이미 불참 선언을 했고 김홍일 의원은 출석율이 저조한데다, 나머지 무소속들의 참석도 100%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막판 표심이 어떨지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이라크를 다녀온 유승희 의원은 표결에 불참할 거냐는 질문에 "고민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실제 부결 가능성이 생기자 반대표를 던져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던 때와는 다르다는 상황인식이 깔려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곤혹스런 선택일 수 있다.

파병연장안이 해를 넘길 경우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에 주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져 철군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임시국회가 1월 10일까지니까 부결되더라도 다시 상정돼 처리되지 않겠냐"며 실제 철군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한번쯤은 국회가 부결을 시켜 자존심을 회복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또한 정부의 대미외교에 있어 운신 폭도 넓어질 거라는 전략적인 해석도 내놨다.

임종인 의원 역시 "미국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줄 기회"라며 "의원들도 '잘못된 전쟁'이라는 것에 대다수가 동의하지만 철군이 가져올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 1차 파병연장동의안도 12월 31일 자정 직전에 처리되었다.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의 처리를 놓고 여야가 극한 대치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결국 한나라당이 표결에 응해 찬성 161표, 반대 63표, 기권 54표로 가결, 처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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