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의원의 통일부 장관 입각설에 대해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브레이크를 건 이해찬 총리의 발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추 전 의원의 첫 반응이 나왔다.
미국 뉴욕 콜롬비아대학에 방문교수 자격으로 머물고 있는 추 전 의원은 2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실무적 수준의 발언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 총리의 발언을 놓고 그의 주변에서 "너무 무례한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 달리 본인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당적 등 그 이상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이 총리는 "추 전 의원은 아직 민주당이지 않느냐"며 입각과 당적을 연계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대해 추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작년 입각 제의가 오갈 때도 당적 문제는 거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왜 갑자기 당적 문제가 제기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스런 기색이었다.
추 전 의원 측은 남북문제와 민주세력 통합 등 '국가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 당적은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다. 민주당 '호적'에 이름은 올라있지만 '역할'은 당의 틀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추 전 의원과 달리 그의 주변은 다소 격앙돼 있었다. 이 측근은 "(추 전 의원 입각설은) 여당 내에서도 거론되고 있는 문제 아닌가"라며 "그런데 공개적인 자리에서 특정인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무례한 것 아니냐"고 발끈했다.
이종석 띄우는 이해찬, '정치인 장관'보다는 실무형?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지원 사격' 등으로 추미애 전 의원이 유일하게 하마평에 오르내리다가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이해찬 총리가 "후보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하면서 유력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 총리의 측근으로 통하는 한 열린우리당 의원의 전언에 따르면, 후임자로 '정치인 장관'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6자 회담 재개라는 큰 틀의 물꼬는 텄지만 북미 관계, 대북 전력공급 문제 등 벌여놓은 일들을 차분하게 매듭 지어가는 '실무형 장관'이 필요한 시기라는 인식이다.
이와 달리 추 전 의원측과 열린우리당측에선 이 총리의 발언에 노심(盧心)이 반영된 것 아니냐며 그 진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이견은 있다. 2차 남북정상회담 등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인 이상의 정치력'을 발휘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추 전 의원의 입각설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 쪽에선 DJ의 신망을 얻고 있는 추 전 의원의 영입을 통해 호남을 비롯한 전통 지지세력의 재결집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각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부 통합'의 필요성을 피력한 정동영 장관이 추 전 의원의 입각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2002년 국민참여본부 공동본부장으로 '희망돼지' 모금 운동을 벌인 정동영·추미애. 그래서 나란히 '돼지 아빠' '돼지 엄마'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두 차기주자에겐 또 내년 1월이 중요한 시기임에는 마찬가지다. 정 장관에겐 당의장 도전 여부가, 추 전의원에게는 입각 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